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카메룬, 인도네시아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이제 여기 우한에 온 지 한 달이 돼 갑니다. 시간이 정말 쏜살같이 흐르네요. 우한은 날씨가 따뜻한 편이라 지금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여기저기 연분홍, 진분홍, 흰색 벚꽃이 활짝 핀 풍경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만, 비가 자주 내려서 활짝 핀 벚꽃과 미처 피지도 않은 꽃망울이 금방 후두득 떨어져서 좀 아쉽습니다. 올해는 비가 줄곳 와서 모든 벚꽃이 만개한 경치는 보기 힘들듯 합니다. 학교 홍보 동영상에서 보던, 마치 cg처럼 아름답던 우한대학교 벚꽃 풍경을 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중국에서도 손꼽힐 만큼 유명하다는데 말이죠.
오늘은 우리 반 학우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제일 먼저 친해진 민페이. 튀르키예 친구고요, 한국에 관심이 엄청나게 많아요. 김치, 라면, 떡볶이 등 좋아하는 한국 음식도 많고 한국 드라마를 정말 많이 봐서 "괜찮아요." "안 돼요.""맛있어요" 같은 간단한 한국어도 잘한답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니까 종종 피곤해하고 음식 문제로 배가 자주 아파서 좀 걱정스럽긴 하지만 늘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살아가는 아주 귀여운 학생입니다. 교실에서는 제가 민페이 앞에 앉습니다. 앞뒤로 앉아서 공부하고 있어요.
내 짝꿍은 두 명입니다. 한 명은 시모어, 한 명은 밍똥. 시모어는 카메룬 학생이에요. 키도 크고 덩치도 있지만 순둥한 표정에 질문을 많이 해서 선생님들이 모두 귀여워합니다. 게다가 1년 만에 초급에서 고급으로 올라올 만큼 중국어 실력도 출중해요. 지지난주에는 수업시간 내내 수학을 풀길래 왜 푸냐고 물어봤더니 지난주 일요일에 본과(우한대학교 공대) 입학시험을 본다고 하더라고요. 중국어, 수학, 그리고 한 과목(무슨 과목인지 까먹었어요.) 이렇게 세 과목을 본다고 했어요. 시험이 끝난 후 어땠냐고 물어보니 수학 시험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합격 발표 난다고 했는데 내일 학교 가면 물어봐야겠어요.
시모어 덕분에 저는 카메룬이 올해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것과 카메룬 수도는 야원더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모어가 <오징어 게임>을 봤다면서 이병헌을 가장 좋아한다고 해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병헌이 귀마역을 더빙을 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일주일에 농구를 4번 하고 매일 저녁 6시에는 짐에 가서 운동을 한다는데 실제로 짐에서 운동하다 만나기도 했습니다. 기숙사에서도 같은 4층에 살아서 가끔 엘레베이터 앞에서 마주치기도 합니다. 시모어는 중국어 말하기를 정말 잘해서 제가 한 번은 "넌 중국어 말하기 수업에서 긴장 안되지?"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시모어가 "나도 긴장해"라고 답해서 놀랐다죠. 뜻도 잘 모를 것 같은 한자를 어찌나 열심히 쓰면서 연습하던지 그 열정과 노력에 박수 쳐주고 싶습니다. 올해 20살인 청년이라 제 아들 같은 느낌도 있어서 머리 쓰담쓰담해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습니다. ^^
시모어 옆에 앉는 밍똥은 인도네시아 학생이에요. 올해 18살인데 정말 성실히 공부합니다. 매주 월요일 받아쓰기 시험 보는데 늘 단어를 다 외워오고요, 작문 숙제도 혼자 힘으로 써옵니다. 작문 선생님이 AI의 도움을 받아도 되니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쓰라고 해서 저는 맘 놓고 AI도움을 받고 있거든요. 이렇게 적고 보니 비교되네요. ^^ 밍똥은 스스로 한자를 써가면서 작문을 하는데 어린 학생이지만 글을 잘 썼다고 작문 선생님이 엄청 칭찬하시더라고요. 한자도 낯설고 중국 문화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을 텐데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저도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물론 시모어나 민똥은 수업이 지루하다싶으면 종종 게임도 합니다.
사실 어학연수를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저는 우한대학교에 와서야 비로소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이 중국어를 배울 때의 어려움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지난주 종합 수업에서 선생님은 중국 고대 달력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양력 사용하기 전에 중국은 갑자, 을축과 같은 육십갑자를 사용해 연, 월, 일, 시를 기록했으며 특히 시간은 매 두 시간마다 자시, 축시, 인시 등으로 불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한국도 같은 역사를 갖고 있기에 중국어로는 이렇게 표현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유심히 들었는데 수업 후에 민페이가 오늘 수업을 이해했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80~90% 정도 알아들었다고 했는데 민페이는 40% 정도만 이해했고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저는 서양인들에게 '육십갑자'라는 옛날 달력 개념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한국 학교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수나라, 당나라, 송나라,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등 중국 역사를 배우고 한국에 공자, 루신 등 중국 유명인들이 널리 알려져 있어서 한국인은 중국어를 공부하기에 매우 유리하다는 사실도 새삼 느꼈습니다. 반면 외국인들은 이런 기본적인 상식이 없이 공부하려니 훨씬 더 어려울 텐데도 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성과내는 모습이 대단하게 다가왔습니다.
지난주 종합 수업시간에는 중국작가 싼마오의 수필 <사막 속의 중국식당>를 같이 읽었습니다. 싼마오의 수필에는 일본 김이 등장합니다. 저는 외국인 친구들이 김을 모를것 같아 한국에서 가져온 김을 수업끝난 후 시모어와 밍똥에게 주었습니다. 민페이에게는 진작에 주었는데 그녀는 제가 준 한국 김을 보자 평소 김을 잘 먹는다며 엄청 좋아했습니다. 밍똥은 방에 가져가서 바로 먹었는지 처음 먹어본 김이 맛있었다고 며칠후 말해주었고 시모어는 아직 안 먹었다고 했습니다. 싼마오의 남편이 김을 처음 보고 "검은 복사지" 같다고 했는데 시모어도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내일 수업에서 물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