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써야 머리가 고생을 덜 한다

by 오탁구

"힘든 일 있으세요?"

"아침마다 한숨을 쉬시네요 "

내가 출근해서 한숨부터 쉰다는 걸 팀원들이 알려줘서 알았다.


아프리카 파견 근무를 마치고 갑자기 팀장 승진을 했다. 잠깐 기뻤고 오래 힘들었다. 조직에서 기대하는 역할은 많았고 팀에서 소화할 수 있는 일은 적었다. 부서 간 조율이 필요한 일이나 새로 생기는 업무가 희한하게 우리 팀에 떨어졌다.


왜 이 일까지 우리가 해야 하냐는 팀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웠다. 설명은커녕 나 역시 과제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바보처럼 중간에 끼어서 아무 결정을 못 했다. 문제는 나였다. 그래도 몇 년을 더 버텼다.


한숨은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야 멈췄다. 휴직 기간에 우연히 아내를 따라 달리기를 시작했다. 뛰고 나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았다. 약 맞은 기분이 이럴까?


탁구 유튜브는 샘이 나서 시작했다. 탁구 실력이 단 기간에 급 상승한 친구 말대로 레슨 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구독자가 늘고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자 레슨을 중간에 멈출 수가 없었다.


휴직 기간 일 년을 이어온 탁구와 달리기는 복직을 하고도 계속했다. 업무 환경은 바뀐 게 없는데 직장일이 전보다 부드럽게 흘러갔다. 회의에서 하고 싶은 말이 바로 떠올랐고 꼭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보였다. 할 수 없는 일은 딱 잘라 거절하고 싫은 건 싫다고 했다. 동료들이 한 마디씩 했다.


"아이디어가 많아졌어”

"사람이 달라졌네”


운동을 많이 하기 전까지 일에 질질 끌려다녔다. 탁구를 치고 달리면서 쏟은 땀이 보고서를 바꿀 줄이야. 여전히 일은 버겁고 부담스럽지만 몸을 쓰니까 머리가 전보다 편안해졌다. 운동이 나를 살렸다.



* 다음화는 '탁구장 어르신들이 알려준 지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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