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긴 어게인>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끝을 마주합니다.
믿었던 사랑이 떠나거나 평생을 바친 커리어가 무너지기도 하죠.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은 바로 그 막막한 바닥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화려한 성공 스토리보다 이 영화가 더 깊게 와닿는 건 주인공들이 모두 어딘가 고장 나고 상처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이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들을 다시 한번 꺼내보려 합니다.
"우리는 모두 어둠을 밝히려 노력하는 길 잃은 별들인가요?"
(Are we all lost stars trying to light up the dark?)
유명 그룹 마룬파이브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극중 데이브)이 노래를 통해 던지는 이 질문은, 영화 속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합니다. 깜깜한 밤하늘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별이기에 우리는 더 절박하게 빛을 냅니다. 지금의 방황이 실패가 아니라 나만의 빛을 찾아가는 가장 치열한 과정임을 영화는 나직하게 일러줍니다.
영화 속 밴드의 녹음실은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스튜디오가 아닙니다. 차가 쌩쌩 달리는 골목길, 아이들이 뛰어노는 뒷골목, 지하철 소리가 시끄럽게 울리는 지하철역이 그들의 무대죠.
보통의 녹음이라면 제거해야 할 소음들이 이 영화에서는 훌륭한 비트가 되고 코러스가 됩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가 지우고 싶어 하는 실수나 잡음들도, 어쩌면 나만의 인생이라는 노래를 완성하는 중요한 악기일지 모릅니다. 모든 평범한 것들도 진주가 될 수 있다는 영화의 메시지는 삐거덕거리는 우리 삶을 긍정하게 만듭니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댄과 그레타가 이어폰 분배기(Y 잭)를 꽂고 밤거리를 걷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똑같은 밤거리, 똑같은 사람들인데 음악이 흐르는 순간 그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특별해집니다.
이는 어느 날 퇴근길 버스에서 이어폰을 꽂은 순간과 비슷합니다. 남들 눈에는 그저 창밖을 멍하니 보는 지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좋아하는 음악이 귀에 흐르는 순간 내 안의 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니까요.
팍팍한 현실은 그대로지만, 내가 느끼는 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이죠. 만약 상황을 바꿀 수 없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배경음악을 바꿔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지루한 일상을 특별하게 버티는 힘이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인생 영화로 꼽는 이유는 아마 결말 때문일 겁니다. 그레타는 성공해서 돌아온 전 남자친구에게 돌아가지도, 자신을 이끌어준 댄과 연인이 되지도 않습니다. 대신 자전거를 타고 새벽바람을 맞으며 홀로 어딘가로 향하죠.
그녀의 미소는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오롯이 나로서 다시 시작(Begin Again) 할 준비가 되었다는 선언과도 같습니다. 누군가의 연인이나 뮤즈가 아닌, 독립적인 주체로서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봅니다.
영화 제목 Begin Again은 다시 시작하다 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상처를 안고, 실패를 인정하고, 그 위에 새로운 음표를 그려나가는 과정이죠.
혹시 지금 멈춰 서 있는 것 같아 불안하신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의 영화는 아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려면 멀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당신만의 멋진 배경음악이 흐르고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