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빛의 제국]
아침이 온 것을 소리로 알았다.
6시쯤이었을 것이다. 병동의 소리가 바뀌기 시작했다. 야간 근무자의 조용한 발소리가 주간 근무자의 빠른 발소리로 교체되었다. 엘리베이터가 더 자주 울렸다. 어딘가에서 카트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 아침 식사 배식. 복도에 퍼지는 냄새. 커피. 토스트. 오트밀. 그리고 그 아래 깔린 소독제의 잔향.
나는 이 모든 것을 등록하면서 눈을 뜨고 있었다. 의미 없이. 뜨든 감든 같은 어둠이었지만, 뜨고 있는 것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 같아서.
데이비온은 새벽 4시쯤 떠났었다. "아침에 다시 올게"라고 말하고. 그가 떠난 뒤 나는 이 어둠과 단둘이 남았다. 병원의 밤은 완전히 조용하지 않았다. 기계음, 먼 기침, 간호사의 발소리. 하지만 그 소리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배경이었다.
어둠이 균질하지 않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기계음이 있는 어둠은 얇았고, 침묵만 남은 어둠은 두꺼웠다.
어둠과 둘이 있는 것. 이것이 앞으로의 삶일 수 있다는 것.
이 생각을 나는 정확히 4.7초 동안 허용한 뒤 차단했다. MRI 결과가 나오기 전이다. 데이터가 불충분하다.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다. 나는 이 문장들을 방패처럼 세웠다.
7시 15분. 간호사가 들어왔다. 발소리가 가볍고 간격이 짧았다. 작은 체구의 여성. 신발에서 고무 밑창이 바닥에 살짝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좋은 아침이에요, 닥터 태드. 아침 식사 가져왔습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보려고 했다. 고개를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렸다. 보이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동작을 멈출 수 없었다. 소리가 나면 그쪽을 보는 것. 36년간의 반사.
"감사합니다."
트레이가 테이블 위에 놓이는 소리.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커피 잔에서 김이 올라오는 것을 냄새로 알았다. 병원 커피 특유의 묽은 냄새. CORTEX 연구실의 드립 머신 커피와는 완전히 다른.
먼저 식사를 시도했다. 포크를 찾는 것까지는 괜찮았다. 접시 위에서 포크 끝이 도자기를 긁었다. 빈 곳이었다. 옮겼다. 또 빈 곳. 세 번째에 무언가에 닿았다. 스크램블드에그의 부드러운 저항.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중간에 떨어졌다. 병원 가운 위에. 허벅지 근처의 따뜻한 감촉.
간호사가 아직 방에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밝은 목소리. 친절한.
"괜찮습니다."
손으로 가운 위의 달걀을 주웠다. 손가락에 기름기가 묻었다. 보이지 않는 시선이 보이는 시선보다 무거웠다. 얼굴에 열이 올라왔다. 어젯밤까지 천 명 앞에서 강연하던 사람이 달걀을 입에 넣지 못하고 있었다.
포크를 내려놓았다.
나는 커피 잔을 찾으려고 손을 뻗었다. 테이블의 표면을 더듬었다. 손가락이 스푼에 닿았다. 차가운 금속. 옮겨서 더듬었다. 접시의 가장자리. 매끄러운 도자기. 더 옮겼다. 빈 공간. 다시 옮겼다. 잔의 손잡이가 손에 잡혔다. 손잡이의 끝이 살짝 위로 휜 것을 손가락이 알았다. 눈으로는 한 번도 확인한 적 없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 12초.
12초.
평소에 나는 커피 잔을 잡는 데 0.3초가 걸렸다. 눈이 잔의 위치를 확인하고, 손이 최적의 경로로 이동하고, 잡는다. 0.3초. 무의식적으로.
12초는 40배.
커피를 마셨다. 미지근했다. 맛이 이상하게 평소보다 선명했다. 묽은 것은 같았지만, 그 묽음의 질감이 느껴졌다. 물에 가까운 커피가 혀 위에서 어떤 온도 분포를 가지고 퍼지는지. 쓴맛과 산미의 비율. 평소에는 '묽은 커피'라는 한 단어로 분류하고 넘어갔을 것이 여러 개의 층위로 분해되어 느껴졌다. 눈이 달아줬던 자막이 사라지니 맛 자체가 말하기 시작했다.
청각 보상. 후각 보상. 미각 보상. 시각이 차지하고 있던 뇌의 대역폭이 해제되면서 다른 감각이 증강되는 현상. 아르티스의 교차양상 신경가소성 논문에서 읽은 것이었다. 선천성 시각장애인에게서 관찰되는 현상인데, 후천적 시각 상실에서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바로 분석했다. 커피의 맛이 선명한 것을 즐기는 대신 분석했다. '시각 대역폭의 재분배에 의한 일시적 감각 증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을 붙이면 괜찮아지니까.
아니. 이번에는 괜찮아지려고 붙인 것이 아니었다.
만약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이 선명한 맛은 그냥 좋은 것이 된다. 새로운 감각. 눈을 잃은 대신 발견한 것. 그러면 이 어둠에도 괜찮은 면이 있다는 뜻이 된다. 잃은 것이 조금 가벼워진다.
가벼워지면 안 되었다.
이름을 붙이면 이것이 '새로운 경험'이 아니라 '결핍의 증거'가 된다. 커피 맛이 선명해진 것은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잃었기 때문에 일어난 보상 현상이었다.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은 빚이 있다는 뜻이다.
빚.
빛이 아니라 빚. 한 글자 차이인데.
어머니가 한국어를 가르쳐주었다. 인디애나의 집에서. 나는 두 언어를 했다 - 영어와 한국어. 어머니의 치매가 진행되면서 영어가 먼저 사라지고 한국어만 남았다. 말기에는 한국어도 사라졌다. 언어가 없는 어머니를 나는 —
멈추자. 지금 이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커피를 내려놓았다. 테이블 위에. 잔을 놓을 때 손이 떨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잔이 테이블에 닿을 때 도자기와 금속 표면이 만나는 소리가 선명했다. 이것도 보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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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MRI.
병실에서 MRI실까지 휠체어로 이동했다. 간호사가 밀어주었다. 복도의 공기가 병실보다 차가웠다. 환기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냉기. 가운의 얇은 면이 체온을 지키지 못했다. 복도의 소리는 어젯밤 앰뷸런스 안에서 들었던 것과 달랐다. 주간 병원의 복도는 소리가 많았다. 발소리, 대화, 전화벨, 방송, 카트 바퀴, 문 열리고 닫히는 소리. 이 모든 것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 사이를 가르는 다른 소리가 있었다. 바퀴 없이 미끄러지는 저음. 자동 배송 카트가 발소리 없이 복도를 지나갔다. 기계의 이동에는 발소리가 따라오지 않았다. 시각이 있을 때는 소리를 자동으로 필터링했다. 보이는 것에 대응하는 소리만 전경으로 두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밀어넣는 것이 뇌의 기본 작동이었다. 지금은 모든 소리가 같은 층위에 있었다. 필터가 없었다. 우선순위가 없었다.
시끄러웠다.
아니,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것이었다. 시각이 있을 때 세상은 정리되어 있었다. 무엇이 앞에 있고, 무엇이 옆에 있고, 무엇이 멀리 있는지를 눈이 알려주었다. 지금은 소리의 위치와 거리를 뇌가 계산해야 했는데, 그 계산이 아직 서툴렀다.
아르티스는 이 계산을 36년 동안 해왔다. 나는 12시간째였다.
MRI실. 기계 안에 눕혔다. 금속 표면이 가운 너머로 척추에 닿았다. 체온을 흡수하는 차가움. 경사 자기장 코일이 두드리는 소리. 쿵쿵쿵쿵쿵쿵. 불규칙하고 폭력적인 리듬. 귀마개를 했지만 뼈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은 막을 수 없었다. 온몸이 소리의 안에 있는 것 같았다.
이것도 빚이 만든 감각인가. 시각이 없으면 소리의 질감이 달라지는 것인가. MRI 소리를 이전에도 여러 번 들었지만, 이렇게 온몸으로 느낀 적은 없었다. 소리가 피부를 통해 들어오고, 뼈를 타고 전달되고, 내장에서 울렸다.
30분. MRI가 끝났다. 결과가 나오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나는 병실로 돌아와서 기다렸다.
1시간.
시각이 없는 상태에서 1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시각이 없는 시간은 손잡이 없는 물이었다. 흐르는 것은 알겠는데 잡을 수가 없었다. 규칙적이지만 분과 시의 경계를 알려주지 않는 심박만이 유일한 시계였다. 복도의 소리가 반복되었고, 반복 속에서 5분과 50분이 같은 무게로 지나갔다. 평소의 1시간에는 할 일이 있었다. 모니터를 보고, 이메일을 읽고, 논문을 검토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모든 것에 시각이 필요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누워서 소리를 듣는 것뿐이었다.
나는 소리를 들었다.
복도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수를 세었다. 발소리의 패턴으로 의사, 간호사, 환자, 방문객을 분류하려고 했다. 구두 소리는 의사. 운동화 소리는 간호사. 슬리퍼 끌리는 소리는 환자. 두 사람의 발소리가 함께 오면 방문객이 환자를 부축하는 것. 한 사람의 빠른 발소리 뒤에 여러 명이 따르면 응급 상황.
이것을 10분쯤 하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가야 했다. 콜 버튼을 눌렀다. 간호사가 왔다. "화장실에 —" 이 말이 목에서 걸렸다. 36년간 혼자 걸어가던 곳이었다. 간호사가 내 팔꿈치를 잡았다. 복도에서 다른 발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내가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화장실 문 앞에서 말했다. "여기서부터 괜찮습니다." 이 문장이 내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아르티스는 이런 식으로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분류하기 위해 듣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 세상이 들려주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12시간째 앞을 못 보는 사람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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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왔다.
발소리가 복도에서 가까워졌다. 구두. 보폭이 짧고 약간 망설이는 리듬. 문 앞에서 1초 멈추었다가 들어왔다. 닥터 모리슨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목소리가 더 젊고, 약간 긴장해 있었다. 신경외과. 이름이 닥터 정(Jung)이라고 했다.
"닥터 태드, MRI 결과를 설명드리겠습니다."
"네."
"양측 후두엽, 특히 V1(일차 시각피질)에 반충 손상이 확인됩니다. 부종과 함께 미세 출혈이 있고, 일부 영역에서 조직 괴사 소견이 보입니다."
조직 괴사. necrosis.
부종은 빠질 수 있다. 미세 출혈은 흡수될 수 있다. 하지만 괴사된 조직은 돌아오지 않는다.
"괴사의 범위는."
"V1의 약 60퍼센트로 추정됩니다. 양측 합산."
60퍼센트. 나는 이 숫자를 처리했다. V1의 60퍼센트가 괴사. 나머지 40퍼센트가 보존되어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제한적 시각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40퍼센트가 연속적인 영역인지 분산된 조각인지에 따라 —
"분포가 어떻게 됩니까? 연속적인가요, 분산적인가요?"
닥터 정이 약간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환자가 자기 뇌 손상에 대해 이 수준의 질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V1 좌우 반구의 retinotopic mapping 보존 비율도 확인해주세요." 닥터 정이 잠시 나를 보았다. 환자용 설명을 준비해 왔는데 동료 신경과학자가 앉아 있었던 것이다.
"분산적입니다. 양측 V1에 걸쳐 패치워크 형태의 괴사가 —"
"그러면 잔존 기능으로 의미 있는 시각 필드를 구성하기 어렵겠군요."
"... 네.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연 회복으로 유의미한 시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유의미한 시각.
입 안에 금속 맛이 번졌다. 아드레날린이 혀 밑의 침샘을 자극하는 맛. 아까 마신 커피의 층위는 사라지고 단 하나의 맛만 남았다.
이것은 '당신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의 의학적 표현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접수했다. 처리했다. 시트의 주름이 등에 선명하게 닿았다. 면직의 올 하나하나가 피부에 새겨지는 것 같았다. 60퍼센트 괴사. 분산적 패치워크. 자연 회복 불가. 이 데이터 포인트들을 저장했다.
그리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시방선(optic radiation)의 상태는요?"
"시방선은 상대적으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외측슬상체(LGN)도 온전하고요."
"그렇다면 시각 정보가 V1까지 전달되는 경로는 살아 있는 거네요. 손상된 것은 V1 자체이지 경로가 아닌."
"맞습니다."
"V2, V3 등 고차 시각피질은요?"
"고차 시각피질은 대부분 보존되어 있습니다. V1의 출력이 없으니 기능적으로는 비활성 상태이지만, 구조적으로는 손상이 없습니다."
나는 이 순간 미소 지었을 수도 있다. 빛 없는 곳에서. 닥터 정에게는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V1이 파괴되었지만 나머지 시각 처리 시스템은 온전하다. 이것은 IRIS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었다. V1을 우회하여, 외부 데이터를 직접 고차 시각피질에 입력할 수 있다면. V1이라는 '게이트키퍼'가 사라진 것이 역설적으로 새로운 입력을 받아들이기 쉬운 구조를 만든 것이다.
내 뇌가 IRIS의 이상적인 테스트 베드가 된 것이다.
그 순간 시트의 주름도 금속 맛도 사라졌다. 분석이 시작되면 몸이 꺼졌다. 뇌만 남았다.
"닥터 정." 내가 말했다. "MRI 데이터를 CORTEX 연구팀에 공유할 수 있을까요? 제 주치의인 닥터 모리슨의 허가가 필요하겠지만."
"네, 물론 그런데 닥터 태드, 현재로서는 재활 치료에 대해 —"
"재활 방침은 나중에 논의하죠. 지금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나는 다시 해결책을 찾고 있었다. 데이비온이 '도피'라고 부른 것. 닥터 정이 "당신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을, 나는 "그러면 새로운 방법으로 보면 된다"로 번역하고 있었다. 진단을 진단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문제 정의로 변환하는 것. 문제가 정의되면 해결할 수 있다. 해결할 수 있으면 괜찮다.
고칠 수 있다.
나는 이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반복하고 있었다. 고칠 수 있다. V1이 파괴되었지만 고차 시각피질은 온전하다. 시방선도 온전하다. 뇌의 가소성이 있다. IRIS의 원리를 적용하면. 아르티스의 데이터가 있으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고칠 수 있다.
이것이 부정이었다는 것을 나는 훨씬 나중에야 인정했다. 분노도 아니고, 협상도 아니고, 우울도 아니고 퀴블러로스의 5단계 중 첫 번째. 부정(Denial). 하지만 과학자의 부정은 일반적인 부정과 다르게 보인다. "이건 사실이 아니야"가 아니라 "이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야"의 형태를 취한다. 같은 부정인데 더 그럴듯하다. 증거를 들이대니까.
닥터 정이 퇴원 후 재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시각 장애 적응 훈련. 보행 훈련. 점자 교육. 보조 기술 활용.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IRIS가 완성되면. 내가 다시 볼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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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아르티스가 왔다.
그녀의 발소리를 처음에 알아보지 못했다. 이전에 내가 아르티스를 인식하는 방식은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갈색 머리. 밝은 회색 눈. 흰 가운. 지팡이. 이 시각적 요소들이 사라지니 발소리 하나로 그녀를 식별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발소리가 어떤 패턴인지 나는 한 번도 주의를 기울인 적이 없었다. 소리로 사람을 읽는 것은 행간을 읽는 것과 같을 터였다. 쓰여 있지 않은 것이 쓰여 있는 것보다 많은.
"달시."
목소리로 알았다. 낮고 고른 목소리.
"아르티스."
그녀가 의자에 앉는 소리가 들렸다. 데이비온은 의자를 끌어다 앉았지만 아르티스는 이미 있는 의자에 앉은 것 같았다. 의자 다리가 바닥에 긁히지 않았다.
침묵이 있었다. 3초. 5초. 10초.
아르티스가 가져온 고요는 이 방에서 다른 질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의 침묵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의 말 없음이었다. 아르티스의 고요는 달랐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이 있는 것이었다.
내가 먼저 말했다.
"MRI 결과 나왔어."
"들었어요."
"V1 60퍼센트 괴사. 하지만 고차 시각피질과 시방선은 온전해."
"네."
"이건 IRIS에게는 좋은 조건이야. V1을 우회해서 —"
"달시."
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 시선 없이 탐색하는 이름. 나는 그 이름이 찾고 있는 것이 '위치'가 아니라 '상태'라는 것을 느꼈다. 당신 지금 어디에 있어요, 가 아니라 당신 지금 어떤 상태예요. 내 목소리의 어딘가에서 무언가를 읽은 것이다. 내가 읽히지 않으려고 했던 무언가를.
"어떤 기분이에요?"
기분.
나는 멈추었다. 사고 이후 아무도 이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 닥터 모리슨은 "상태가 어떻습니까"를 물었다. 간호사는 "통증이 있으세요"를 물었다. 데이비온은 "뭐가 필요해"를 물었다. 기분을 물은 사람은 없었다.
"괜찮아."
자동 응답이었다. 내가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것이 진실인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괜찮다는 건 무슨 뜻이에요?"
아르티스의 질문이 공격적이지 않았다. 심문도 아니었다. 그냥 물어보는 것이었다. '괜찮다'는 단어를 당신은 어떤 의미로 쓰고 있나요. 마치 학술 용어의 정의를 확인하듯.
"... 상황을 파악하고 있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있고, 감정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뜻이야."
"감정적으로 안정적."
아르티스가 그 말을 반복했다. 반복하는 것 자체가 질문이었다. 정말?
"아르티스, 나는 —"
"어젯밤에 울었죠."
나는 어떻게 알았는지 묻지 않았다. 목소리에서 읽었을 것이다. 울고 난 다음 날의 목소리는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다를 것이다. 성대의 부종. 비강의 충혈. 나에게는 들리지 않는 차이가 아르티스에게는 들렸을 것이다.
"조금."
"조금이 아니었을 거예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르티스가 무언가를 했다. 손을 뻗은 것 같았다. 내 팔에 닿았다. 손가락이 내 팔뚝 위에 가볍게 놓였다. 장갑 없는 맨손. 따뜻했다.
나는 마거릿이 내 손을 잡았을 때처럼 반사적으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빼지 않았다. 왜인지. 그녀의 손이 팔뚝 위에 있는 것이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좌표가 되었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IRIS 이야기는 나중에 해요. 지금은 —"
"지금 해야 해. 시간이 지나면 뇌의 가소성이 줄어들어. 손상 후 가소성이 최대인 것은 초기 수개월이야. 이 시간을 놓치면 —"
"그것도 알아요. 하지만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프로젝트 계획이 아니에요."
"그러면 뭐가 필요한데?"
말이 없었다.
"모르겠어요." 아르티스가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나는 그녀의 말에 화가 났을까. 아니었다. 화가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아르티스가 맞다는 것을 어딘가에서 알고 있었고, 그 앎이 목구멍 아래를 눌렀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해결이 아니라 회피라는 것을 인정하면, 남는 것은 이 어둠뿐이었다. 어둠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나는 과학자야.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게 —"
"이건 문제가 아니에요, 달시. 이건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에요."
문제와 '일어난 일'의 차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일어난 일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는 받아들이는 법을 모르고 해결하는 법만 아는 사람이었다.
아르티스의 손이 내 팔뚝에서 떨어졌다. 떨어지는 순간 그 따뜻함이 사라진 자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이것도 보상인가. 촉각의 예민함이 —
아니. 이것을 분석하지 말자.
분석하지 않으면 무엇이 남는가.
따뜻했다는 것. 그리고 떨어지니 차가웠다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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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데이비온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다른 발소리가 함께였다. CORTEX의 CTO 리사 왕이었다. 데이비온이 소개했다.
"MRI 데이터를 가져왔어. 네가 요청한 대로 CORTEX 연구용 프로토콜로 추가 시퀀스 돌렸어."
나는 앉아서 눈이 보이지 않는 채로 리사에게 분석 방향을 지시했다. V1의 잔존 영역 매핑. 고차 시각피질의 수용 능력 평가. 시방선을 통한 우회 경로 설계의 가능성 탐색. 리사는 태블릿에 기록했다. 나는 그녀가 기록하는 소리(스타일러스가 화면에 닿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아르티스에게 연락해. 그녀의 교차양상 재배치 데이터가 필요해. 특히 —"
"아르티스는 이미 알고 있어." 데이비온이 말했다.
"뭘?"
"네가 이걸 할 거라는 거. 그녀가 오늘 나한테 전화했어. '그가 IRIS를 앞당기려 할 거예요. 데이터 준비해두겠어요. 하지만 제 조건은 변하지 않아요.'라고."
내가 반대하면 멈출 수 있어야 해요.
아르티스의 조건. 나는 그것을 형식적으로 동의했었다. 지금도 그 조건이 유효한가. 내 눈이 걸려 있는데도?
"그녀의 조건은 유효해." 내가 말했다. 왜인지. 이 순간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데이비온과 리사가 떠난 뒤.
다시 혼자였다. 어둠과 나.
창문 밖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그 창문이 어느 쪽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바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추정하면 왼쪽이었다. 바람이 유리에 부딪히는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유리를 긁는 소리였다. 규칙적이지 않은 자연의 소리.
나는 이 소리를 평소에 들은 적이 있었을까. 이 병실의 창문 밖에 나무가 있다는 것을. 시각이 있었으면 확인했을 것이다. 창밖을 보면 나무가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확정. 지금은 소리만으로 추정. 확정이 아니라 가능성.
아르티스의 세계.
나는 원치 않게 아르티스의 세계에 던져져 있었다. 시각이 지배하지 않는 세계. 소리와 촉감과 냄새로 이루어진 세계. 아르티스에게 이것은 완성된 세계였다. 나에게 이것은 아직 파괴된 세계였다.
같은 어둠. 다른 의미.
이것이 바뀔 수 있을까. 파괴가 아닌 다른 것으로. 나에게도.
그때의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IRIS가 완성되면 이 빛 없는 세계는 끝난다. 이것은 임시 상태다. 받아들여야 할 삶이 아니라 고칠 수 있는 문제다.
고칠 수 있다.
이 문장이 자장가처럼 나를 재웠다. 빛 없는 세계에서 첫 번째 밤은 데이비온이 곁에 있었다. 두 번째 밤은 이 문장이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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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올 것이다.
보지 못하더라도 소리로 알 것이다.
아침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