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던 날 어른이 시작됐다.

참을 수 없는 육아의 버거움

by 달이 아빠

아이를 병원에서 데려온 뒤 한동안은 진한 안도감의 연속이었다.


아이의 숨소리, 울음소리, 웃음소리를 실시간으로 들을 때마다

‘아, 우리 아이가 정말 내 옆에 있구나’ 하는 마음에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만큼 다행스러웠다.

이제는 남의 손이 아닌, 온전히 우리 부부의 손으로 아이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어떤 부모에게는 처음부터 당연히 주어진 일이었겠지만,

우리에게는 긴 기다림 끝에 비로소 허락된, 간절한 권리였다.


안도감과 함께 내 일상에는 ‘육아’라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서툰 손으로 분유를 타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를 갈며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장면들이 현실이 되었다.


현실 육아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세계였다.

결승선이 지워진 마라톤 같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백일만 지나면 통잠의 기적이 온다’는 말을 붙들고 달렸다.

백일이 지나면 밤잠을 잃어버린 나의 일상도 조금은 제자리를 찾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약속된 백일이 지나

밤잠의 고통이 조금 잦아드나 싶던 때,

이번에는 아이가 제 몸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시간이 열렸다.


누워만 있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순한 얼굴을 하고 있던 아이가

제 발로 땅을 딛는 순간,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 모서리를 향해 몸을 던지려 하고,

입에 넣어서는 안 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 올렸다.


밤은 그나마 잠잠해졌지만 깨어 있는 시간에는 앉아 있을 틈이 사라졌다.


걸음마 이후에는 떼쓰기와의 사투가 이어졌고,

어린이집에 다닌 이후로는 나을라 하면 다시 걸려오는 감기와의 전쟁이 이어졌다.


육아는 쉼 없이 다른 방식으로 나를 시험하듯 새로운 레이스를 내밀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넘기며 나는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에는 아이를 돌봤다.

주말의 휴식은 어느새 그림의 떡이 되었다.

몇 달이 지나자 몸도 마음도 조금씩 지쳐갔다.

나를 돌볼 틈은 없었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본 아내에게 내 퇴근 시간은 곧 그녀의 퇴근 시간이었기에,

아내는 내가 집에 오면 아이를 전담해 주길 바랐다.


하지만 나 역시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기에 잠시라도 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각자의 하루가 겹치며, 서로의 피로는 조금씩 갈등의 모양을 띠기 시작했다.


아내가 복직한 뒤, 아내와의 갈등은 더 잦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미운 사람이 되기도 했다.

아마 아내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서로를 위해 애쓰고 있으면서도 정작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위로나 공감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달라”는

각자의 힘듦뿐이었으니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가장 후회스러운 일을 하고 말았다.


미운 세 살이라는 말이 실감 나던 시기였다.

유난히 더 지친 날,

퇴근하자마자 밀린 일을 빨리 해치우듯 아이를 씻기려 했다.

씻기 싫다며 떼쓰는 아이를 억지로 욕실로 데려왔고,

밀폐된 공간에서 울고 보채는 소리는 이미 바짝 예민해진 내 신경을 끝까지 건드렸다.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

태어나서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아이에게 고함을 질렀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늘 “말 좀 크게 하라”는 말을 듣던 내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낯설 정도였다.

오랫동안 눌러두었던 감정들이 가장 약한 존재를 향해 가장 거칠게 쏟아져 나왔다.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욕실 문 밖에서 아내가 문을 두드렸고,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날 하루는 죄책감으로 가득 찬 채 흘러갔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아이 앞에서 그랬다는 것이 오래도록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를 신생아 중환자실에 두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시간이 떠오르며, 죄책감은 더 깊어졌다.

그날 저녁, 아이에게 몇 번이고 말했다.

아빠가 잘못했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며칠을 이 질문 하나로 보냈다.

아이 앞에서 터져 나온 그 순간이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되짚고 또 되짚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설명도 변명도 아닌 하나의 단어였다.

어른.


아이를 처음 안았던 그날 알았어야 했다.

아빠가 됨과 동시에, 진짜 어른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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