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지나면 봄이 올 거라 말했는데

같이 봄을 지내자 했어요

by 강예이

아슥한 밤이 왔다

눈을 뜨고 사방을 찾으려 해도 아슥한 밤이

나를 덮친다


기억 잃은 사랑은 먼저 끊어낸 사람의

참혹한 손에서

비롯됐다


전기선 위에서 죽어간 비둘기처럼

돌팔매질에 눈을 못 감고 썩어간 참새처럼

순간의 용기

순간의 사랑도

아슥한 밤 속 마음을 먼저 도려낸 사람의

참혹한 손에서

시들어갔다


해가 길어지는 사월엔

아슥한 밤이 점점 떠나갈 듯해

서러운 벌레를 터트려 밟는 서러운 나의 걸음을

새로워지려 하는 봄은 날 반기지 않고


사랑은 가득 부풀어 내 안에 꽁꽁 싸매질 듯

가슴을 기대하게 해 내 눈앞에 영원히

보여질 것 같은 그것도 참혹하게 스쳐갈

운명이란 것을

그럼에도

그렇게라도 날 스쳐간 순간이

다시 나에게 닿기를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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