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임시 진료소 (診療所)

[증언의 세대] 아마겟돈으로 모으다

by 아반


임시 진료소


31번 구역

마을 중앙에는 오래전 폐교된 학교가 하나 있었다.


학교는 커다란 강당이 있어 많은 인원을 일시에 수용하기에 적합한 곳이었다.

학교 주위에는 낮은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넓은 주차장과 작은 운동장이 부속되어 있었다.


31번 구역이 폐쇄된 이후에 학교 정문에는 코로나 임시 진료소라는 간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학교 입구에는 바리케이드와 '접근금지' 경고 표시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실제로 그곳은 진료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곳은 코로나 환자를 격리하는 격리 수용소였다.


수용소 울타리 안, 주차장에서 검역복으로 온몸을 가린 검역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검역요원 외에 일반 환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건이 임시 진료소로 갔다는 걸 알게 된 로버트 일행은 서둘러 차를 타고 모건을 찾기 위해

임시 진료소로 향했다.


로버트는 학교에서 500m쯤 떨어진 지점에서 차를 길 옆 수풀에 세우고 멀리서 동태를 살피려 한다.

로버트가 차량 안에 있던 망원경으로 학교 내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학교 운동장에 커다란 포클레인이 땅을 파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운동장 한편에는 탱크로리 트럭이 주차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저긴 진료소가 아니에요"

로버트 옆자리에 앉은 로버트의 아내가 말한다.


"저 사람들은 지금 뭘 하는 거죠?

더스틴의 아내가 더스틴에게 물어본다.


로버트는 직감하고 있으나 선뜻 말하지 않는다.


"살처분..."

더스틴이 나지막한 소리로 살처분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로버트가 망원경으로 다시 보니 탱크로리에 해골 모양의 위험물 가스 표시가 선명하다.


잠시 후 검역 요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사람 크기의 검은 비닐백에 든 무언가를 수레에 싣고 강당에서 나오는 것이 보인다.


"저건 시체백이에요."

로버트가 더스틴에게 망원경을 건네준다.


"여기서 도망가야 해요."

더스틴은 망원경으로 보고 다급히 말한다.


"모건이 저기 있어요."

로버트의 아내가 말한다.


"이미 늦었어.

저기에 가면 우리도 죽어."

로버트가 말한다.


망원경으로 살피던 더스틴이 말한다.

"저 사람들이 우리를 봤어요."



검역요원들이 모여서 손짓을 하더니 모두 강당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서 여길 피해야 해요."


로버트가 급히 차를 돌려서 그곳을 벗어나려 한다.

뒷좌석에 탄 더스틴은 차 뒷 창문을 통해 망원경으로 계속 학교 안을 살펴본다.


"우리를 본 게 확실해요?"

더스틴의 아내가 더스틴에게 확인한다.


"모르겠어. 분명히 이 쪽을 가리켰어. 뭐라고 자기들끼리 말하는 것 같았다고."


"아 잠깐 검은 차 한 대가 주차장에서 움직여요. 학교 밖으로 나오려 해요."


"어서 속도를 높여요."

더스틴이 로버트의 운전석 헤드레스트를 잡고 로버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소리쳤다.


로버트가 말한다.
"숙소로 돌아가면 안 돼요."


로버트의 차는 속도를 높여 그곳을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로버트는 갈림길에서 우회전을 한 뒤에 산기슭으로 향하는 샛길에 더스틴 부부를 내려준다.


"내가 저들을 유인할 테니 이리로 쭉 올라가세요.

얼마 안 가서 마을 비상 급수 시설이 있는 곳이 나올 거예요.

그곳에 기상관측시설이 있어요.

그곳은 안전할 겁니다."


로버트는 로버트의 아내에게도 내리라고 했지만

로버트의 아내는 남편과 같이 가겠다고 말한다.


더스틴 부부는 차에서 내려 재빨리 조그만 오솔길 옆으로 몸을 숨기고

로버트는 그들을 내려주고 다시 차를 몰아 큰길로 들어섰다.


31번 구역을 벗어난 차는 이내 시내 쪽으로 달리다 차량이 많은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얼마간 따라오는 것 같았던 검은 차가 더 이상 보이질 않는다.


로버트는 고속도로를 얼마간 달리다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고속도로 출구로 나와 국도로 진입해 다시 차를 시내방향으로 돌렸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아요."

로버트의 아내가 다소 안도하는 듯이 말한다.


로버트의 차는 어느덧 시내로 진입해 도심을 달리고 있었다.






코로나 파이(π) 감염자 살처분이 끝난 31번 구역은 정부에 의해 완전히 봉쇄되었다.

그것은 코로나 파이(π) 바이러스의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가 아니었다.


그들이 31번 구역에서 한 짓을 영원히 묻어버리려는 봉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