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다른 점

도저히 가지치기를 할 수가 없다

by 겨울햇살

"J'ai trop d'idées."(제 트홉 디데)

-"전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요."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나르는 유튜브 채널 <양브로의 정신세계>에 출연했을 때, 글을 쓰면서 슬럼프가 없었는지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나는 슬럼프라는 것이 없고 매일 10장씩 글을 쓴다. 오히려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 그 중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골라내는 것이 나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의 프랑스어 수준은 형편없어서 그가 말하는 문장은 잘 안 들렸지만, 그가 허공에 무엇인가를 그리며 손가락으로 가위질을 하고 있는 것은 보았다. 단번에 나는 'partout(빡투)'라는 단어와 'couper(꾸뻬)'라는 단어를 이해했다. 단어 'partout'는 '사방에', '여기저기'라는 뜻이고, 'couper'는 자르다'라는 뜻이다. 머리카락을 자를 때도, 'couper'라는 단어를 쓴다. 그는 아이디어가 여기저기(partout)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데, 그것을 잘라내는(couper) 방식으로 다듬어 글을 쓴다고 했다.


"Quand je commence à écrire, c'est comme une plante qui se répand partout."

-"제가 글을 쓸 때 느낌은, 마치 식물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Mon travail consiste a faire le jardinier de couper toutes les branches qui font que ça dépasse."

-"저의 일은 정원사가 되어 튀어나온 가지들을 자르는 것이죠."

<출처: https://www.youtube.com/@yangbro/요즘 한국인들의 가장 큰 문제/베르나르 베르베르 편>


나는 생각이 많다는 점에서 베르나르 베르나르와 비슷해 반가웠다. 하지만 그와 다를 수밖에 없는 큰 차이점을 깨달았는데, 나는 뻗어나가는 생각의 가지들을 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를 수도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욱더 파고 들어가, 난 그것을 더욱더 완벽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지나고 보니, 과정은 길었는데 마무리가 없는 삶을 살았다. 이를테면 '책'이라는 결과물이 없었다.


어렸을 적에, 인디언식 이름이 유행했었다. 그 당시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인기였는데, 백인과 인디언 원주민의 이야기였다. 인디언은 주인공 케빈 코스트너에게 '늑대와 춤을'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여자 주인공에게는 '주먹 쥐고 일어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인디언식 이름은 생년월일을 적용한 방식인데, 자신의 특징을 짧은 단어로 표현했다. 나의 인디언식 이름은 '날카로운 새가 노래한다'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요즘의 MBTI 만큼이나 나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나는 나의 화병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고 있다.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노래'를 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이다. 왜 화가 나는지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말할 수가 없다. 눈물이 먼저 나와서.


'급기야 저주의 편지를 보내다'


어느 날, 나는 할 말을 하지 못해 억울한 감정이 올라오고 있었고, 그 생각은 한 달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낮에도 밤에도 나는 기억을 끊임없이 되돌려 '상황극'을 만들었는데, 가지치기를 못했다. 괴로운 마음에, 급기야 나는 '저주의 편지'를 쓰게 되었다. 내가 쓴 글을 읽은 후, 양초를 준비하여 편지를 태웠고, 검은 재를 바람에 날려 그 사람의 방향으로 보내는 의식을 했다.


"...... 평생 어깨에 내 억울함의 짐을 지고 길을 가며, 이마에는 죄인의 낙인을 찍어 사람들이 문득 알아보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고통 속에 사시어라."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보면, 밝은 현실 세계를 180도 뒤집었을 때, 그 밑에는 암흑의 세계가 함께 존재했었다. 진짜 세계란 지금 느끼는 이 현실이 아니라 괴물이 살고 있는 뒤집힌 세계였다. 괴물은 정신의 틈이 생기면 비집고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순수한 아이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틈을 만들려고 했다.


내가 상대방에게 저주를 내렸지만, 사실 저주에 걸려있는 사람은 나였다. 내가 걸려있는 저주의 세계가 진짜 세계의 모습이다. 나는 평생 어깨에 무거운 짐이 있고, 죄인이 되어, 고통 속의 암흑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씁쓸하게도. 나는 그런 사람이고, 사주명리학에서는 그런 사람을 '흉한 사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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