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화 "아빠, 내일 또 놀자!" 복직을 앞두고 받은 최고의 표창장
(부제: 수갑의 무게를 다시 견디게 할,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나의 전리품)
길고도 짧았던 육아휴직의 마지막 밤.
옷장에 고이 모셔두었던 경찰 제복을 꺼내어 다림질판 위에 올렸다.
지난 몇 달간 분유 냄새가 밴 아이들의 작고 부드러운 내복만 개다가,
빳빳하고 각 잡힌 제복을 쓰다듬으니 그제야 내일이면 다시 치열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피부로 와닿았다.
제복을 옷걸이에 걸어두고,
나는 조용히 방 문을 열었다.
새근새근 옅은 숨소리를 내며 잠든 첫째와 둘째. 달빛에 비친 천사 같은 두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나는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휴직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내 무릎 언저리에 오던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이불 밖으로 발이 삐져나와 있었다.
내가 24시간 아이들의 곁을 지키며 밥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고, 놀이터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뒹구는 동안, 아이들은 나의 시간을 먹으며 그토록 눈부시게 자라난 것이다.
잠든 첫째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다 문득 코끝이 찡해졌다. 첫째가 막 세상에 태어나 뒤집기를 하고 첫걸음마를 떼던 그 가장 경이로운 시간 동안, 나는 중앙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느라 곁에 있어 주지 못했다.
늘 마음 한구석에 빚처럼 남아있던 그 아쉬움을, 둘째의 육아휴직을 통해 비로소 갚을 수 있었다.
첫째에게 주지 못했던 온전한 아빠의 시간을 둘째를 통해 겪어내며, 나는 벅찬 경이로움과 동시에 첫째를 향한 깊고 시린 미안함을 남몰래 삼켜야 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출근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
"아빠, 어디 가? 왜 가? 제발 가지 마…."
현관문을 나설 때마다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먹이는 첫째와, 아직 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내 목을 꽉 끌어안고 절대 내려오지 않으려 발버둥 치며 오열하는 둘째. 그 작은 손들을 억지로 떼어내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릴 때마다 아빠의 억장은 수천 번도 더 무너져 내릴 것이다.
다시 일터로 돌아가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예전만큼 가족에게 신경 쓰지 못할 것이라는 죄책감, 그리고 이제는 다시 우리 가족의 밥벌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서늘한 책임감이 파도처럼 널뛰며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그 모든 미안함과 고단함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마법 같은 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녹초가 되어 돌아온 퇴근길,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이다.
"아빠아아아!!! 아빠다!!!"
현관문이 부서져라 소리를 지르며 맨발로 뛰어나오는 두 아이.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한 것처럼 내 다리에 매달려 얼굴을 비비고 까르르 웃는 그 경이로운 환대.
누군가에게 이토록 절대적이고 열렬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내 목을 끌어안는 아이들의 따뜻한 체온이 닿는 순간, 하루 종일 나를 짓눌렀던 사건 사고의 피로와 스트레스는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린다.
"아빠, 오늘 진짜 보고 싶었어. 내일도 나랑 또 놀자!"
잠들기 전 내 목을 와락 끌어안으며 첫째가 속삭였던 그 한마디.
그것은 내가 경찰 생활을 하며 받았던 그 어떤 표창장보다, 그 어떤 특진의 순간보다 더 눈부시고 위대한 최고의 표창장이었다.
육아휴직을 통해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전리품은 바로 이 끈끈하고도 절대적인 가족과의 '유대감'이었다.
나는 육아휴직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생존을 위해, 성공을 위해 투잡과 쓰리잡을 뛰며 앞만 보고 달리던 'N잡러 장경장'은 이제 없다.
휴직을 통해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가족이 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 삶의 나침반은 이제 오직 '가족의 행복'이라는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빳빳하게 다려진 제복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어깨에 얹힌 계급장의 무게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도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밖에서 흉악한 범죄를 막고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이유는 거창한 사명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오롯이, 사랑하는 내 아내와 나의 우주인 첫째, 둘째가 한없이 따뜻하고 안전한 세상에서 걱정 없이 맘껏 뛰어놀게 하기 위함이다.
나는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경찰관이자,
내 가족의 평온을 목숨 걸고 사수하는 전속 안전요원이다. 안으로는 나의 가정이라는 작은 우주를 포근하게 지켜내고, 밖으로는 내 가족이 살아갈 세상이라는 큰 우주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든든한 방패.
그것이 서툴렀던 살림 쪼렙 남편에서
진짜 아빠로 거듭난, 어느 경찰관 아빠의 가장 눈부시고 단단한 출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