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2 거래

[2부. 기계의 눈]

by 새보음

Ch.12 거래



사람은 두 가지 방식으로 거래한다. 하나는 테이블 위에서. 다른 하나는 테이블 아래에서.


나는 오랫동안 테이블 위만 보고 있었다. 간혹 IRIS가 테이블 아래도 보여주었지만, 나는 그쪽을 보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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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3년 1월, IRIS 가동 후 4개월째였다. 세상이 CORTEX를 주목하고 있었다.


Nature Neuroscience에 논문이 게재되었다. "V1 우회 경로를 통한 고해상도 시각 복원 및 스펙트럼 확장: IRIS 시스템의 첫 번째 임상 결과." 공동 저자: 달시 태드, 아르티스 세이, 리사 왕, 제이슨 박, 마이클 첸. 게재 당일 학술 서버 다운. 24시간 내 다운로드 수 142,000건. 신경과학 저널 역대 기록.


데이비온이 이것을 언론 전략에 통합했다. 논문 게재와 동시에 CNBC 인터뷰, TED 초청, 그리고 다보스 포럼 패널 확정. 모든 것이 계획대로, 아니, 데이비온의 계획대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데이비온이 본인의 영역에서 일하는 동안 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IRIS의 다음 단계인 더 높은 해상도, 더 넓은 스펙트럼, 더 빠른 반응 속도를 향해 기술을 숨 가쁘게 밀어붙이는 것. 이것이 내 영역이었다.


이메일 목록에 SenseJustice에서 보낸 것이 있었다. 지난달 공개 성명에 이어 직접 메일까지 보내다니.


제목: "시각 복원 기술의 접근 형평성에 대하여."


열었다.


"귀사의 IRIS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예상 비용이 일반 시민의 접근 가능 범위를 초과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시각 복원이 부유층의 특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그들이 속한 집단의 이기심을 이용하여 다른 이들의 희망을 저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었고, 잃어버린 시각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도덕적인 영역은 숫자로 판단할 수 없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가치 판단을 요하는 영역으로, 내 영역 밖의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개발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야만 했다.


됐다. 내가 맡은 역할은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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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데이비온이 연구실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와 함께였다. 구두 소리가 두 쌍. 무겁고 안정적인 넓은 보폭. 이것은 내가 이미 아는 데이비온의 발소리였다. 다른 사람의 발소리는 날카롭고 정확했다. 군화나 텍티컬 부츠에 가까운 소리라고 처음에는 오해했지만 나중에 보니 비즈니스 슈즈였다. IRIS로 보니 금발을 짧게 자르고 검정 슈트를 입은, 키가 크고 자세가 곧은 여성이 연구실로 성큼 들어왔다.


IRIS의 데이터 오버레이가 작동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정보는 뜨지 않았다. 공개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사람.


"달시, 인사해." 데이비온이 말했다.


"노라 칼라일입니다." 여성이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평탄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감정의 기복이 없는 톤.


"무슨 일입니까?"


"보안 컨설턴트로 계약할 예정이야." 데이비온이 말했다.


"보안?" 나는 이 단어에 걸렸다. "무슨 보안?"


"IRIS 기술의 보안이요." 노라가 대답했다. "IRIS의 시각 증강 기술이 공개되면서 경쟁사, 국가 행위자, 비국가 행위자로부터의 사이버 위협과 물리적 위협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술 유출 방지와 인프라 보호를 담당합니다."


IRIS의 적외선으로 본 그녀의 체온 분포가 정상이었다. 긴장이 없었다. 호흡이 고르고 얕았다. 훈련된 사람의 특징이었다. 요사이 유독 비슷한 범주의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는 점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전 경력은?"


"보안 컨설팅 펌에서 10년. 그전에 정부 기관."


"어떤 정부 기관?"


"기밀 사항입니다."


나는 데이비온을 보았다. 심박이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분당 78회. 평소보다 5회 높았다.


"괜찮아." 데이비온이 말했다. "노라는 내가 직접 검증했어."


"좋아."


이것이 테이블 위 거래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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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아래의 거래를 알게 된 것은 2주 뒤였다.


노라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상한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1월의 마지막 주, 연구실이 비어 있는 시간에 노라가 찾아왔다.


"시간 있으십니까?"


"30분."


노라가 의자에 앉았다. 태블릿을 꺼냈다. IRIS로 화면을 보니 암호화된 문서. 하지만 복호화가 진행되었고, 내용이 나타났다.


"보안 점검 과정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태블릿에 이메일 기록이 있었다. 데이비온의 이메일.


발신: 데이비온 G., COO, CORTEX

수신: [기밀 처리]

제목: Project ARGOS Phase 2 Feasibility


IRIS의 시각 증강 기술을 군사 정보 수집에 응용하는 프로젝트였다. 코드네임은 ARGOS. 수신자는 미 국방부 산하 DARPA,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프로그램 매니저였다. 데이비온은 IRIS의 기술 사양 중 비공개 영역, 적외선 감지와 데이터 오버레이, 실시간 분석 기능을 군사 정찰에 적용하는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있었다. 1단계 예산만 5천만 달러.


날짜: 2042년 10월 8일. IRIS 가동 후 3주.


나는 이 이메일을 읽으면서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태블릿을 잡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몰랐다.


분노가 아니었다. 분노는 뜨겁다. 이것은 차가웠다. 등골에서 시작해 손끝까지 내려가는 종류의. 냉동실에서 꺼낸 금속 같았다. 손에 닿는 순간 피부가 달라붙는 차가움. 배신이라는 단어가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그것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이것이 왜 나에게 오는 겁니까?"


노라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체온도. 호흡도.


"CORTEX의 CEO로서 알아야 할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데이비온이 당신을 고용한 거잖아."


"보안 컨설턴트는 조직의 이익을 위해 고용됩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노라가 설파하는 논리와 그 배경의 의협심 모두 훌륭했다. 하지만 나는 이 여성을 아직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목구멍 앞까지 질주한 궁금증이 마침내 튀어나왔다.


"왜 이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겁니까? 데이비온이 고용한 사람이 데이비온을 보고하는 이유. 당신에게도 피차 불편한 일일 텐데."


노라는 순간이지만 잠시 말을 잃었다. 이 멈춤은 연기가 아니었다. IRIS가 그녀의 체온 변화를 감지했다. 미세하지만 있었다. 관자놀이 온도가 0.2도 올라갔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고민하고 있었다.


IRIS가 하나 더 잡았다. 노라의 오른손 엄지가 왼쪽 손바닥을 누르고 있었다. 무의식적인 제스처. 훈련된 사람이 사고를 정리할 때 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감지했지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다. 이때는 아직 사람의 의도를 읽을 줄 모르던 시기였다.


"과거에 비슷한 기술이 군사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봤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기밀입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노라의 호흡이 다시 고르게 돌아왔다. 자세도 원래대로. 아까 순간적으로 흔들린 것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이 대답이 역설적으로 나를 어느 정도 설득했다. 거짓말이라면 구체적인 이야기를 지어냈을 것이다. 기밀이라고 하는 것은 진실이거나, 매우 정교한 거짓으로, 둘 중 하나였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녀를 보면서 전자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보로 무엇을 원하십니까?"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결정은 CEO인 당신의 것입니다."


노라가 태블릿을 거두고 일어섰다. 문에서 멈추었다.


"한 가지 더. ARGOS만이 아닙니다. 별도로 조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슨 조사입니까?"


"지금은 ARGOS에 집중하십시오. 기밀입니다."


노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물어볼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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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데이비온과 대면했다.


3층 경영진 회의실은 창문이 넓은 방이었다. IRIS로 보니 창밖의 Palo Alto가 데이터 레이어와 함께 펼쳐져 있었다. 건물마다 기업 정보가 떠올랐고, 지나가는 차들의 속도와 번호판이 실시간으로 겹쳐졌으며, 보도 위의 행인들 머리 위로 체온과 심박수가 작은 숫자로 흘렀다. 오후의 햇빛이 유리를 통해 회의 테이블 위에 내려앉고 있었지만, IRIS의 눈에는 빛조차 파장과 조도의 수치였다. 이 도시의 모든 것이 읽혔다.


데이비온은 책상 너머에 앉아 있었다. IRIS로 데이비온을 보는 것이 예전과 달랐다. 실명 전에는 20년 친구의 얼굴을 그냥 보았다. 눈가의 주름이 깊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넥타이를 바꿨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런 것들이 전부였다. 지금은 IRIS가 데이터를 겹쳐놓았다. 데이비온이 웃을 때 입꼬리의 비대칭이 보였다. 오른쪽이 왼쪽보다 0.3초 늦게 올라갔고, 그 지연 동안 교근이 미세하게 수축하는 것이 적외선 레이어에서 열점으로 떠올랐다. 심박 78. 평소보다 6 높았다. 동공의 확장률, 눈 깜빡임의 빈도, 성대의 긴장도까지 숫자들이 친구의 얼굴 위에 유령처럼 떠 있었다. 실명 전에는 이런 것을 보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되었다. 친구를 데이터로 읽는 것은 친구를 아는 것이 아니었다. 보지 않는 것이 예의인 것들을 IRIS는 묻지 않고 보여주었다. X선으로 사람을 보면 뼈만 남는다. IRIS는 관계의 X선이었다.


"ARGOS."


데이비온이 1초 멈추었다.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알았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해. 내 이메일에 접근한 사람이 누군지는 —"


"데이비온." 나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는 분명히 이사회에서 3단계를 빼라고 했어. 너도 동의했고."


"3단계를 뺐어."


"뺀 게 아니잖아. 이름만 바꾼 거잖아."


데이비온이 숨을 한 번 쉬었다. 깊게.


"앉아."


나는 서 있었다. 복도에서 커피 냄새가 문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회의 테이블의 나무 표면이 에어컨 바람에 차가웠다. IRIS가 데이비온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데이터보다 먼저 도달한 것이 있었다. 20년 친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나의 이가 맞물려 어금니에 상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걸 나중에 턱이 저리고 나서야 알았다.


이것이 공정한 대화인가. 한쪽이 상대의 모든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읽으면서 하는 대화가.


하지만 이 질문은 나중에 왔다. 훨씬 나중에.


"앉아. 설명할게."


나는 앉았다.


"ARGOS는 군사 프로젝트가 아니야."


"DARPA에 제안서를 보냈잖아."


"DARPA의 펀딩을 받는다고 군사 프로젝트가 되는 건 아니야. 인터넷도 DARPA에서 시작했어. GPS도."


"기술의 출발점과 목적지가 다르다는 말은 하지 마."


데이비온이 숨을 쉬었다. 의자가 삐걱거렸다.


"목적이 뭔데?"


"국경 감시. 대테러 정보 수집."


"계속해."


"IRIS의 시각 증강을 원격 정찰에 응용하는 거야. 사람을 전장에 보내지 않고 위성과 드론으로 위험 지역을 모니터링하는 거야."


"그러니까 감시 시스템이잖아."


"안전 시스템이야."


"이름을 바꾸는 건 네 특기지."


데이비온의 턱 근육이 미세하게 긴장했다. IRIS가 이것을 잡았다. 하지만 패턴이 이상했다. 심박의 리듬, 호흡의 깊이, 동공의 확장. 분노의 시작이 아니었다.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의 생체 신호로, 그것은 공포에 가까웠다.


"달시. 현실적으로 말할게."


"해."


"CORTEX의 시가총액이 지금 800억 달러야. 이 중 80%가 IRIS의 미래 가치에 기반한 거야. 이사회의 기대치, 투자자의 기대치, 시장의 기대치. 이 기대치가 유지되려면 IRIS의 응용 범위가 의료만으로는 부족해."


MIT 시절 데이비온이 말했다. 기술이 실험실에 갇히면 아무도 구하지 못한다고. 그때도 같은 논리였다.


"알아."


"알면서 왜 —"


"군사 응용이 유일한 대안은 아니잖아."


"가장 빠른 대안이야. 그리고 솔직히 말할게. DARPA 계약은 이미 1단계 서명이 끝났어."


나는 멈추었다.


"뭐?"


"10월에 서명했어. IRIS 가동 3주 후에. 이사회 승인은 받았어."


"나는 이사회에 없었어."


"네가 연구에 집중하겠다고 했잖아. 경영 결정은 위임한다고."


이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데이비온에게 경영을 위임했다. IRIS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그리고 데이비온은 이 위임 범위 안에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 것이다.


"위임은 이런 결정까지 포함하지 않아."


"어디까지 포함하는지를 네가 명시한 적 있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없지." 데이비온이 말했다. "넌 기술만 하고 싶었어. 나머지는 나한테 맡기면서 나머지가 뭔지는 신경 쓰지 않았어. 그게 우리 사이의 거래였잖아."


턱이 아팠다. 아직도 어금니를 물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았어."


"그래. 동의하지 않았어. 하지만 거부도 하지 않았어. 침묵은 이 업계에서 동의야."


이 문장이 나를 멈추게 했다.


침묵은 동의다.


내가 아르티스의 질문을 무시한 것. 뉴스를 넘긴 것.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 감각 격차를 다룬 보도가 화면에 떠 있을 때 볼륨을 줄인 것. 프라티마가 잔류 데이터 프로토콜을 물었을 때 창밖을 본 것. 이 모든 침묵이 데이비온의 논리에서는 동의였다. 침묵이 깎아내는 것이 있었다. 물이 돌을 깎듯, 내가 침묵할 때마다 데이비온의 영역이 한 겹씩 넓어졌고, 내 영역은 한 겹씩 얇아졌으며, 어느 순간 경계가 어디였는지조차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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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했다.


노라에게서 짧은 메시지가 왔다. "조사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무슨 조사인지 묻지 않았다. 기밀이라고 했으니까.


ARGOS를 중단시키려면 이사회와 싸워야 했다. DARPA 계약을 파기해야 했다. 법적 분쟁이 될 수 있었다. CORTEX의 가치가 폭락할 수 있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고, 나의 영역이 아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의 영역이 아닌 것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서재에 앉았다. IRIS가 켜진 상태로. 어둠은 더 이상 없었다. 암시야 모드가 밤도 낮처럼 보여주었고, 책장의 먼지 입자가 적외선에서 미세한 열점으로 떠다니고 있었으며, 창밖의 올리브 나무가 가지마다 수분 함량의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서재의 모든 것이 데이터로 번역되어 있었다. 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종명과 수령과 엽록소 농도였고, 밤은 밤이 아니라 조도 0.03룩스의 암시야였다.


하지만 나는 IRIS를 끄고 싶었다. 너무 많이 보이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IRIS는 꺼지지 않았다. 뇌에 직접 신호를 보내니까. 눈꺼풀이 내려가도 시야는 그대로였다. 감을 수 없는 눈. 막을 수 없는 시각. 피부와 뼈 아래에서 작동하는 빛.




하지만 끄지 않았다. 끄면 다시 어둠이었다.




나는 어둠을 선택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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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르티스에게 전화했다.


이전과 달랐다. 이전에는 기술적 논의를 위해 전화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데이비온이 DARPA와 계약했어."


아무 말이 없었다.


"IRIS 기술을 군사 정찰에 응용하는 프로젝트야. 코드네임 ARGOS."


전화기 너머로 숨소리가 달라졌다. 한 번 깊어졌다가 얕아졌다.


"... 제 뇌 데이터도요?"


"그게 기반이 될 수 있어."


침묵. 전화기 너머로 무언가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머그잔인지 펜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 데이터를 드릴 때..." 아르티스가 말을 시작했다. 문장이 끊겼다. 아르티스의 문장이 중간에 끊기는 것을 나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호흡이 한 번 흔들렸다. 38년간 자기 뇌와 함께 살아온 사람에게, 그 뇌의 언어가 무기의 재료가 되었다는 것.


"달시. 알고 있었어요?"


"아니. 어제 알았어."


"..."


"보면서 보지 못하고 있었어. IRIS로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데 내 회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몰랐어."


나는 숨을 쉬었다. 깊게.


"그래도 나 몰래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이것은 아르티스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자기 자신에게 확인하는 말이었다. 자기 뇌 데이터가 무기의 재료가 된 사람이, 분노 대신 원칙을 먼저 꺼낸 것이었다.


"응. 안 되는 거야."


긴 침묵이 흘렀다. 전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아르티스가 거기 있다는 것을 호흡으로만 알 수 있었다.


"끊을게요."


"아르티스."


"네."


할 말이 있었지만 문장이 되지 않았다.


"... 고마워. 전화 안 끊은 거."


아르티스가 끊었다. 신호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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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탓할 수 없었다. 이 모든 일이 진행될 동안 내가 모를 수 있게 한 것은 오로지 나의 무관심이었기 때문이다.


거래는 양쪽이 있다. 테이블 위에서도, 아래에서도. 가장 위험한 거래는 테이블 아래를 보지 않으려는 쪽이 있을 때 성립한다.


나는 그쪽이었다.


서재에 앉아 있었다. 불을 끄지 않은 채. IRIS의 암시야가 방의 구석까지 밝히고 있었고, 책장의 그림자마저 지워져 있었다. 어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데이터가 차 있었다. 시야 오른쪽 구석에서 무언가가 스쳤다. 형체도 아니고 빛도 아닌, 공기의 결이 한순간 달라진 것 같은. 순간 소름 끼치는 느낌과 함께 재빨리 고개를 돌렸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 IRIS의 로그에도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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