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겨나간 젤리와 싱거운 미역국
달콤한 향내가 차 안에 가득했다.
내리면서 보니 바닥에 젤리가 흩어져 있었다.
컵홀더에도, 카시트 틈에도 있었다.
한 움큼 쥐어가며 욕심냈던 젤린데.
이미 한 입 베어문 젤리 조각들도 보였다.
젤리를 치우려 한 데 모아 손에 담았다.
물이 묻어 그런지 손에 닿자마자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양손 가득 젤리의 흔적을 남기며 간단한 정리를 마쳤다.
할머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는
비누를 묻혀 아이의 손을 씻겼다.
거품이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며 젤리를 밀어냈고
달콤한 냄새는 물에 섞여 금세 사라졌다.
아이는 귀찮아했지만 어딘가 개운한 표정이었다.
"배고파요, 할머니!"
큰아이의 투정에 어머니의 표정이 익살스러워졌다.
"젤리 같은 거 말고 밥을 먹어야지 밥을!
할머니가 금방 미역국이랑 물고기 해줄게"
어머니는 개선장군 같은 표정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나는 말없이 소파에 앉아 창 밖을 봤다.
이윽고 하얀 쌀밥과 미역국, 생선구이와 달걀프라이
할머니집의 집밥이 식탁에 차려졌다.
미역국은 한 술 뜨던 아내는 일어나
주방에서 소금을 찾았다.
옆에 있던 아이는 국물에 밥을 말아 허겁지겁 먹었다.
"천천히 먹어 체할라"
할아버지는 천천히 먹으라 말을 하면서도
손으로는 분주히 생선가시를 발라
사라지기 무섭게 손주의 숟가락 위에 올려두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그릇을 살짝 끌어당겨
생선살을 발라 아이의 밥그릇에 얹어주었다.
어느새 아이의 밥그릇에는 생선살이 수북이 쌓였다.
아이는 싱거운 미역국과 생선살은 두 그릇이나 비웠다.
아쿠아리움 나들이가 힘들었던지
밥을 실컷 먹은 아이들은 잠에 들었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
거실로 돌아와 TV를 켰다.
TV속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화면 속 풍경은 몇 달 전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시간
아이의 흔적이 개나리처럼 스러져 갔다.
이렇게 단풍이 지고 눈보라가 지나간 뒤
다음 봄에는 낯선 꽃이 피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났다.
소파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
곤히 자고 있는 두 아이의 얼굴을 눈에 새겨두려는 듯
온 힘을 다해 바라보다가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나는
아이들의 얼굴을 쓰다듬던 손을 거두고는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주머니에서
가방에 넣지 못한,
뜯지 않은 젤리 한 봉지를 꺼내
그대로 내려놓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시리즈는
각각의 글 하나로도
읽고 즐기기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전 글을 함께 보시면
더 깊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by 밤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