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대신 앞치마를 두른, 어느 경찰관 아빠의 기록

​제 7화 "아빠, 나 체포할 거야?" SPO 아빠의 좌충우돌 거실 훈육

by 장경장

​제 7화 "아빠, 나 체포할 거야?" SPO 아빠의 좌충우돌 거실 훈육법


​(부제: 범죄자와의 기싸움보다 어려운 남매와의 거실 대치극)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일하며 나는 수많은 위기 청소년들을 만났다.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 때로는 격앙된 학부모들까지.


그 팽팽한 기싸움과 갈등의 한복판에서도 나는 꽤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중재해 왔다.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적극적 경청',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객관성 유지', 그리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관심사 돌리기'까지.


상담과 수사의 정석이라 불리는

이 고급 기술들만 있다면, 육아휴직 기간 동안 마주할 아이들의 투정쯤은

가볍게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자만했다.

​나의 그 알량한 자만심이 산산조각 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평화롭던 거실, 장난감 하나를 두고 첫째와 둘째의 난투극이 벌어졌다.


나는 베테랑 수사관처럼 근엄한 표정을 짓고 두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자, 멈추고 아빠한테 차근차근 이야기해 봐."


적극적 경청과 중재를 시도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나의 심리학적 접근은 "내 거야! 으아앙!"

하며 드러눕는 둘째의 막무가내 본능 앞에서는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세상의 중심이 본인인 첫째는 논리적인 방어 대신 기상천외한 떼쓰기로 내 멘탈을 흔들었다.


"이거 다 아빠 때문이잖아! 나 이제 아빠 미워! 아빠 싫어할 거야!"


​교과서적인 훈육을 하겠다며 단호하게

"동생을 때리는 건 절대 안 돼!"라고 목소리를 깔았지만, 아이의 서러운 눈물 앞에서는 내 안의 경찰관 자아가 자꾸만 붕괴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기는 '웃음 참기'였다.

입술을 삐죽이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쫑알쫑알 자기주장을 펼치는 그 작은 입술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무너지는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허벅지를 꼬집고 입술을 꽉 깨물어야 했다. 취조실에서 용의자가 수사관을 웃기면 그 수사는 망한 거나 다름없듯, 거실에서도 훈육 중에 아빠가 웃음을 터뜨리는 순간 경찰관의 권위(?)는 영영 끝이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카운터펀치는 내 직업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첫째의 당돌한 한마디였다.


평소 첫째는 "우리 아빠는 나쁜 사람을 체포하는 경찰관"이라는 굳건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남매의 싸움을 뜯어말리며 내가 유독 단호하고 엄격하게 첫째를 혼내던 때였다.

"때리는 건 나쁜 행동이라고 아빠가 말했지?"


그러자 잔뜩 주눅이 든 나율이가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을 그득 매단 채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빠… 나 나쁜 짓 했으니까, 이제 나 체포할 거야…?"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며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내 딸을 체포하다니! 수갑은커녕 세상의 모든 별을 다 따다가 두 손에 쥐여주고 싶은 내 딸에게 말이다. 간신히 웃음을 꾹 참고


"아니야, 체포하는 게 아니라 아빠가 속상해서 가르쳐 주는 거야"라며 상황을 무마했지만,

내 심장은 이미 아이의 귀여움에

완벽하게 항복한 상태였다.


이 엉뚱한 세계관은 종종 거실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둘째가 첫째의 장난감을 빼앗고 도망가는 날이면, 첫째는 다급하게 내게 달려와 손가락으로 동생을 가리키며 외친다.


"아빠! 동생이 나 때렸어! 당장 동생 체포해!"


거실은 순식간에 꼬마 고발인과 꼬마 용의자, 그리고 웃음을 참다 쓰러지는 경찰관 아빠가 공존하는 미니 파출소가 되어버린다.

​이런 좌충우돌의 시간들을 겪으며,


나는 거실이라는 가장 치열한 현장에서 경찰관의 '권위'나 '논리'를 완전히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아이들은 수사로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새롭게 찾은 진짜 훈육의 기술은

'단호함'과 '기다림'이었다.


아이의 감정이 격해져 울음을 터뜨릴 때,

나는 억지로 상황을 종료시키거나 다그치지 않는다. 그저 단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빠는 여기서 기다릴게. 마음이 진정되면 그때 아빠한테 말해줘."


그리고 아이의 눈앞에 가만히 앉아 5분이든 10분이든 아이의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묵묵히 기다린다.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마침내 아이가 훌쩍이며 "아빠, 나 마음 다 진정됐어…"라고 조그맣게 말할 때,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스스로 감정을 추스른 아이는 먼저 "동생 때려서 미안해"라고 사과를 건넨다. 그러면 나 역시 훈육의 마침표로 반드시 나의 사과를 전한다.


"아빠도 아까 무서운 목소리로 혼내서 미안해. 그래도 아빠는 우리 딸(아들)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그리고는 아이를 품이 부서져라 꽉 안아준다. 단호했던 아빠의 표정이 따뜻한 미소로 바뀌고, 체포할 듯 굳어있던 두 팔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수갑이 되어 아이를 껴안을 때,

비로소 아이의 얼굴에도 평온한 웃음이 번진다.
​세상에 수많은 훈육 이론이 있지만,


내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짜 훈육이란 결국 흔들리지 않는 '단호함'과 폭풍우가 지나가길 믿고 버텨주는 '기다림',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단숨에 녹여내는 뜨거운 '포옹'이었다.


밖에서는 그 어떤 비행 청소년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베테랑 SPO지만,

퇴근 후 거실에서는 5살, 3살 꼬마 빌런들(?)의 눈물 한 방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아빠.


나는 오늘도 수갑 대신 포옹으로 우리 집의 평화를 지키며, 서툴지만 가장 단단한 진짜 아빠로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