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지 못한 곰돌이젤리

특별함은 금세 사라진다

by 밤결






오늘은 아이와 아쿠아리움에 가기로 한 날이다.

오랜만에 네 가족이 뭉쳤다.

신난 작은아이의 콧노래가 차 안을 채워갔다.


"할머니 재밌게 놀고 올게요!"

배웅하는 할머니에게 큰아이가 말했다.

어딘가 들떠 보였다.




아쿠아리움에 가는 길,

어제 준비해 둔 곰돌이모양 젤리를 꺼냈다.

큰아이에게 한 봉지를 뜯어주며

"동생이랑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먹어!" 하고 건넸다.


달콤한 젤리를 하나, 둘 나눠먹던 아이는

봉지에 젤리가 두 개밖에 남지 않자,

누가 보지 않았을까 고개를 돌려보곤

모두 집어 한 입에 넣어버렸다.


때마침 오빠에게 젤리를 달라고 손을 내밀던

작은아이가 그 모습을 보곤

"오빠 다 먹으면 어떡해!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당황한 내가 새로운 젤리 한 봉지를 건네려 하자,

아내가 몸에 좋지도 않은 간식을 계속 준다며

눈을 흘기곤 크게 우는 아이를 달랬다.


나는 머쓱해져 너털웃음을 짓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아쿠아리움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긴 복도에 수조 늘어져 있고 사람들이 멈춰 서 있었다.

아이들은 유리 가까이 얼굴을 붙였다.

물고기들이 천천히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저쪽 커다란 수조에 상어가 있었고

아이들이 달려갔다.

나는 아이의 얼굴 표정을 살폈다.

놀라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아이에게 특별한 하루를 또 만들어줬다는

성취감을 채 느끼기도 전에,

아이는 바닥에 비친 불빛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나도 급하게 아이를 따라가서는

"저기 봐, 커다란 상어야! 상어 좋아하잖아" 하고

말했으나, 잠시 다시 수조를 쳐다보던 아이는

이내 출구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나는 아이를 의자에 앉히고는

가방을 열어 젤리를 꺼냈다.


"간식 먹을까?"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이거 좋아하잖아, 곰돌이젤리야" 하고

한 번 더 권했다.


아내가 돌아봤다.

"지금 젤리 먹으면 밥 안 먹어. 주지 마"

"나 배고파"


나는 뜯지 않은 젤리 한 봉지를 덩그러니 쥐고는

가방에 넣지 못한 채

다른 한 손으로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쿠아리움의 식당에 가서

상어가 보이는 수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와 짜장밥이었다.


음식이 나오자,

낯선 나라의 흥미로운 음식을 대하듯

허겁지겁 먹던 아이가 금세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밥을 먹지 않고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밥도 안 먹고 장난만 치면 어떻게 해!"

아내가 아이에게 말했다.

시무룩해진 아이가 말했다.


"맛이 없어 못 먹겠어"

"할머니 미역국이랑 밥 먹고 싶어. 집에 가자"

아내도 더는 채근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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