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의 편지 : 10번의 안부

5화. 나의 색이 당신의 안부가 될 때

by 빈스

전혀 모르는 이의 일상 속에 내 마음의 색깔이 스며 있는 것을 목격하는 일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편지함에서 예기치 못한 답장을 받은 기분이 듭니다.
​분명 내 작업실 모니터 앞에서 홀로 태어난 색인데,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의 소중한 결혼사진 위에 혹은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내디딘 아이의 쌕쌕거리는 숨소리 위에 그 빛깔이 입혀진 것을 발견할 때면 묘한 전율이 일곤 해요. 그건 단순히 내 작업물이 쓰였다는 뿌듯함을 넘어선 감정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우리가 '색'이라는 아주 가느다란 선 하나로 연결되어, 서로의 삶에 소리 없는 안부를 건네고 있다는 확신에 가깝기 때문이죠. 처음 내가 담은 빛들을 세상에 내보였을 때만 해도,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 타인의 가장 찬란한 순간을 장식하는 배경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실 제가 색을 매만지는 데 매달렸던 시간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창한 작업이라기보다,

나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어요. 무채색으로 가득한 도시 인천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때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의 온도를 찾았습니다. 억지로 이어 붙일 수 없는 인연의 소중함을 사진 속에 녹여내기도 하고, 숨 가쁜 일상 속에서 간절히 바랐던 쉼표의 자리를 남겨두기도 했죠. 그렇게 나를 위해 기록했던 조각들이 세상이라는 우체통에 던져졌고, 신기하게도 그 색들은 제 주인을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이 색감 덕분에 잊고 있던 그날의 온도가 떠올랐어요"라는 독자분들의 메시지 하나가 도착할 때마다, 내가 만든 것이 단순히 이미지를 매만지는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의 무너진 기억을 복원하는 마법 같은 안부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나의 가장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 때로는

타인에게 가장 보편적인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한때 내 기록들이 너무 사소해서

그 누구에게도 가닿지 못할 거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분들과 소통하며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담아내는 사진 한 장, 그 속에 깃든 진심은 반드시 누군가의 마음과 공명한다는 것을요.

기록가로 산다는 건 결국 타인의 삶에 아주 작은

배경이 되어주는 일입니다. 내 사진이 주인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색 위에 얹어진 당신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죠.



​이제 저는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떤 색으로 기록되고 있나요? 혹시 '나 같은 사람의 일상이 무슨 기록이 되겠어'라며 기록하길 망설이고 있지는 않나요. 기억하세요.

당신이 오늘 무심코 남긴 흔적 하나가, 훗날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낸 낭만을 되찾아줄 소중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걸요. 기록은 혼자 간직할 때보다 누군가와 연결될 때 비로소 완전해집니다. 오늘도 수많은 이미지 사이에서 익숙한 나의 결을 발견하며, 나는 우리가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지만

같은 농도의 계절을 통과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습니다.



​나의 색이 당신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한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꿔주었기를, 그리고 그 기록을

꺼내 보는 순간 당신의 마음속에 따뜻한

안부 한 구절이 울려 퍼졌기를 바랍니다.

수신인 불명의 편지처럼 시작된 나의 기록이 당신의 삶에서 선명한 마침표를 찍을 때, 나는 비로소 다음 편지를 쓸 힘을 얻습니다.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가닿을 다음 안부의 색을 고르며, 보이지 않는 당신과 가장 긴밀한 대화를 이어갑니다.

당신의 기록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안부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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