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N년차 고민
26-1 잔
잔에 대한 생각이 넝쿨처럼 뻗어나가는 요즘이다
세계를 누비고 다닌 어느 여행작가에게 사람들이 다닌곳 중에서
가장 천국같은곳이 어디더냐고 물었을 때,
그런 곳은 없었다고 대답했단다.
자유가 있는 곳에는 마약과 성적문란이,
정열이 있는 곳에는 무질서와 불안전이,
성장이 있는 곳에는 결핍과 냉소가.
각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고 했다
20대가 뜨거운 에너지와 안정을 동시에 가질 수 없고
60대가 안정과 청춘을 동시에 가질 수 없듯
나라든 개인이든,
우리 모두 잔을 하나씩 가지고 태어났다
스스로의 잔의 용량과 기능하는 법을 알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 잔에 무엇을 넣을지에 대한 무수한 광고, 글, 사진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우리의 잔에 넣었을 때 그로 인해 무엇이 빠져나갈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의 잔에 '무엇'을 넣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지만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잃게 될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너무 적다
그것으로 인한 대가는 고스란히 개개인이 견뎌야할 몫으로 남는다
유학을 와 배움과 성장을 내 잔에 넣고
친밀함, 한국, 넉넉함의 빛을 잃었다
내가 그것을 잃어도 좋다고 허락하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빠져나가 버렸다
앞으로 내 계획 속에도 수많은 넣어야 할 것들로 가득하지만
무엇을 넣을까와 함께, 무엇을 잃어도 좋은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