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나는 곳 : 숨결식당

2장. 추락

by 대성림

2장. 추락


편의점을 나왔다. 자동문이 닫혔다.


밖은 더 어두웠고 젖은 공기가 얼굴에 붙었다. 주머니 안에서 진동이 울렸다. 짧게, 길게, 멈췄다가 다시 울렸다.

꺼내지 않았다. 천 너머로 화면의 빛이 스쳤다.

‘엄마.’

이름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다른 창이 열렸다.

‘LIVE BET’ ‘즉시 참여’. 작은 글씨였다.

불빛이 모인 쪽으로 걸었다.


네온과 홀로그램, 떠 있는 수치들이 길처럼 이어졌다.

‘ARENA-X’ ‘VR ZONE’ ‘LIVE BET’.

글자들이 겹쳐졌다가 또렷해졌다.


자동 경사로에 올라섰다. 바닥이 천천히 내려갔다. 발은 멈추지 않았다.

입장 확인. 자동 연결.


안은 어두웠다. 높은 천장과 검은 패널, 얼굴 없는 소리들.

전자음과 환전기 소리, 칩이 떨어지는 소리가 겹쳤다.


캡슐에 앉자 덮개가 턱 아래까지 내려왔다.

딸깍.


빛으로 만든 도시가 펼쳐졌다. 너무 선명해서 현실 같지 않았다.


[승률 61%] [추천 배팅: ALL-IN]


버튼이 깜빡였고 맥박 표시가 함께 흔들렸다.

손가락이 멈췄다. 숨이 걸렸다.

그래도 눌렀다.


3

2

1


패배.

잔액은 0이었다.


생각이 비었다. 머리가 잠깐 하얘졌다.


[아쉽네요. 다음 기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긴급 회복 모드. 한도 확장 승인.

다시 눌렀다. 또 졌다.


덮개가 올라갔다. 현실이 돌아왔다. 빛이 눈을 찔렀고 손이 떨렸다.

일어났다. 다리가 늦게 따라왔다. 벽을 짚었지만 아무도 보지 않았다.


출구로 걸었다. 뒤에서 전자음이 울렸다. 새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자기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


밖의 공기는 탁했다. 비 냄새와 배기가스 냄새가 섞여 있었다.

숨을 들이마셨다. 깊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서 있었다.

보이지 않는 줄에 묶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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