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꺼내기로 했다(2)

세상은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는다.

by 박태초


그 고비들을 하나씩 넘겼다고 해서

내 인생이 영화처럼 찬란해진 건 아니었다.


극적인 반전도 없었고,

나를 괴롭히던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지도 않았다.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언덕이 있었고,

겨우 숨을 돌리면 다시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생각해 보면

나는 꿈이 많은, 평범한 아이였다.


그 꿈의 목록 어딘가에는

‘작가’도 있었다.


아, 물론 그때 내가 쓰고 싶었던 건

이런 생존 기록이 아니라

달콤하고 몽글몽글한 로맨스 소설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로맨스 대신 생존을 선택했다.

‘전문직 직장인’이라는 안전한 옷을 입은 채

작가라는 꿈은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두었다.


지금 그 비밀을 다시 꺼내게 된 건

아이들을 키우는 주변 언니들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요즘 학교 이야기들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듯 많이 다르겠거니 생각했지만


아직도 내가 겪었던 십 대의 그늘과 닮아 있었다.

아니, 어쩌면 빠른 정보 통신망으로 인해 더 은밀하고 집요해졌는지도 모른다.


주변 언니들의 말들을 듣는 내내

나는 문득

내가 애써 묻어두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의 나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혼자 버티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지나고 있을까.


나는 한동안 메모장을 켜지 못했었다.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았던 약점,

혼자 짊어지고 가야 할 흉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럼에도

결국 메모장을 열었다.


내 기록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거라고

거창하게 믿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차가운 교실 안에서의

세상이 전부인 줄 알았던 나에게

누군가가 조용히 말해주었더라면 좋았을 한 문장을

지금은 내가 건네보고 싶어졌다.


세상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한 번의 용기로 그 문을 열고 나오면

분명 다른 계절도 기다리고 있다고.


그래서

이제 나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바늘구멍만 한 빛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나의 가장 춥고 어두웠던 계절 이야기와

세상은 그 계절에서 멈추지 않고

결국 돌아오는 ‘나만의 찬란한 계절’

맞이하는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됩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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