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아린의 이야기(2)

by 천담

아, 시끄러워.

“얘들아, 이대로 앉아.”

“아 쌤~, 다시 뽑으면 안 돼요?”

“응, 안 돼. 빨리 자기 모둠으로 가.“

“아 씨, 너 왜 여기 모둠이냐? 아 진짜 개에반데.”

“아악! 진짜 싫어.”

“너도 3조야? 와아!”

조는 그냥 앉은 자리대로 하면 안 되는 걸까. 이동하기 귀찮다. 책상을 안 치우고 가는 놈들도 수두룩한데 그냥 내 자리에서 하고 싶다.

나는 아이들이 좀 빠진 뒤 전자칠판으로 다가가 내 자리를 확인했다. 2조네. 2조의 구성원은 나를 제외하면 3번, 14번, 21번이다. 아직 반 아이들의 번호를 외우진 못해 누구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박유진은 없으니 다행이다. 박유진의 번호는 진작에 외워뒀다. 이런 상황이 올 때를 대비해서 알아두는 편이 좋으니까. 나는 책과 필통을 들고 표시된 자리로 향했다.

짐을 책상에 얹고 나니 내가 자리를 잘못 찾아왔을까봐 불안하다.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지만 혹시 모르니 이 자리가 맞나 다시 한 번 확인해야겠다. 잘못 앉으면 안 되니까. 맞네, 교탁 기준 오른쪽 뒤에 있는 조, 그 중에서 왼쪽 두번째 자리. 내가 짐을 두고 온 자리와 일치한다.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자리로 향했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나머지 조원들이 모두 도착해있었다. 음, 전부 모르는 얼굴이다. 떠들고 있지 않은 걸 보면 서로 친하지도 않은가보다. 다행이다. 조별 활동을 하는데 나 빼고 다 친하면 정말 곤란하니까.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은 알 수도 있으니 명찰을 보자. 정수연, 모르는 이름. 김민찬, 모르는 이름. 이시연, 모르는 이•••. 잠깐, 이시연? 작년에 절교한 애가 신나게 욕하던 이름이다. 그런데 절교한 이유도 뒤에서 내 욕을 하고다녔기 때문이였다. 따라서 그 욕을 바탕으로 이시연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 안 되는데•••.

그래도 뭐라 욕했었는지 떠올려는 보자. 나중에 그게 진짜였는지 판단은 해봐도 되잖아.

‘아니, 진짜 음침하고 X같은 X이라니까? 너도 혹시 걔가 말 걸면 무시해. 같이 놀아서 좋을게 없어. 야. 듣고 있는거야, 김아린?‘

‘어어, 알았어.‘

‘예전에 친했었는데, 진짜 X같았어. 아니 글쎄 장난삼아 좀 때리고, 좀 놀렸다고 쌤한테 이르고 손절치더라니깐? 진짜 미친X이야.‘

역시, 판단할 가치조차 없다. 이시연이 잘못한 건 없다. 오히려 잘 대처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자기가 괴롭혀놓고 피해자인것 마냥 욕하고 다니다니. 이시연이 마음만 먹으면 학교폭력으로 신고도 가능할 것 같다. 불쌍하네, 그 애가 얘를 욕할때 전혀 제지하지 않은 나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얘들아, 그럼 시작해!”

시작하라고? 뭘? 아, 또 혼자 생각하느라 설명을 놓쳤다. 어떡하지.

“•••.”

우리 조에 침묵이 계속되었다. 누군가는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하니 내가 해야한다. 하지만 설명을 듣지 않아서 그럴 수 없다. 이러다가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어쩌지? 우리 조만 활동을 못해서 선생님께서 화를 내시면? 진짜 어떡하지.

후, 이러지 말고 일단 생각을 멈추자. 그래야 뭐라도 하지.

아, 어떡하지. 다들 눈치만 보잖아. 내가 나서야 하는데. 어떡하지. 안 되는데. 망한 것 같다.

생각이 안 멈춰진다. 어떡해. 진짜 어떡해. 불안하다. 내가 주도해야 하는데. 아까 딴 생각이나 하느라 설명을 안 들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했던 생각도 사실 나쁜 생각이다. 남을 내 멋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이 든다. 나중에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거지? 생각이 걷잡을 수 없게 뻗어나간다. 가슴이 조여온다.

“내가 생각하기엔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걷는 게 좋을 것 같아. 수업중에 몰래 스마트폰을 하는 애들도 많고 통제가 되지 않으니까.“

이시연이 말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걷는 것에 대한 토론이였구나. 아, 이제 할 수 있다. 뭘 해야 하는지 아니까 할 수 있다. 시작해줘서 고마워, 이시연.

“나도 동의해. 그리고 요즘 급식실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스마트폰을 하는 학생들이 많잖아. 이건 큰 문제라고 생각해.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걷는 것이 좋을거야. 수연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그 이후, 우리 모둠은 성공적으로 토론을 마쳤다. 중간에 선생님께서 잘하고 있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다행이다, 정말로.

***

이번 교시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체육 시간이다.

”오늘은 공 주고받기 연습할거다. 알아서 짝 정해.“

하•••. 어떡하지? 다른 아이한테 가서 같이 짝해달라고 할 용기는 없으니 기다리자. 둘, 넷, 여섯. 점차 아이들이 짝을 짓는다. 일곱, 다섯, 셋. 혼자 서있는 아이들이 점차 줄어든다. 남은 학생들은 나 포함 셋. 여기서 혼자 남으면 남자애들과 짝을 해야한다. 남자애와 짝이 되었다간 공을 잘못 맞으면 많이 아플수도 있으니 여기서 남으면 안 된다, 남은 두 명이 누구인지 확인하자.

이시연, 그리고•••, 아. 박유진이다.

나는 쏜살같이 이시연에게로 향했다. 그리고는 말했다.

“나랑 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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