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7월 25일.


잠을 잘 못 잤다.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뜨고는 멍하니 있었다.

문이 열리고 한 시간가량을 의자에 앉아 TV에서 하는, 음악 채널에서 하는, 보여주는 뮤직비디오를 보았다.

"클리어 윙(clear wing)"이라는 교도관의 고함에 주섬주섬 성경책과 메모지, 그리고 프레데릭에게 보여줄 판사에게 보낼 편지를 가지고는 내려갔다. 기계적 반복으로 데스크 위의 편지들을 바라보았을까.

내 눈이 할 수 없는 클로즈업이 되어 한글이 보였고, 다시금 클로즈업되어, 나의 아버지 성함이 보였다.

편지는 벌써 내 손에 들려 있었고, "아, 소포는 다시 돌아가고, 편지는 오게 되었구나. 전날 동생과 통화했는데 이렇게 받아보는구나.”라는 생각과 이 편지를 지금 읽어야 하나, 아니면 셀안에서 혼자 읽어야 하나, 벤치에 앉아 멍하니 고민했을까. 이미 내손은 봉투를 찢고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편지를 펼치고 있었다. 그동안 꾹꾹 참고, 눈이 붙잡고 있던 눈물이 닭똥처럼 한 방울 한 방울 뚝뚝 떨어지는 것이, 고개를 푹 숙이고, 부모님의 글을 읽는 내 시야에 들어왔다. 녹색 죄수복을 입은 수많은 이방인들이 내 주변에서 아지랑이 치며 돌아다녔고, 나는 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벤치에 앉아 부모님의 편지를 눈물 흘리며 읽고 있었다.





민석아...


건강은 어떠하냐. 주위에 구애받지 않고 생활하던 네가, 당분간은 네 뜻이 아닌 속박 속에서 살아가게 됨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답답하리라 생각한다.


부모로서 그런 너를 생각하면, 또한 무능함을 막을 길이 없구나. 차라리 내가 너의 고통을 대신할 수 만 있다면 좋으련만...너를 면회조차도 할 수 없다는 심정이 죄스럽구나.


그러나 나는 이번일이 너에게 있어서 큰 교훈이 될 것이며 큰 세상 속에서 너의 야망에 있어서 큰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단다.그곳에 유치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네가 제일 큰 성공을 할 수 있는 자가 될 것이라는 것 믿고 있단다.

엄마는 너의 구속함을 알게 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이 너를 너무나 믿고 있는 엄마의 사랑인 것이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하나도 무척 힘들지만 별로 내색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단다.솔직히 아빠는 너의 구속함을 알고 하나님께 감사했다. 흐트러졌던 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쳐 너를 위하여 기도할 수 있게 되었고 너로 인하여 그것을 가르쳐준 하나님께 감사했다.

너는 돌밭에, 들에, 뿌려진 야생초보다 강하리라 믿는다. 혼자서 꿋꿋하게... 네 모습이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유치되어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출소를 하고 성공을 꿈꾸지만 그들의 성공보다,그중에, 네가 제일 큰 성공자가 되리라 믿는다. 물론, 하나님 앞에서의 성공말이다.


엄마, 아빠, 특히 엄마는 네가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기를 위하여 늘 기도하고 있다.


더 큰 사고... 인생을 돌이킬 수 없는 큰 사고가 아닌 것 하나님께 감사해라.지금은 힘든 고통의 나날 일지라도...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네가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라. 분명, 이 시련을 감당하고 하나님께 회개하며,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면

너에게 큰 힘이 생길 것이다.자식의 고통에 아무 힘도 못쓰고 그저 이렇게 글로나마 너에게 위안을 줄 수밖에 없는 아빠를 용서해라.

너를 위하여 진정 아빠의 지난날을 주님 앞에 회개하며, 너를 위해 전심으로 기도하고 있단다.

민석아 건강해라.

아빠, 엄마, 하나도 너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단다.


7월 20일 새벽 5시...







사랑하는 아들에게,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막바지 삼복더위가 계속되는구나. 계절에 더위보다 마음속에 답답함이 여름 불볕보다 더 뜨겁고, 아프구나!....


"아들아" 엄만, 늘,. 네가 어려움 속에서도 당당하고, 담대하고, 낙천적이길 바랐었고, 하나님에 사랑 안에서 곧고 정직하고, 정겨운 사람이길 기도 했었다. 너 또한 엄마에게 걱정 안 시키고 될 수 있으면 힘든 이야기도 잘 안 하고 잘되고 있다고 잘 있다고 껄껄대며 웃어 주던 우리 아들. 빨리 성공해서 엄마 호강시켜 주겠다고, 늘 호언장담하던 나에 아들. 엄만, 그 말이 왜 그리 고맙고 자랑스럽고, 희망적이었는지. 경제적으로 쪼달리고 몸이 아파서 잠을 못 자도 해가 뜨면 아들에 말이 하루 더 빨리 이루어지리라 감사하며, 견뎌내고, 부채도 거의 청산되고, 먹고사는 일은 걱정 안 해도 되고 하루하루 무사히 살게 해 주심을 감사하며 너의 남매 별 탈 없이 성장해서 성인으로 자리 잡아가며 외국까지 진출한 우리 아들 자랑스럽기만 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 소식이 없어 혼자 애태우며 기도만 했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앞이 캄캄하더군아. 국내에서 그랬다면 보통 사내 애들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네 아빠한테 하도 얼어서 한편으론 괘씸하고 배신감마저 들고, 절망감 마저 들었지만 이내 마음을 돌려주신 하나님의 위로하심에, 갈수만 있으면 달려가고 싶고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말이라도 듣고, 도와주고, 데리고 오고 싶은 엄마 심정 네가 알겠니?


며칠은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며 쓰러져, 입원했다가 이제 좀 기력을 찾았구나. 그래도 엄만 널 믿는다. 네 편지를 보고, 너무 고맙고 안도감을 느낀 것이, 하나님에 은혜를 우리 아들이 알게 되었고 그분에 심정을 알게 된 것과 엄마에 기도가 헛되지 않고. 늦게나마 고통 속에서 새 믿음을 찾게 되고 말씀을 사모하며 오히려 이 엄마를 위로하는 말씀, 말씀을 적어 보낸 아들이

기특하고 대견하고, 힘들어도 꼭 잘 견뎌내리라 확신이 오더군아. 물론, 답답하고, 외롭고 자유롭지 못하고 괴롭겠지만 어쨌거나, 순간에 이성을 잃고 잘못 행동한 너에 실수로 인한 또 다른 공부라 생각하고, 사내대장부가 한 번은 이런 일을 겪고 나면 더 강해질 수 있고.

두 번에 실수는 안 해야 된다는 결심도 되고, 좋은 쪽으로 생각하자.


아들아! 잠언을 읽어보아라. 우리 인간에 지혜는 한계가 있다. 하나님에 지혜를 얻는 자가 되어라.

그중에 잠언 3장 5~7절에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의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 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스스로 지혜롭게 여기지 말지어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악을 떠날지어다” 아멘. 잠언과 시편, 사도행전을 먼저 보거라. 하나님 말씀은 다 감동이지만...


할 말은 많은데 마음만 급하고 잘 전달이 안되는구나. 네 짐 문제도 그렇고 힘을 쓰고 있지만 마음처럼 처리가 안된다. 엄마 빽은 기도밖에 없고 하나님께서 널 사랑하심으로 또 다른 공부를 시켜주신다 믿고, 감사하자. 엄마 또한 새 각오로 새 힘을 얻어 또 한 번. 이 시험을 이겨보련다.


아들아. "사랑한다....." 하나님께 맡기고, 재판을 잘 받을 수 있도록 철야 기도를 할 것이니, 밤 9시 이후에 같이 마음을 모아다오. 성경책에 엄마사진 한 장 넣었다.

책갈피 꽂아 놓은 장 “시편 138편”을 읽거라.

그럼, 힘들어도 또 부탁한다. 강하고 담대해라. 맘 편히 먹고 건강해야 한다. 더 좋은 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고 기다리자. 알았지,

잘 있거라. 할 수 있으면 전화도 하고 또 편지하거라.





프레데릭과의 대화는 참 유익하다. 물론, 디자인을 전공한 영철이 형과의 대화도 참 유익했지만,

조금은 다른 장르였기에, 영철이 형과의 대화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 특유의, 감각적 대화가 오가며 무언가 새로운 자극을 얻게 되었다면, 프레데릭과의 대화는 같은 영화를 전공했기에 제시된 현실과 문제를 어찌 해결할 것이며, 풀어나갈 것이라는, 좀 더 실질적인 대화와 직접적인 관심, 대화이기에 언어적 문제를 제외하고는 소통이 같았다.


오전에 부모님들의 걱정과 우리의 뉘우침 그리고 영화에 대한 수많은 고민과 방안을 토론하였고,

그 중 한 이야기를 쓰겠다.


"나는, 우리들은 영화감독이고 예술가다. 그러기에 모든 시선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한번 비틀거나

꼬아 다르게 바라본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이곳 감옥에 있다. 모든 것이, 현실이, 꼬이고 비틀려져서

이곳에 있는 것이다. 이 비틀어짐이 분명 언젠가 풀리겠지만, 그저 풀리기만을 바라지 말고,

이렇게 비틀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비틀어 주신 방향으로 우리가 돌아서서 진정으로 새로운 사람이 되자. 분명 언젠가 이 비틀어진 것은 풀린다. 풀리기만을 멍하니 기다리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말고, 우리가 그곳으로 돌아서서 진정한, 진정으로 새로운 사람이 되자."


또한, 유진이 형과 영철이 형은 '하이(high)'를 추구했지만, 나와 프레데릭은 '다운(down)'을 추구했기에 자연스레 코드가 같을 수밖에 없다,


러시아 할아버지는 4년형을 받았다. 2년 6개월을 감옥에서 더 보내야 한다. 걱정하는 나를 바라보며, 웃으며 "태양을 즐기고, 현실을 즐기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나는 괜찮다. 행복하다." 그리고는 커피 있냐 묻는다.


히브리서 3장 9절. 잠언 23장 25~35절을 프레데릭에게 적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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