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트바스 Mar 01. 2022

뒷집 마당에 매화가 피었다

비가 온다. 봄비다. 


엄마는 가을에 비가 오면 "벌써 내일부터 진짜 추워지려나 보네" 고 말하곤 했다. 봄비는 다르다. 비가 오면 포근한 마음이 든다. 뒷집 마당에 매화가 피었다. 가끔 고양이 구경을 하러 베란다 너머를 보면 그 집이 보인다. 

동네에 집은 많은데 사람은 없어서 다들 어디에 있는 걸까 생각하곤 한다. 그 집 마당에도 사람을 목격하지 못했다. 정갈하게 매화가 피어있는 것을 보면 누군가 살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강가에 벚나무들이 봉오리를 맺은 지 오래다. 이 비를 맞고 힘을 내라고 응원해본다. 은각사 가는 길, 단골이 된 커피가게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얼마 전 그 길목에 슬쩍 숨겨진 지름길 발겼했다. 작은 천이 흐르고, 더 좁게 난 길은 자동차가 겨우 지나갈 정도다. 자전거를 타는 나에게 안성맞춤. 일부러 그 길을 지나기 위해 커피 마시러 간 적도 있다. 겨울이라 왠지 삭막한데 두 그루 댕귤 나무 열매가 반기는 곳이다. 물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나무들은 아직 작지만 벚나무가 틀림없다. 봄에 나 혼자 그 길을 지날 생각에 웃음이 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과 여름사이에서 마주한 교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