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마시며
집으로
집으로 걷는 날
해가 중천에서 지쳐 하직한 듯해
남은 가로등 빛으로 스며든다
나는 그 가로등을 향해 가
빼쩍은 목을 기대고
지나가는 나방은
빛을 머금은 천사가 되어
나의 머리 위 고리를 만든다
가로등 기둥의 쇠 냄새는 내 몸속
철분이 되고
어디서 모아 온 지 모르겠는 쇠똥 냄새
도원수 쇠똥구리 장군의 모험을 보며
그 냄새 속 푸릇한 정 내음 한 나절 한가득
새싹의 생각이 나를 짓누르고
먼 길을 떠나는 세계 일주가 공기씨도
사랑하는 가족을 어깨에 짊어진 개미 아저씨도
정겹게 모임을 나온 민들레 아주머니들도
모두 한데 기대어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는 출발이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가기엔 너무나 고단하고 껄끄러울 것이라 했던 나의 적막을 깨부순다
초봄 밤공기 별 아래 모두가 한데 모여
지친 온기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