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 만큼 더, 처음 시작하는 모든 이에게

by 함니

한겨울의 추위를 극한으로 느끼다 보면,

오히려 이한치한의 정신으로 아이스크림이 무진장 먹고 싶어질 때가 있다.

때마침 카드사에서 받은 배스킨라빈스 기프티콘도 있겠다, 눈앞에 보이는 매장 안으로 홀린 듯 들어갔다.

사랑에 빠진 딸기, 자모카 아몬드 훠지, 그리고 엄마는 외계인.

익숙한 이름들을 골라 담고 결제를 마친 뒤,

아이스크림이 담기길 기다리며 쇼케이스 앞에 섰다.


내 아이스크림을 담당한 아르바이트생은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모양이었다.

낑낑대며 아이스크림을 푸던 아르바이트생은 컵을 수차례 저울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추가하러 가기를 반복했다.


그의 긴장한 어깨 위로 마침 귀에 흐르던 검정치마의 노래가 겹쳐졌다.


사실 난 지금 기다린 만큼 더 기다릴 수 있지만
왠지 난 지금 이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일 것 같아
- 검정치마 <기다린 만큼 더>



노래 구절이 귓가에 닿는 순간, 괜스레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


나는 지금 충분히 기다릴 수 있고,

다시 볼 확률이 매우 낮은, 그저 지나가는 손님이니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주셔도 된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말이다.


사실 나는 배스킨라빈스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은 없지만, 할 뻔했던 적은 있다.

군대를 전역하고 막 24살이 되었던 해였다.


집 근처 매장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사장님은 내게 조금 부담스러운 제안을 하셨다.


"군대도 다녀왔으니, 현재 일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잘 컨트롤해 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네."


나 역시 그저 처음 시작하는 아르바이트생일 뿐인데,

시작도 하기 전에 주어진 관리자의 무게가 너무 버거웠던 걸까.

결국 나는 그 일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긴장한 채로 작업대를 오가던 그 아르바이트생을 보며

스무살 무렵, 첫 아르바이트를 하며 긴장했던 나의 모습이 투영되었던 것 같다.


노래의 전체 가사는 애틋한 사랑을 말하고 있지만,

나는 오늘 이 노래를 빌려 조금 다른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세상 모든 일을 처음 시작하는 우리 모두에게,

기다린 만큼 더 기꺼이 기다려줄 수 있는 넉넉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마음으로 오늘의 노래, 검정치마의 기다린 만큼 더를 다시 한번 재생시켜 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