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동거를 시작한 지 4년이 넘었다.
요리를 하는 건 거의 대부분 여자 친구인 경우가 많다.
나는 웬만한 음식은 투정 없이 잘 먹는 편이고, 여자 친구가 만든 음식은 내 입맛에도 잘 맞아서 좋았다.
나는 요리 준비를 도와주거나, 주로 설거지와 쓰레기를 버리는 보조 역할이다.
가끔 여자 친구가 요리를 할 때, 몇 마디 거들다가 혼이 날 때가 있다.
"볶음밥엔 양파를 안 넣는 게 맞다. 양파에서 물이 나와서 볶음밥이 질어진다."
"요리하는 사람이 다 생각해서 하니깐 잔소리하지 마. 짜증 나기 전에 그만해"
맞는 말이다.
나는 요리에 대해선 일자무식이다.
또한 여자 친구는 계획적인 사람이라서, 요리를 할 때 이미 재료/영양소/레시피/시간을 다 고려해서 하기 때문에 내가 끼어들 틈이 없다.
사실 여자 친구는 내가 의견을 내는 건 언제나 환영한다.(오히려 내 의견을 많이 궁금해한다)
하지만 내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내 마음에선) 의견 전달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묘한 말투의 차이로 인해서 그것이 아니라 가르치듯 말하거나 명령조로 말이 나와버린다.
큰 문제다.
만약 내가 요리를 돕거나, 잘하게 된다면 말투와 태도도 좀 바뀌지 않을까 싶다.
2.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요리 경연 티비 프로그램이 있는데, 요리사들의 열정과 놀라운 아이디어를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부엌으로 눈길이 간다.
'어쩌면 나도 가능할지도'
물론 가능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더 크다.
3.
여자 친구가 저녁에 약속이 있을 때면,
나는 혼자서 저녁을 먹게 되는데,
이 때는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햄버거나 피자, 돈가스 그 외 메뉴는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여자 친구는 가공육, 액상 과당이 건강에 좋지 않아서,
내가 배달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때로는 내가 저녁에 뭔가를 사 먹지 않고,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건강하지 않은 메뉴를 만들어도, 사 먹는 것보다는 건강할지 모른다.
건강한 메뉴라면 금상첨화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여자 친구가 좋아한다면 나도 좋다.
4.
이번 주말 메뉴는 삼겹살 수육이다.
삼겹살을 먹기 좋게 자르고, 소금/후추/맛술 정도만 간을 하고,
찜기에 고기를 깔고 그 위에 마늘을 편 썰어 올리고, 센 불로 익힌 다음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부추와 양파를 올려서 좀 더 찐다.
간장에 간 마늘과 고추를 넣어 소스를 만들고, 수육/부추를 함께 내어서 먹으면 꿀 맛.
5.
요리를 한다는 것은 그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있어서 요리를 한다는 것은 좀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우리는 올해 여름에 결혼을 한다.
4년을 만나도 여전히 차이가 있는 우리가,
서로를 좀 더 이해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
요리는 문턱이 높지 않지만, 꾸준히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꾸준히 할 필요가 있고, 그 과정에서 수행을 하면서 겸손히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내가 무심결에 내뱉는 명령조의 말투는, 나의 오만함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겸손을 배워야 한다.
칭찬을 들으면 좋겠지만, 욕을 먹어도 좋다.
이번 주말의 메뉴는 부추를 곁들인 삼겹살 수육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