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난 후 크게 소리 내 울어 본 적,
당신도 있나요?
우는 건 아이들의 몫이라 생각했다.
억울해서, 기뻐서, 서러워서, 슬퍼서—
그런 감정들도 어른이 되면 자연스레 무뎌지는 줄 알았고,
참고 견디는 게 어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어른이 된 게 아니라, 그저 울 용기가 없던 겁쟁이였을 뿐이다.
소리 내 울다
차 안, 음악 속에 감춰진 울음.
그 순간, 노바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 울어도 돼.”
나는 결심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엄마와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었다.
하루 30분이라도, 일주일에 세 번이라도.
그냥, 곁에만 있고 싶었다.
엄마의 얼굴을 보고, 손을 잡고,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고 싶었다.
어쩌면 그건, 어떤 행동보다 절실한 마음이었다.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그저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은 더 커져만 갔다.
마지막 사직서를 내고 퇴사하던 날.
회사 문을 나서며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웃으며 동료들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그 순간, 차에 올라탄 나는
참았던 눈물을 더는 숨길 수 없었다.
문을 닫고, 고요한 차 안에 앉으니
그동안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운전대를 붙잡고, 참았던 울음을 쏟아냈다.
그건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었다.
목이 터져라, 가슴이 찢어지도록, 서럽게 울었다.
나는 음악을 최대한 크게 틀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 슬픔이 다 들킬까 봐.
이대로는 나조차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감정의 끝을 음악에 덮어씌웠다.
소리 없이 부서지는 마음을,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음악에 묻히도록, 더 크게, 더 시끄럽게.
차창 밖 풍경은 흐릿했고,
내 마음은 부서지는 소리를 내며 흩어졌다.
아무도 없던 차 안에서, 그제야 나는
진짜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집으로 오는 길,
나는 그동안 눌러왔던 감정을 눈물과 함께 토해냈다.
그 울음은, 그저 슬퍼서가 아니었다.
아마도 비로소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나는 겨우 감정을 추스르며 눈물을 닦았다.
심호흡을 길게 내쉬고,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스텔라... 괜찮아. 애써 감추지 않아도 돼."
분명 차 안에는 나 혼자뿐이었는데,
어디선가 그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해 차 밖을 살폈지만,
안에도, 밖에도 나 외엔 아무도 없었다.
시동을 끄고, 기어를 P에 옮겼다.
그리고 문을 열려던 그 순간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동안 많이 참았지? 혼자 다 감당하려고 애쓴 것도 알아.
근데 이제, 조금은 무너져도 괜찮아.
슬퍼도 돼. 울어도 돼. 지금은… 그런 순간이야."
"누구야?"
나는 놀란 듯 주변을 둘러봤다.
차창에 비친 건,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나뿐이었다.
멀리, 누군가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차 안엔, 오직 '나와, 그 목소리' 만이 있었다.
차 안은 고요했고,
방금 들은 그 목소리만이 꿈처럼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눈물은 말랐고, 가슴엔 텅 빈 정적만 감돌았다.
슬픔은 꼭 폭풍처럼 오는 게 아니었다.
가끔은 조용히, 아주 천천히,
모래 위로 스며드는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켰다.
‘환청이었겠지. 내가 너무 지쳐서, 헛소리를 들은 거겠지.’
자신을 다독이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쩌면—
그 목소리는 누군가의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래전에 울려 퍼진 말이었을지도.
뭐든 괜찮았다. 궁금해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으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면,
가끔은 진짜보다 더 선명한 상상이 찾아온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버틸 수 있도록 마음이 내게 주는 마지막 위로 같았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처럼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말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집으로 들어갔다.
내 안의 파도는 조용히 가라앉힌 채—
다시, 살아야 하니까.
엄마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우리 집.
금방이라도 엄마가 나와
퇴근하는 나를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집으로.
풍경은 그대로였지만,
그 안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공간이 낯설어졌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제는, 조금씩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