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으로 깊어지고 있던 시간
26-2 돌파구
누군가에겐 음대유학이 럭셔리 그 자체 이겠지만,
나의 유학시절은 그 반대였다.
가장 싼 방을 구하기 위해 학교에서 멀고,
조금은 위험한 동네에 방을 구했다.
해가 지면 버스정류장에 내려 집까지 걸어 가는 길이 컴컴하고,
무리지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을 가로질러 가야해서
숨도 안쉬고 뛰어 방으로 들어갔다.
공부도 재미있고, 바이올린도 늘고 있었지만,
모든 일들을 해내기가 벅찼고
N년차 유학에 에너지를 다 소진한 것 같았다
내 언어가 아닌 공부를 따라 가는 것,
영원과 같은 연습의 자리에 매일 내 자신을 두는 것,
그리고 그놈의 돈, 돈.
이대로는 더 버틸 수 없어 학비와 생활비를 넉넉히 지원해주는 학교에 어플라이했다
라이브 오디션 초청이 왔고 그 오디션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다 쏟아 부었고, 연주도 (나의 다른 연주들과 비교해) 정말 정말 잘했다
그러나 곧 최종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원망스럽고 화가났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다 보시고도
어떻게 여기 더 있으라고 하실수가 있나?
하실 이유, 능력 다 있으시고 하실만한 때라고 여겼다
준비와 연주가 내 모든것을 토해냈던 것이었는데도 안되니
도대체 내 연주에서 어떤것을 고쳐야 하나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만족하지 못한 연주에 대해서만 고민해왔지 이건 나에게 낯선 고민이었다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야하니 어려웠다
그간 많은 콩쿨과 입시를 치루며 내 연주에 대한 내 시선이 꽤 정직하고, 객관적이어간다고 여겼는데
바이올린인생에서 쌓아온 내 감이 어디서 부터 틀렸는지 알수가 없었다
나보다 더 상황이 나아보이는 다른 연주자들이 그 자리에 들어갔다는 소리를 듣고는 마음에 생채기가 났다
말묵도 기도도 없는 몇주를 흘려보냈다
봄이니 좀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앞 산책에 나섰다
여기 저기 길가에 꽃이 피어있고 언제 그렇게 추웠나 싶게 고요하고 따뜻했다
요셉은 하나님이 하실만한데도 감옥에서 일찍 꺼내주지 않으실 때
어떤 생각들로 밤을 지새웠을까
그런 종류의 생각을 하며 걸었다
아빠는 내게 모래위에 집을 지을까봐 그러시는 것같다고 하셨다
잠깐의 평안과 안정보다 영원한 가치를 주시고자함을, 그마저도 사랑임을, 믿길 원하셨다
주권을 완전히 인정하는것.
내 인생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는것이 아니라는것.
내가 짓는 집이 잠시 평안하고 곧 무너질 모래위가 아니라 영원한 가치 위여야 하는 것.
그 이유는 사랑하셔서 라는 것.
그리고 자기 시절을 좇아 핀 꽃을 부러워 하지 않는 것.
저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시기가 다름을 받아들이고
불안해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것.
집으로 돌아 올때쯤 이런 결론들이 났다
짧은 방황이 이렇게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