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루틴

by 두버지

1.

우리는 일상의 루틴을 소중히 생각한다.

그 루틴을 꾸준히 지키는 건 일종의 수행이고, 마음의 평온의 근원이다.


2.

우리의 루틴은 평일과 주말로 나뉜다.

각자의 역할 배분도 차이가 난다.

나는 평일에 더 많고, 여자 친구는 주말이 더 많은 편이다.


3.

평일 루틴은 일과 중과 일과 후로 나뉜다

나는 일과 중에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여자 친구는 일과 후에 더 많은 역할을 한다.


4.

루틴의 총량을 비교할 순 없다.

수행하는 것이 많다고 힘들다고 할 순 없고,

한 단어/문장으로 끝나는 수행이 고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화장, 요리, 운전이 그렇다


5.

평일 일과 중 아침 루틴

6시 50분 알람에 맞춰서 내가 먼저 깬다.

스누즈를 1-2번 해서 7시 5분쯤 완전히 일어난다.

양치를 하고 전날 싸둔 도시락을 챙긴다.

나와 여자친구의 텀블러에 물/차/커피를 채운다.(다음 날 뭘 마실지 전 날 미리 결정해 둠)

여자친구 애플워치를 챙기고, 노트북을 켜둔다.

(운동을 하는 날은 각자의 운동복을 챙긴다.)

이제 여자친구를 깨우고, 여자 친구가 양치를 하는 동안 이부자리를 정리한다.

여자 친구는 양치 및 세안을 마치고 옷을 입고 화장과 머리 정리를 한다.

그동안 나는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고 샤워를 한다.

이후 나도 옷을 입고 여자 친구의 콘택트렌즈를 까준다.

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한다.

출근길은 25분 정도 걸린다.


6.

우리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다.

팀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업무가 겹칠 때가 있다.

여자 친구가 다른 점심 약속이 있지 않는 한 우리는 항상 점심을 같이 먹는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사 먹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다.


업무는 내가 좀 더 여유롭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미리 도시락을 데우고 상을 차리는 건 내가 한다.

밥을 다 먹고 나면 간단한 설거지를 하고 오후를 버틸 커피를 마시러 간다.


7.

퇴근 후 헬스장에서 운동을 2-3회 정도 한다.

스트레스가 많았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경우엔 가끔 외식(주로 삼겹살)을 한다.

다만 주로 집에 와서 차려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8.

평일 일과 후 루틴

5시에 퇴근 후 5시 30분쯤 집에 돌아온 뒤에 여자 친구는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 메뉴는 전날 미리 생각해 두고 재료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친구가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고 샤워를 한다.

빨래가 쌓인 날은 샤워를 마친 뒤 빨래를 돌린다.

6시쯤 함께 저녁을 먹고 난 뒤 설거지는 내가 하고, 쓰레기는 매일 비운다.


9.

루틴을 정리하다 보니 든 생각이,

나는 내 루틴은 상세히 기억하고 있는데, 여자 친구의 루틴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동안 여자 친구는 어떤 것들을 하는지 궁금했다.

내 할 일을 한다고 바빠서 못 본 것도 있지만,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언젠간 여자 친구의 루틴도 상세히 물어봐야겠다.


10.

우리에게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규칙적인 인간이기 때문도 있지만

함께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도 있다.

우리의 루틴엔 개인이 없었다.

나의 루틴, 너의 루틴이 아닌 우리의 루틴이다.

계속해서 내가 우리를 느끼고, 여자 친구가 우리를 느끼는 것이 우리의 루틴이다.


11.

인간은 상대에게 초점을 두고 있지 않아도,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인간의 시야각이 220도 정도인데, 그중 색깔을 구분할 수 있는 건 60도 정도이다.

우리가 대화를 하고,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는 건 그 60도 내에 있다.

우리의 루틴은 60도 밖에 있고, 220도 안에 있다.





-끝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