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면서 의사 선생님께 처방받은 것은 약 이외에도 마음훈련이었다. 훈련은 지속적으로 행하여 숙달시키는 것이기 때문인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라고 매일, 자주, 자신에게 말하라고 조언하셨다. 왜냐하면 강박장애는 내가 나를 믿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예를 들어 확인강박이라고 한다면 가스밸브를 잠갔는지 확실하지 않아서 몇 번이고 확인한다. 이것은 가스밸브를 잠근 나를 믿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만약 다리미를 사용하고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뺀다고 가정하자. 이것 또한 확인강박에 시달린다면 혹시라도 화재가 날까 두려워 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뺀 것을 계속 확인할 것이다. 실제로 나의 경우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콘센트 구멍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톡 3번을 두드린다. 그러고 나서
“플러그를 뺐어. 괜찮아. 괜찮아.”
라고 되뇐다. 아마 확인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라면 불안한 부분에 자신만의 의식, 예를 든다면 사진을 찍거나 “나는 ~했어,”라고 자신이 정해놓은 횟수를 말하거나 불안한 부분이 제거된 현장을 정해놓은 횟수만큼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일종의 강박행동을 함으로써 불안을 줄이려는 것이다.
청결에 관한 강박도 마찬가지이다. 고등학교 시절 손을 깨끗하게 10번 씻어야 마음이 놓였다. 이는 손을 깨끗하게 씻은 나를 믿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다. 10번을 씻고 나서야 안정이 되었는데, 그로 인해 나의 손은 아직까지도 유분이 없어서 갈라지곤 한다.
글을 쓰고 보니 ‘내가 나를 믿어주자’는 문장이 아주 효과적인 것임을 더욱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나는 불량환자라서 ‘내가 나를 믿어주자.’라는 말을 매일 하지도 못했고, 생각날 때 어쩌다 한 번씩 했다.
진료날이 되어서 의사 선생님께서
“내가 나를 믿어주라는 말 계속하고 있어요?”
라고 물으시면 마치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처럼 고개를 숙이곤 했다.
“사실 매일 하지 못하고 한 번씩 해요. 그게 잘 안되네요.”
그러자 의사 선생님께서는 나를 빤히 보시며 말씀하셨다.
“자, 저를 따라 하세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손바닥을 자기 심장 부근에 갖다 대시고는 톡톡 두드리셨다. 나도 따라서 내 손을 심장 부근에 갖다 대었다.
“(의사 선생님) 내가 나를 믿어주자”
“(나) 내가 나를 믿어주자”
“(의사 선생님) 고생했어. 은진아.”
“(나) 고생했어. 은진아.”
나의 가슴에 내 손을 갖다 대는 게 자연스럽지 않고 뚝딱거렸다. 그때 느꼈다.
‘아, 나 자신을 보듬어주고 위로해 주고 사랑하는 게 이리 낯설고 어색하구나. 나를 사랑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랑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나를 사랑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되지 않고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아마, 음… 제가 보기에는 3년 안에 완치될 것 같아요. 그럼 세상이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강박장애가 많이 완화되었기에 의사 선생님은 나의 상태를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다른 사람도 나를 희망적으로 봐주는데 나 스스로 나의 병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고등학교 때 발생한 강박장애가 대학생활을 하며 나아졌기에 세상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이미 한 번 경험했다. 이제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교사로서 세상이 다시 다르게 보일 날을 기대한다.
강박장애를 앓고 계신 분은 약물치료와 함께 ‘내가 나를 믿어주자.’라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격려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