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에게, 아주 작은 일까지도 알고 싶어지는 그 마음

by 함니


연애와 꽤나 담을 쌓아왔던 내 친구가

그리 이르지도, 그렇다고 늦지도 않은 시기에

오랜만에 사랑 앞에 서 있었다.


그 풋풋한 감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우리가 언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최근 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이야기가 나왔다.

오랜만에 어렵사리 다시 연락이 된,

그가 좋아하게 된 여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하면 실수하지 않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설렘을 마지막으로 느낀 게 언제였을까.

걷잡을 수 없는 설렘이

어느 순간 두려움으로 바뀌는 건 왜일까.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친구의

행복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생각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시작할 때

저랬었지, 하며

나도 모르게 대리 설렘과 걱정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넌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설렘을 느끼는 거야?

어떤 게 그렇게 좋은 거야?”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어땠는지

어느새 흐릿해져 있던 내가 던진 질문이었다.


“자기 일상 하나하나를 다 얘기해 줘.

사소한 생각에 도달하는 그 과정까지도,

정말 귀엽게 말이야.”


사랑에 빠지면 세상의 모든 요소가 사랑스럽게 보이고,

모든 상황이 우리 편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 순간, 우연히 가게에서 흘러나오던

변진섭의 숙녀에게 라는 노래가

우리의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 그대 아주 작은 일까지 알고 싶지만
어쩐지 그댄 내게 말을 안 해요
허면 그대 잠든 밤 꿈속으로 찾아가
살며시 얘기 듣고 올래요


아주 작은 일까지도 다 말해주는 그녀에게

고맙고 설렌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상대의 작은 일까지 다 알고 싶어 하는 마음과

말해주지 않음에 서운해하기보다

잠든 그대의 꿈속에라도 가서

이야기를 듣고 오겠다는 마음.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


표현이 서툰 자신도

언젠가는 자기의 작은 일들까지

모두 말해주고 싶어질 것 같다고

친구는 조심스레 덧붙였다.


가끔 사랑은 특별하고

대단한 무엇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은 어쩌면,

내 작은 일상 하나하나를

말해주고 싶어지는 마음이고,

상대의 사소한 일상 하나하나를

기꺼이 듣고 싶어지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결국 사랑은 삶을 공유하는 일 아닐까.

그 공유가 차곡차곡 쌓여

두 개의 삶이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


아직 만남이 확정되지는 않은,

아주 초입에 서 있는

현재진행형인 내 친구의 사랑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삶 속 사랑의 끝에는

자신의 사소한 모든 것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과

상대의 사소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역시

다시 한번

그대의 작은 일 하나하나를

알고 싶어지는 ‘그 그대’를

조용히 기다려 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