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와 집중력

3.4. 흩어진 주의를 다시 모을 수 있을까

by 성효경

수업이 시작된 지 30분이 지나면, 학생들의 눈이 흐려진다. 이 시점에서 질문을 던져도 대답이 느리고, 판서를 해도 따라 적는 속도가 떨어진다. 집중력은 체력과 비슷하다. 쓰면 줄어들고, 쉬면 돌아온다. 문제는 이 '쉼'이 학교 시간표에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걷기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줄까?


실험실에서는 효과가 있었다

2013년 미시간주립대학교 운동과학과의 매튜 폰티펙스 연구팀은 8~10세 아동 4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설계했다. 절반은 ADHD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또래 일반 아동이었다. 각 아이는 두 번 실험실을 방문했다. 한 번은 20분간 트레드밀 위에서 빠르게 걸었고, 다른 한 번은 20분간 앉아서 책을 읽었으며, 순서는 무작위로 배정했다. 걷기가 끝나고 심박수가 안정된 뒤, 아이들은 플랭커 과제를 수행했다. 주변에 방해 화살표들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 화면 중앙의 화살표 방향을 빠르게 판단하는 과제로, 산만한 정보를 무시하고 핵심에 집중하는 능력, 즉 억제적 통제를 측정할 수 있다. 걷기 후, 방해 자극이 있는 어려운 조건에서 정확도가 약 5% 향상되었고, 효과 크기는 d=0.5로 중간 수준이었다. 읽기 이해와 수학 성적도 함께 올랐다. ADHD 아동에게서는 추가적인 변화가 관찰되었다. 실수를 한 직후, 다음 반응의 속도를 스스로 늦추는 행동이 나타난 것이다. ADHD의 핵심 어려움인 충동 조절이 개선된 것이다. 이보다 4년 앞선 2009년, 일리노이대학교의 페이버 테일러와 쿠오는 ADHD 진단을 받은 7~12세 아동 17명에게 세 환경에서 각각 20분씩 걷게 했다. 도심, 주택가, 공원. 공원에서 걸은 뒤의 집중력 점수가 가장 높았고, 연구팀은 그 효과의 크기가 "흔히 처방되는 ADHD 약물의 효과에 필적한다"고 보고했다. 두 연구 모두 인상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이야기는 절반만 한 것이다.


규모를 키우면 효과가 사라졌다

페이버 테일러의 실험은 17명이었고, 폰티펙스의 실험은 40명이었다. 소규모 실험에서 효과가 나온 뒤, 더 큰 규모에서 재현하는 것이 과학의 기본 절차다. 그런데 규모를 키우자 결과가 달라졌다. PMC에 발표된 한 무작위 대조 실험은 ADHD와 행동장애를 가진 아동 35명을 대상으로 10주간 방과후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운동 그룹과 대조군(동일 시간 좌식 활동)을 비교하여 부모가 설문지에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숙제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시를 따르다 중간에 잊어버린다" 같은 일상 행동 항목을 부모가 평가하였다. 이를 부모 보고 실행 기능이라고 하는데, 연구 결과 두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12개 결과 변수 중 유의미한 것은 1개에 불과했다. 연구팀 스스로도 "이전 소규모 실험에서 나왔던 긍정적 효과가 이 실험에서는 재현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

운동과 집중력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같은 고강도 운동이라도 결과가 반대로 나온다. 볼 스테이트 대학교의 마혼 등이 ADHD 아동에게 자전거 에르고미터로 20분간 간헐적 고강도 운동(최대 작업량의 90%, 30초 운동/30초 휴식)을 시켰더니, 주의력 검사에서 누락 오류가 늘고 반응 시간이 느려졌다.

반면 브라질 모지다스크루지스 대학교의 실바 등이 56명(ADHD 28명 + 비ADHD 28명)을 모집해 각 그룹 14명씩에게 5분간 릴레이 달리기를 시켰더니, ADHD 아동은 30.5% 향상되었고 일반 아동은 오히려 42% 떨어졌다. 자전거 20분과 달리기 5분으로 실험 방법에 따라 결과도 달랐다.

자오칭대학교와 마드리드 공과대학교 공동 연구팀인 리 등이 ADHD 아동 대상 19개 RCT를 메타분석한 결과, 인지적 유연성 하위 분석(11개 RCT, 388명)에서 걷기나 달리기 같은 단순 유산소 운동은 효과가 없었다. 효과가 나온 것은 축구나 수상 스포츠처럼 실시간 판단이 필요한 운동뿐이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연구 결과에 서로 다른 결과들이 계속 도출되었다.

2023년 eClinicalMedicine(란셋 계열)의 엄브렐라 리뷰가 조금이나마 이 혼란을 정리해 준다. 운동이 ADHD 아동의 억제적 통제와 부주의를 개선한다는 근거는 "highly suggestive(Class II)"였다. 방향은 맞지만 확정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작업 기억은 "weak(Class IV)", 정서·사회적 기능은 "not significant". 가장 높은 등급인 "convincing(Class I)"에 도달한 결과는 하나도 없었다. 메타분석에서 중간 이상의 효과 크기가 반복 보고되지만, 표본이 작고 연구 간 이질성이 크고 측정 도구와 운동 유형이 통일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근거는 "운동" 전반에 대한 것이지, "걷기"만을 분리한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운동은 ADHD 아동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그 것을 걷기로 구분했을 때는 일관된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남는 단서들

이스라엘 하이파대학교의 무알렘과 라이즈만은 초·중·고·대학생에게 10분간 걷게 한 뒤 인지 과제를 수행시켰다. 주의력 과제에서 26% 향상, 순차 기억에서 15.4% 향상이 나타났으며, 중학생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ADHD가 아닌 일반 학생 대상이었고, 걷기만 분리해서 측정했다. 이 연구만 보면 명백한 증거가 나온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이 실험에는 "10분간 앉아 있기"와 같은 대조군이 없었다. 각 참가자가 걷기 전과 후에 같은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26%의 향상이 걷기 덕분인지, 같은 과제를 두 번째 할 때 나타나는 연습 효과인지 분리되지 않는다.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영국 요크대학교 실험은 다른 각도다. VR 환경에서 걸으면서 시각 탐지 과제를 수행하게 했더니, 걸음 주기에 따라 정확도와 반응 속도가 약 2Hz로 진동했다. 발이 공중에 있는 스윙 단계에서 수행이 가장 좋았다. 걷기가 주의를 리듬화한다는 발견으로, 걸음이 뇌의 정보 처리 타이밍에 직접 관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환경심리학자 캐플런 부부가 1989년에 제안한 주의력 회복 이론도 있다. 자발적 주의를 오래 쓰면 피로가 쌓이고, 자연환경의 부드러운 자극이 그 피로를 회복시킨다는 이론이다. 2024년 Scientific Reports의 RCT(92명)에서 40분 자연 걷기 후 전두부 세타파(FMθ)가 도시 걷기보다 낮게 나왔다. 자연 속을 걸은 뇌가 실행적 주의에 자원을 덜 쓴 것이다. 다만 이것이 걷기의 효과인지 자연의 효과인지는 분리되지 않았다.


걸어야 하는 이유

걷기와 기억, 걷기와 학습, 걷기와 창의성에 비해 걷기와 집중력은 증거의 위계가 한 단계 낮고 다른 연구 수준의 교차 검증이 아직 없다. ADHD 아동에게서 인상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규모를 키우면 효과가 줄었고, 단순 유산소 걷기보다 인지적으로 복잡한 운동이 더 효과적이라는 데이터도 있다. 그렇다고 걷기가 집중력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폰티펙스의 ADHD 아이가 20분 걸은 뒤 틀린 문제 앞에서 한 박자 멈춘 것은 사실이고, 무알렘의 중학생이 10분 걸은 뒤 특징 탐지 정확도가 4분의 1 이상 오른 것도 사실이다. 걷기가 집중력을 돕는 방향은 보인다. 얼마나, 어떤 조건에서, 어떤 사람에게 더 효과적인지는 앞으로 더 연구해 보아야할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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