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 엄마는 그저 거들뿐

기다림이라는 서툰 사랑에 대하여

by 숨나

“머거바~, 머거바~.”


아기 의자에 앉아 무엇이든 잘 먹던 우량아 둘째가,
편식이 심했던 첫째에게 장난처럼 던지던 말입니다.


그건 아이의 목소리였지만,
실은 내 목소리였습니다.
매일같이 지겹도록 첫째에게 퍼붓던 나의 말.




“먹어봐. 먹어보고 맛없으면 뱉어도 돼.”


시작은
제법 엄마다운 말이었습니다.
인내심 있는 척,
너그러운 척하는 가장(假裝).


하지만 그 말은 끝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아이의 숟가락이 멈추고,
눈동자가 흔들리고,
입안에서 음식이 헛돌기 시작하면
내 말은 속도를 잃고 날카로워졌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씹어?”
“조금만 더 먹어.”
“이것도 못 먹으면 뭘 먹겠다는 거야?”


결국 마지막은 늘 같았습니다.
분노,
고함,
그리고 아이보다 먼저
무너져 내리는 나 자신.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아이는 청소년이 되어
소 한 마리도 먹어치울 듯 늠름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제야
그때의 장면들이 자꾸만 발목을 잡습니다.


아이의 슬픈 눈망울.
먹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도저히 삼킬 수 없어
입술을 달달 떨던 그 얼굴.


때가 되면 다 먹는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요.
아니,
왜 믿으려 하지 않았을까요.


그 작은 아이의 헛구역질 앞에서
나는 왜 그렇게 악착같이
‘먹이는 엄마’가 되려 했을까요.




어느 날,
아이를 억지로 먹인 밤이었습니다.


기특하다는 칭찬까지 건네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는데,
새벽녘 아이가 소화가 안 된다며 뒤척이다
내 얼굴 위로 토해냈습니다.


그때 내 머릿속을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아이의 고통이 아니었습니다.


‘겨우 먹인 걸 다 토해버렸네’라는
허망함이었습니다.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양육도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저
내 숙제를 빨리 끝내고 싶었던
조급함이었습니다.


나는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밥 안 먹이는 무능한 엄마’라는
죄책감에서 도망치고 싶어
아이를 몰아붙였던 것입니다.


그때의 나는
아이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요.


나를 위해 애쓰는 엄마였을까요?
아니요.


싫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들이미는
기괴하고 무서운 얼굴이었을 겁니다.




후회는 늘 뒤늦게 옵니다.
그리고 언제나
쓸모없을 만큼 정확합니다.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은 쉽지만
지킬 자신은 없습니다.


아이가 내 소유물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나의 불같은 성급함은
늘 아이의 속도보다
저만치 앞서 달려가니까요.


그게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인지,
아니면 나라는 사람의 결핍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여전히 미성숙한 인간입니다.
아이보다 앞서
나 자신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누군가를 인도하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내가 잘 살고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잘’ 키우겠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내 곁에 있는 한,
나의 사사로운 잔소리는
계속될지 모릅니다.


다만 이제는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주문처럼 되뇌어 봅니다.


“왼손은 그저 거들뿐.”


엄마의 역할도 그렇습니다.
아이라는 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슛을 던질 때,
잠시 공의 궤적을 받쳐주는
왼손일 뿐입니다.


오른손의 힘을 휘두르는 순간
왼손은 오른손의 영역을 넘보고,
도움을 가장한 간섭이 되며,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됩니다.


그래서 오늘도
스스로에게 속삭입니다.


‘거들뿐이다.’
‘네가 쏠 슛이 아니다.’
‘아이의 속도를 네 불안으로 재촉하지 말자.’




엄마는 그저 거들뿐.


풋내기 엄마의 서툰 왼손에
아이들이 잠시 기대는 동안,
엄마 역시 그렇게 같이
자라고 있을 뿐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후회가 남더라도
괜찮습니다.


엄마 또한
지금 이 순간,
생의 한가운데서
여전히 성장 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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