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
유학준비는 잘 되가?
무슨준비를 말하는 걸까
말문이 턱 막힌다
장학재단도 불합격이구, 여전히 돈나올 구멍은 없다
선생님들은 1년 학비만 준비해 가라며,
가면 분명 수가 나온다며 기운을 북돋아 주시지만
그 약발이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두 해 보면 그것으로 된거라 생각하고
하루, 한달, 두달을 버텼다.
출국이 8주 남았다
그 하루하루를 나는 무슨 마음으로 지내야 하는 걸까
에베레스트 같은 등록금 앞에서
난 정말 아무 힘이 없다
7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어제 일어난 일이다.
학생중에 70대 할머니가 있다
우리가 만난지는 6개월정도 되었다
예전교회에서 바이올린을 가르쳐주던 꼬맹이들을
교회를 옮기면서 레슨을 못하게 되자,
왠지모를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바이올린을 좋아하나 더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를 두 명의 아이가 신경이 쓰였다
교회와 상관없이 가능할 때까지 바이올린을 가르쳐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장소를 물색하다가,
가까운 교회에서 교회분들을 공짜레슨에 끼워주는 조건으로
그 교회를 쓰도록 허락해 주었다
광고를 보고 찾아오신 두 명의 학생은 50대, 70대셨다
두분 모두 평생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어, 악기를 사두었다가
마침 기회가 생겼다며 쑥쓰러운 얼굴로 찾아오셨었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너무 좋아하는 초딩 둘, 할머니 둘
이렇게 네명의 그룹레슨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어서
대체로 즐겁고 부담없는 수업이었지만
사실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대충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
마지막에서 두번째 레슨이었던 어제,
할머니가 나를 가만히 부르시더니 봉투를 주셨다 봉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동안 수고 많이 했읍니다 적지만 유학 갈 때 보태세요"
...
봉투에는 그간 레슨비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들어 있었다
가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걸까 의심도 많았고,
천천히 그런 의심들을 자로 재어보고 무게를 달아보며 극복하던 중이었다
"결국 우리는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구원하시고, 그 후에 이 거룩한 일로 우리를 불러 주셨습니다.
전에 우리는 이 거룩한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일은 전적으로 그분께서 생각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알지 못하던 오래전에,
하나님이 예수 안에서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선물입니다. (딤후1:9-10)"
9월
가끔 힘들고 외로운 순간들이 바람처럼 불어오지만,
내 인생은 점점 본질에 다가가는 중인거다
파이팅 넘치게 살아야 겠다
8월
이번학기 등록금은 내 주위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알정도로 공공연한(?) 나의 고민이었다
여름방학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마련해 보기로 했었는데
벌리는 돈이 예상했던것보다 턱없이 적었다
미리 사둔 비행기표의 날짜는 다가오고 전혀 모이는 돈이 없으니,
방학 후반기에는 걱정과 근심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전혀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얼마나 믿음이 없는 사람인지 드러나는 날들이었다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한 가족들에게 더 짐을 지우는 것, 각각 살기바쁜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것
어느하나 쉬운게 없어서 앞으로 피바디를 졸업하기까지 그 많은 돈을 들이고 많은 사람들의 피같은 돈을 받아가며 돌아가야 하는 걸까 고민하기도 했다
앞으로 인생의 방향을 두고 휴학해서 돈을 벌거나 다른 방법을 모색해볼 예정이었다
어제, 메일로도 전화로도 영 컨택이 되지 않아서
떨어진 줄 만 알았던 장학재단에서 장학금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장학금의 양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짐이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날아갈듯이 기뻤다 그래서 이번학기 생활비는 내가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노력하면 부족함없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90여일의 방학동안 길이 보이지 않아 통째로 흔들렸지만
지금 거짓말처럼 문제들이 해결되어있다
하나님이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준비해주셨으니,
이제 그 희생들을 마음에 담고
나는 열심히만 하면 된다
이번학기 리사이틀도 캠프준비도
트랜스폼된 레벨로 뽀개버릴테야
드디어 말해본다
지난 방학에 일이 잘 안될때마다 내 마음 한구석에 꼬깃꼬깃 접혀 있던 말
'우리모두 보게 될거야, We will see'
11월
넉넉한 사람보단 부족한 사람이 많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돈한테 지지 않으려고 애써온 삶이다
돈이 내 꿈을 가져가지 않게
내 목표에 방해가 되지 않게
의지의 부족이거나 실력의 부족이 아니라
정말 ‘돈’이 이유인가 양심에 손을얹고 생각해보면
거의 아직은 의지나 실력의 부족이라고 판명나는 경우가 많았다
돈은 정말 내가 어쩔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까
정말 안 되는 이유가 딱 하나 ‘돈’이 될 때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여왔다
항상 그게 최선이었는데 더 이상은 그게 최선이 아니다
그 무시무시하다는 ‘현실’의 세계에서는
마지막 이유로 돈이 남을 때까지 해볼 기회조차 가져간다
이 길을 더 갈 수 있을까
간다면 얼마나 더 가야할까
아니면 여기서 그만 멈춰야할까
멈춘다면 영원히 멈추는걸까 잠깐일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걸까
결국 결정은 내가 하는걸까
시간이 지나면 답에 가까워질 줄 알았더니
도로 질문에 더 가까워진다
고개를 넘으면 좀 평지도 나오고 들판도 나와야지
이건 무슨 산맥이여
내가 가질 수 있는 답은 결국 그냥 또 묵묵히 걷기겠지
신난다 나는야 지구력짱짱맨이 될것같아
5월
진행형 23세이라고 오바를 떨며 미국에 온것이 벌써 2년이 흘러 25세의 여름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번학기는 서양철학, 유럽미술사, 20세기 음악사, 주니어 리사이틀, 챔버때문에 알이 차다못해 터질듯했던것같다
오늘 이번학기 마지막 에세이를 내면서 그러고보니 에세이 한개를 쓰는시간이 삼십시간에서 열다섯시간정도로 줄어있었다 그동안 콩쿨 두개를 나갔는데 한개는 예선에서 떨어지고 한개는 일등을 했다 작년 이맘때쯤 한학년이 끝났을 때보다 훨씬 성장한 느낌이다
돈이 너무 없어도 보고
쓴물 삼키듯 외로워도 보고
이길을 계속 걸어야하는지 좌절도해보고
안식일을 안지키는 실험도 해보고
회복도 해보고
강해지기도 하고
여유도 배우고
폭풍을 겪는 나와다르게
한결같으신 하나님을 좀 더 알게 되었다
스물다섯의 나는
내가 원하는 어른과 가까운 모습으로
늙어가고있는 것 같다
새로운 한해가 기대된다
얼마나 더 혹독할지
그로 인해 얼마나 더 나무같은 사람에 가까워질지
6월
한계의 경계선에 살고있는 요즘이다
언제 한번 아빠가 내게 말씀하시기를,
"딸내미, 뭘 그렇게까지 잘살아볼끼라고 이래 싸짊어지고 유학을 갔노.
여기서 평범하게 학교졸업하고 시집도가고 조용히 소박하게 살아도 좋았을낀데.. ㅎㅎ"
그렇기는 하다. 비교적 소박하게 살적엔 이 삶을 부러워하다가 이 삶에서는 평범한 삶이 좋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각각 제 색깔에 맞게 평범하게 또는 조금 다르게 사는것이겠지만,
정호승아저씨의 책을 읽으며 한계의 경계선 가까이에 있는 지금의 삶이
나의 내면이 원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내가 만약 오징어라면
이왕이면 강원도 동해의 거친 바닷바람을 정면으로 견딘 찰방찰방한 오징어가 되었으면 좋겠고
내가 만약 배추라면 비닐하우스의 배추들보다 땅끝마을 해남의 월동배추가 되어 달고도 오묘한 맛을가진 일품배추가 되었으면 좋겠고
내가 나무라면
높은 산의 바람과 열악함을 견뎌 할머니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깊은 소리를 가진 바이올린이 되는 나무가 되었으면 좋겟다
한계의 경계선에서 내 이삿짐을 풀어놓고 살아가는 것은 불안 메마름 결핍 그리고 그에따른 여러가지 부작용들을 견뎌야하는 일이지만 그만큼 내 인생이 맛나지고 제대로 짙어지는 인생이되는 것이기도 하다
원하는대로 된다더니
정말 그렇게 되어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