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갑 대신 앞치마를 두른, 어느 경찰관 아빠의 기록

[에필로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직업은 '아빠'입니다

by 장경장

[에필로그]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직업은 '아빠'입니다


​(부제: 수많은 명함표 뒤에 숨겨진, 내 인생 가장 영광스러운 타이틀)


​월급 178만 원을 받으며 막막한 미래와 싸우던 청소년 상담사, 투잡과 쓰리잡을 오가며 코피를 쏟던 치열한 N잡러,

그리고 마침내 제복을 입고 현장을 누비게 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경찰관까지.


내 인생의 궤적에는 참으로 다양하고 무거운 수식어들이 훈장처럼 훈장처럼 따라다녔다.

누군가 내게 그 수많은 타이틀 중 가장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것이다.


내 인생 가장 영광스럽고 위대한 타이틀은 단연코 '아빠', 그리고 '남편'이라고.

​좋은 아빠, 좋은 남편, 그리고 든든한 가장이 되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내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향성이다.

그동안 내가 거쳐왔던 수많은 직업과 밤낮없이 흘렸던 땀방울들은 결국 이 위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나에게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끝까지 지켜내야 할 단 하나의 성역은 바로 '가족'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보수적인 경찰 조직에서 "육아휴직을 쓰겠습니다"라고 말하던 날, 내 손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승진에서 밀려나지는 않을까,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결재 버튼을 누르며 주저하던 과거의 나에게, 휴직을 마치고 한 뼘 더 단단해진 지금의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때 용기 내어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줘서 참 고맙다. 네 덕분에 지금 아이들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게,

그리고 맑게 웃으며 자라고 있는지 봐.

아이들과 아내가 너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고 의지하게 되었는지 보라고.

이 모든 기적은 네가 선택한 육아휴직 덕분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커리어와 육아 사이에서 휴직을 고민하며 망설이고 있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아빠들에게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아이의 '지금' 모습은 오직 '지금'뿐입니다.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놀아달라 조르는 3살, 5살의 천사 같은 모습은 내일이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없을 찰나의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소중한 내 아이의 오늘을, 부디 조금 더 눈에 담고 마음에 새겨보세요.

서툰 아빠라도 괜찮습니다. 아이 곁에 머물러주겠다는 그 작은 용기 하나면 충분합니다.

​육아휴직을 하며 나 역시 수없이 무너졌다. 끝없는 빨래 산과 젖병 앞에서, 바닥에 뒹구는 밥풀을 닦아내며 문득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러고만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깊은 상실감과 우울감에 빠진 날도 많았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세상의 모든 워킹맘, 워킹대디, 그리고 전업주부 여러분. 여러분이 흘리는 그 땀방울과 눈물은 결코 무의미하게 증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깎여나간 그 희생의 자리만큼,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세상 그 어떤 비바람도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하고 따뜻한 '사랑'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그 고단한 하루 덕분에,

아이들은 더 큰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눈부신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돈을 조금 더 벌면"이라는 핑계로 아이와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세요.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그리고 따뜻한 포옹은 바로 '지금' 해야 합니다.


​오늘도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며 퇴근을 서두르고, 집에 돌아와 쉴 틈도 없이 다시 육아 출근을 하는 맞벌이 부부들.

그리고 24시간 이름도 없이 온몸을 갈아 넣어 가정을 지키고 있는 모든 육아 동지들에게 가슴 깊은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도, 우리를 향해 소리 지르며 달려오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미소를 떠올리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버텨냅시다.

​수갑을 차고 범인을 잡는 일도 훌륭하지만,

한 생명의 우주를 온전한 사랑으로 키워내는 일만큼 위대한 임무는 없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숭고한 직업, '아빠' 그리고 '엄마'입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