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기적 >
여기, 길은 없는데 기찻길만 있는 마을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읍내에 나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터널을 지나고 철교를 건너야 합니다. 영화 <기적>은 1988년, 경북 봉화의 산골 마을에 주민들이 직접 양원역이라는 기차역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차역보다 더 크게 남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꿈을 대하는 태도와 가족의 화해 입니다. 오늘은 영화 속 인물들의 간절함이, 2026년을 사는 우리의 모습과 어떻게 닮아있는지 담백하게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천재 수학 소년 준경(박정민)의 꿈은 우주비행사도, 대통령도 아닙니다. 그저 마을 앞에 기차가 서는 것. 청와대에 54통의 편지를 쓰고, 직접 삽을 들어 승강장을 만드는 준경을 노력들을 보며 사람들은 말합니다.
"헛바람 들지 마라."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마라."
우리 삶에도 이런 순간이 있습니다. 남들 눈에는 무모해 보이고, 돈도 안 되고,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일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절실한 목표들 말이죠. 취업 준비생이 매일 쓰는 50번째 자소서일 수도 있고, 직장인이 퇴근 후 쪼개어 배우는 새로운 취미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말해줍니다. 세상은 비웃을지 몰라도, 그 무모한 반복들이 모여 결국 내 삶의 길을 만든다는 것을요. 준경이 쌓은 돌 하나하나가 결국 기차를 멈춰 세웠듯, 우리가 오늘 흘린 땀방울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준경에게는 자칭 뮤즈이자 비타민같은 친구, 라희(임윤아)가 있습니다. 모두가 준경을 4차원 엉뚱한 아이로 취급할 때, 라희만은 유일하게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너는 천재야! 라고 확신해 줍니다.
준경이 맞춤법을 틀리면 고쳐주고, 장학퀴즈에 나가도록 등을 떠밀고,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는 엉뚱한 계획에 가장 진지하게 동참해 준 사람. 준경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주저앉을 때마다, 라희는 특유의 당찬 에너지로 그의 손을 잡아끌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기적은 혼자 힘으로 만드는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니가 너를 못 믿어도, 너를 믿는 나를 믿어봐." 내 가능성을 나보다 더 믿어주는 단 한 사람, 그 라희 같은 존재가 곁에 있다면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준경에게는 남모를 아픔이 있습니다. 어릴 적 사고로 누나 보경(이수경)을 잃었다는 죄책감입니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미안함 때문에 마을을 떠나지 못하고, 자신의 행복을 유예하며 살아갑니다.
우리 중에도 준경처럼 과거의 후회를 짐처럼 지고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때 내가 더 잘했더라면", "나 때문에 가족이 힘들어진 건 아닐까" 하는 자책들. 그래서 정작 오늘 내가 누려야 할 행복 앞에서도 주저하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누나는 말없이 준경을 응원합니다. 떠난 사람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남은 사람이 죄책감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몫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입니다. 과거를 잊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 아픔을 딛고 나아가야 비로소 당신도, 떠난 사람도 평안해질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넵니다.
기관사인 아버지(이성민)는 아들 준경을 사랑하지만, 늘 무뚝뚝하게 등을 돌립니다. 사실 아버지도 아들을 볼 때마다 죽은 딸이 생각나 괴로웠던 것입니다. 서로를 끔찍이 아끼면서도, 두 사람은 긴 시간 침묵이라는 벽을 세우고 오해 속에 살아왔습니다.
이 모습은 놀랍도록 우리의 가족 관계와 닮아 있습니다. "말 안 해도 알겠지", "가족끼리 쑥스럽게 무슨..." 이라며 덮어둔 진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한 앙금이 되어버립니다.
영화 후반부, 아버지가 처음으로 속마음을 터놓는 순간 기적은 일어납니다. 기적은 기차역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소중한 사람에게 그 마음을 표현하셨나요?
영화의 결말, 거짓말처럼 기차는 양원역에 멈춰 서고 준경은 더 넓은 세상(미국)으로 나아갑니다. 제목 그대로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기적은 마법을 부려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이 아니라 54통의 간절한 편지, 열심히 간이역을 만든 마을 사람들, 그리고 아들을 위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기차를 세운 아버지의 마음. 이 모든 서툰 진심들이 차곡차곡 쌓여, 불가능해 보였던 현실의 벽을 뚫고 기어이 기차를 멈춰 세운 것입니다.
어쩌면 진짜 기적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닐지 모릅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무사히 집에 돌아와 밥을 먹는 것, 포기하고 싶을 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곁에 있다는 것.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그 평범하고 지루한 하루하루가, 사실은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으로 지켜낸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 잇다의 질문 (Q)
여러분의 삶에도 남들은 모르는, 오직 나만 아는 작지만 소중한 간이역(목표, 꿈)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