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마지막 대접 (大楪)

[증언의 세대] 모든 것이 끝났다

by 아반


잠들게 하다


검역 요원들은 모든 창문과 모든 출입구를 밀봉하려 한다.

그들은 배관용 테이프와 공업용 우레탄 폼을 사용해 건물의 틈새를 모두 밀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탱크 로리에 담겨 있는 30,000L의 질소 가스가 연결관을 통해 강당 내부로 연결되었다.


작업 준비를 모두 마치자

요원들은 모두 강당에서 퇴거하고 강당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이어서 문틈을 다시 밀봉하기 시작한다.


"준비됐습니다."


"주입해."


탱크로리의 밸브가 열리자 30,000L의 액체 질소 가스가 강당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급속히 팽창해 강당을 삼켜버렸다.


강당에 집합시킨 감염자들은 이내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






마지막 대접 (大楪)


계시록의 일곱 대접의 재앙 중 마지막 대접은 공기에 쏟아졌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쏟아진 심판의 대접.


그리고 하늘에서 다 되었다는 음성이 들렸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일곱 번째 천사가 자신의 대접을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기에 들이부었다.
그러자 성전 안, 그 절대적인 권위의 보좌로부터 천둥 같은 선언이 터져 나왔다.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이제 모든 것의 종착점에 다다른 것이다.


공기에 쏟아진 마지막 대접은 유독 가스도, 죽음의 가스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세상의 공기에 대한 폭로이자 심판이었다.


애시당초 우리가 마시던 공기는 생명의 기체가 아니었다.


우리가 마시던 공기는 원래부터 유독(有毒) 가스였다.

그것은 우리를 서서히 잠들게 하는 유독한 가스였다.

아주 서서히 우리를 잠들게 했을 뿐이었다.


마지막 대접은 세상의 유독 가스에 대한 심판이자 세상의 공기를 걷어내는 심판의 판결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상과 문화와 정신.

우리를 병들게 하고 잠들게 했던 그 무수한 철학과 이데올로기의 종말을 고하는 심판이 쏟아져 내린 것이다.


이내 커다란 지진과 번개와 천둥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하늘에서 무게가 20kg에 달하는 거대한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박을 맞은 사람들은 죽지 않았다.

그것은 실제 우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박을 맞고 하느님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받은 충격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아니 그들은 그들 앞에 놓인 허무함이라는 현실에 충격을 받고 넋이 나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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