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10 첫 번째 빛

[2부. 기계의 눈]

by 새보음

Ch.10 첫 번째 빛



수술 전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시트의 주름이 등에 닿는 감촉이 지도처럼 선명했다. 베개의 온도가 한쪽은 차갑고 한쪽은 체온으로 데워져 있었다. 어둠 속에서 벽시계의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를 세었다. 360번째에서 멈추었다. 6분. 이 어둠이 마지막 어둠이 될 수 있었다.




세상에는 두 번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첫 번째는 모든 사람과 같다. 어둠에서 빛으로. 산도를 빠져나와 처음으로 빛을 맞는 순간. 아무도 이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빛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기는 운다. 빛 때문인지, 공기 때문인지, 세상이 갑자기 너무 많기 때문인지.


두 번째로 태어나는 사람은 한 번 잃은 뒤에 다시 받는 사람이다.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지금 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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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5일. 오전 7시.


Stanford 의료센터. 신경외과 수술실.


이 병원의 복도 냄새를 나는 기억한다. 소독제의 날카로운 냄새. 리놀륨 바닥의 왁스. 에어컨이 순환시키는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 10개월 전 이 병원에서 실명 진단을 받았다. 같은 냄새, 같은 온도, 다른 목적.


얇고 서늘한, 뒤가 열린 수술복의 촉감을 느끼며 수술대에 누웠다. 차가운 금속의 머리 고정 프레임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사라가 내 머리카락을 부분 삭발했다. 전기 면도기의 진동이 두피를 통해 두개골에 전달되었다.


"긴장되세요?" 사라가 물었다.


"아니." 거짓말이었다. 심박이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이 거짓말은 과학자의 것이 아니라 환자의 것이었다.


"프로브 삽입은 국소마취로 진행합니다. 의식 있는 상태에서. 뇌에는 통각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삽입 자체는 안 느껴요. 두피 절개만 마취합니다."


알고 있었다. 내가 설계한 프로토콜이니까.


두피에 국소마취가 주입되었다. 차가운 액체. 그리고 감각이 사라지는 영역. 마치 지도에서 한 구역이 지워지는 것처럼. 그 구역의 감촉이, 온도가, 압력이 없어졌다.


"절개합니다."


메스가 피부를 가르는 소리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알았다. 의료 도구가 움직이는 미세한 금속음. 사라의 호흡이 규칙적으로 느려졌다. 집중할 때의 호흡.


프로브 삽입. 두개골에 미리 만들어둔 개두공(burr hole)을 통해. 512개의 미세전극이 배열된 얇은 필름이 뇌 표면 고차 시각피질 위에 놓였다. 필름의 두께 23마이크로미터.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얇았다. 이것이 뇌 표면의 굴곡에 밀착하면서 뉴런과 전극 사이의 거리가 10마이크로미터 이내로 좁혀졌다. 나는 이것을 느끼지 못했다. 뇌는 자기 자신이 만져지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프로브가 뇌 표면에 안착하는 순간 아주 미세한 것이 있었다. 느낌이라기보다 예감에 가까운. 머릿속의 풍경이 0.1초간 출렁이는 것 같은. 어둠이 어둠인 채로 잠깐 깊어지는 것 같은.


"프로브 안착 완료. 임피던스 정상." 리사의 목소리. 수술실 뒤쪽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을 것이다.


"512채널 모두 반응 확인." 마이클. 블랙커피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양손이 비어야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AI 변환 엔진 대기 중." 제이슨.


사라가 절개 부위를 봉합했다. 하우징이 두개골에 고정되었다. 하우징 표면에 초소형 카메라 어레이가 내장되어 있었다. 내 눈을 대신할 것들. 가볍지만 확실한 압력. 나는 머리 위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무게가 아니라 존재감으로.


"IRIS 하드웨어 장착 완료." 사라가 말했다.


9시 16분. Aria가 시간을 알려주었다.


2시간 16분. 예정보다 11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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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브레이션 전에 30분의 안정화 시간.


나는 수술대에 누운 채 기다렸다. 빛 없는 세계에서. 프로브가 뇌에 안착한 상태로.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IRIS의 카메라는 장착되었지만, AI 변환 엔진은 가동되지 않은 상태.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가 없는 눈.


이 30분이 길었다.


지난 10개월간의 어둠은 나름의 리듬이 있었다. 아침의 어둠, 낮의 어둠, 밤의 어둠. 소리가 채우는 어둠, 냄새가 채우는 어둠, 침묵이 채우는 어둠. 하지만 이 30분의 어둠은 다른 어둠이었다. '마지막 어둠'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어둠. 이 어둠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 10개월의 동거인에게.


마지막.


나는 기이하게도 이 어둠을 놓치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올리브 나무의 소리. 커피의 열두 가지 층위. 문턱의 높이. 아르티스의 발소리. 보이지 않는 것들. 이것들이 시각이 돌아오면 어디로 가는 걸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 어둠에서 배운 것들을 기억할 것이다. 시각이 돌아와도.


이것이 그때의 나의 희망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희망이 이루어질 것인지를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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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53분.


"캘리브레이션 시작합니다." 리사가 말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 수술실 옆의 모니터링 룸. 리사, 마이클, 제이슨이 장비 앞에 있었다. 사라가 내 바이탈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그리고 —


아르티스가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것을 소리로 알았다. 그녀의 호흡. 그녀의 TouchRead BCI의 미세한 진동음. 그녀가 의자에 앉을 때의 특유의 작은 소리.


"아르티스?"


"여기 있어요."


"왜 여기 있어?"


"지켜보려고요."


시각장애인이 지켜보려고. 이 문장의 아이러니를 나는 알았고, 아르티스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웃지 않았다.


"캘리브레이션 1단계. 기초 자극 테스트."


리사가 IRIS의 AI 변환 엔진을 가동했다. 카메라가 켜졌다. 이것은 나에게 아무 감각도 주지 않았다. 카메라는 카메라일 뿐이다. 감각은 뇌에서 시작된다.


"1번 채널 자극 0.3밀리암페어."


첫 번째 전기 자극이 고차 시각피질에 전달되었다.




그리고 나는 무언가를 보았다.




아니. '보았다'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


점. 하나. 어둠의 한가운데에 점이 나타났다. 빛이라기보다 어둠이 아닌 것. 어둠이 10개월간의 유일한 시각 경험이었기 때문에, 어둠이-아닌-것은 형용하기 어려웠다. 밝다? 아니. 존재한다? 거기에 무언가가 있었다.


"보이는 게 있어요?" 리사가 물었다.


"...점. 하나."


"위치는?"


"중앙. 약간 오른쪽."


"정확합니다. 1번 채널이 우측 V3 영역이에요."


점이 사라졌다. 다시 칠흑.


"2번 채널."


다른 점. 이번에는 왼쪽 위. 색이 있었다? 없었다? 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몰랐다. 어둠과 다른 것. 어둠의 반대가 반드시 빛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어둠의 반대는 존재하는 것.


채널을 하나씩 테스트했다. 512개 전부. 2시간이 걸렸다. 점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위치와 강도가 기록되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과학자와 피험자를 동시에 해야 했다. "9시 방향, 강도 중간, 지속 시간 0.5초" 이런 식으로 보고했다. 분석과 경험을 동시에.


하지만 분석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점들이 나타날 때마다 가슴이 떨렸다. 이것이 긴장인지, 기대인지, 두려움인지. 사고 이후 칠흑이 아닌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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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브레이션 2단계. 패턴 자극. 점이 아닌 선. 면. 형태.


수평선이 나타났다. 눈으로 보는 수평선과 달랐다. IRIS의 수평선은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꿈에서 보는 것과 비슷하되 꿈보다 선명했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다음. 원. 삼각형. 사각형. 나무의 개념. 건물의 개념. 물의 개념. 하나씩 전송되었다. 흐릿하게.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하지만 보았다.


10개월 만에 형태를 보았다.


나는 이때 울었어야 하는가. 영화라면 울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과학자였다. 채널 반응을 보고하고 있었다. "원 패턴, 경계 선명도 3/10, 크기 인식 정확도 7/10." 분석하고 있었다. 측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박이 올라가고 있었다. 사라가 바이탈 모니터에서 이것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보고하고 분석하는 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것을 다른 사람들은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아르티스는 알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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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브레이션 3단계. 실시간 변환.


카메라가 촬영한 실시간 환경 데이터가 AI를 거쳐 뇌에 전달되기 시작했다.


"3단계 시작합니다. 카메라 입력 → AI 변환 → 신경 자극. 실시간."


스위치가 켜졌다.


천장의 LED 조명이 먼저 왔다. 하얀 빛의 직사각형. 10개월 만에 처음 본 것이 천장이었다.


세상이 돌아왔다.


아니. 돌아온 것이 아니다. 새로 태어난 것이다.


처음에 혼란이었다. 형태들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뇌가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시각 정보. 거의 1년간 빛의 부재에 적응한 뇌가 갑자기 홍수를 맞은 것이었다. 나는 눈을 아니, IRIS를 감으려 했지만 감을 수 없었다. IRIS에는 눈꺼풀이 없었다. 카메라는 계속 데이터를 보내고 있었다.


"강도를 줄여."


리사가 AI의 출력 강도를 50%로 낮추었다.


형태들이 절반으로 희미해졌다. 안개 속의 세상. 윤곽만 있는 세상. 하지만 어둠은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적응하기 시작했다.


먼저 인식한 것은 빛. 빛의 방향. 오른쪽에서 오는 빛. 창문이 거기 있을 것이다. 이전에 이 방에 들어올 때 오른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해가 드는 쪽. IRIS가 이것을 확인해주었다. 빛이 거기서 오고 있었다.


다음. 형태들. 앞에 직사각형. 모니터. 그 옆에 사람의 형체. 리사. 리사의 형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키보드를 치는 동작.


"강도를 70%로."


형태가 선명해졌다. 리사의 얼굴이 아직 세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윤곽이 잡혔다. 머리카락의 어두운 덩어리. 어깨의 선. 손가락의 움직임.


"색이 보이기 시작해."


"어떤 색이요?"


"아직 정확하지 않아. 하지만 창문 쪽이 노란빛이야. 그리고 리사 네 가운이 흰색."


"맞아요!" 리사의 목소리에 흥분이 섞여 있었다.


강도를 천천히 올렸다. 80%. 90%.


세상이 채워지고 있었다. 형태에 색이 입혀지고, 윤곽에 세부가 더해지고, 평면에 깊이가 생기고. 이전의 시각과 같지 않았다. IRIS의 시각은 꿈의 질감을 가진 현실이었다. 약간 흐릿하고, 약간 비현실적이고, 하지만 거기에 있었다. 프레임 사이에 0.02초의 공백이 있었다. AI가 카메라 데이터를 신경 신호로 번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 고개를 빠르게 돌리면 세계가 0.02초만큼 늦게 따라왔다. 눈이 보는 것이 아니라 뇌가 읽는 것이었다. 번역된 시각.




100%.




나는 세상을 보고 있었다.




모니터링 룸. 하얀 벽과 은빛 장비 사이로 캘리포니아의 오후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9월의 빛은 여름보다 낮고, 길고, 금빛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였다. 리사가 모니터 앞에, 마이클과 제이슨이 그 옆에, 사라가 내 곁에 서 있었다.


얼굴들이 보였다. 그동안 목소리로만 존재하던 사람들의 얼굴. 10개월간 소리로 그려왔던 것과 달랐고, 같았다. 이 얼굴들이 목소리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차원이 열렸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스캔하고 있었다. 분석하고 있었다. 시각 정보의 해상도, 색 정확도, 공간 인식, 깊이감. 과학자가 먼저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르티스를 보았다.


내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스캔이 멈추었다.


분석이 멈추었다.


아르티스.


처음 본 것은 아니다. 3년 전 MIT 심포지엄에서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의 '봄'은 데이터 수집이었다. 키, 체형, 머리카락의 색, 선글라스의 형태. 정보를 처리하는 '봄'.


지금의 '봄'은 달랐다.


그 긴 어둠의 시간 동안 아르티스는 소리였다. 발소리의 리듬. 목소리의 톤. 호흡의 패턴. 그리고 손의 온도. 함께 걸을 때의 존재감.


이 모든 것 위에 지금 시각이 겹쳐졌다.


아르티스의 얼굴. IRIS를 통해 본 것이기 때문에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 내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얼굴이 0.02초 뒤에 도착했다. AI가 실시간으로 번역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번역 사이의 0.02초에 내가 소리와 감촉으로 알아온 사람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시각보다 빠른 앎이 있었다.


짧은 검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선글라스는 3년 전과 같았다. 그 아래의 얼굴. 이마가 넓고 턱선이 뚜렷했다. 입술이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미소인가. 아닌가.


나는 말을 잃었다.


아니. 정확히는 말이 필요 없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을 말로 옮기면 무언가가 사라질 것 같았다. 숫자로 환산하면 증발하는 것이 있다고 어제 밤 생각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것이었다.


아르티스의 얼굴 위에서 시선이 멈추어 있었다. 얼마나 오래. 모르겠다. 5초. 10초. 시간이 이전의 어둠 속에서처럼 다르게 흘렀다.


"달시?"


리사의 목소리. 먼 곳에서 온 것처럼 들렸다.


"시각 인식 상태를 보고해주세요."


나는 목소리를 찾았다.


"...보여."


"해상도는 어때요?"


"정확한 수치는 나중에. 지금은 —"


나는 말을 멈추었다. 과학자의 보고를 해야 했다. 채널 반응, 해상도, 색 인식, 지연 시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이 먼저가 아니었다.


아르티스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내 호흡이 달라졌을 것이다. 침묵의 질감이 달라졌을 것이다.


"보이는 거예요?" 아르티스가 물었다. 낮은 목소리로.


"...응."


"어때요?"


이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어때요'에 대한 답은 데이터가 아니었다. 해상도와 색 정확도가 아니었다. 소리와 감촉으로만 알아온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 이것은 측정이 아니라 경험이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담을 수 있는 언어를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좋아." 내가 말했다.


부족한 대답이었다. 터무니없이 부족한. 하지만 그것이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아르티스가 미소 지었다. 나는 이것을 보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 볼에 작은 주름이 생기는 것. 어둠 속에서 목소리의 톤 변화로만 짐작했던 미소가 지금 형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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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티스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났다. 방을 나가는 발소리. 가볍고, 고르고, 익숙한.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IRIS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이후 3시간. 공식적인 캘리브레이션과 테스트.


나는 과학자로 돌아왔다. 해상도, 색 인식, 공간 인식, 지연 시간. 모든 항목이 기존 시각 BCI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시력 환산 약 20/40. 기존의 최선이 20/400이었으니 10배 이상의 도약이었다.


IRIS는 작동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설계대로. 확신이 증명되었다. 내가 옳았다.


리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어제까지였다면 그녀의 호흡이 불규칙해지는 것으로만 알았을 것이다. 지금은 보았다.


마이클이 웃고 있었다. 제이슨이 노트북을 덮고 두 손으로 주먹을 쥐고 있었다. 사라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표정들. 오랫동안 소리로만 존재하던 사람들의 감정이 얼굴 위에 펼쳐져 있었다. 시각이라는 채널이 복원되자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 사람의 얼굴에서 수십 개의 미세 표정을 읽는 것. 이것이 내가 잃었던 능력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능력.


데이비온에게 전화했다.


"됐어."


2초의 사이.


"축하해." 데이비온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그 평온함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를 전화로는 알 수 없었다. 이전의 나라면 목소리의 미세한 변화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시각이 돌아온 상태에서 이미 시각에 의존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전화 너머의 감정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시각의 독재가 돌아오기 시작한 것.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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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모든 테스트가 끝나고 팀이 빠져나갔다. 모니터링 룸에는 나와 아르티스만 남았다.


창문 밖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9월의 캘리포니아 노을. 이것을 나는 10개월 만에 보고 있었다. 하늘이 주황에서 분홍으로, 분홍에서 보라로 변해가는 것. 구름의 가장자리가 금빛으로 빛나는 것. 태양이 산타크루즈 산맥 뒤로 내려가면서 빛의 각도가 낮아지고, 그림자가 길어지고, 세상의 색이 농축되는 것.


아름다웠다. 나는 이 단어를 분석하지 않았다.


"노을이 져." 내가 말했다.


"알아요." 아르티스가 말했다. "공기가 달라져요. 이 시간이 되면. 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고, 빛의 복사열이 줄어들면서 공기가 무거워져요."


아르티스는 노을을 온도와 공기로 경험하고 있었다.


나는 노을을 색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같은 순간. 다른 세계.


"아르티스."


"네."


"고마워."


어둠 속 산책에서 한 말과 같은 단어였다. 하지만 무게가 달랐다. 그때의 '고마워'는 빛 없는 곳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늘의 '고마워'는 빛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당신의 뇌 데이터 없이는 불가능했어."


"기술적인 얘기예요?"


"...아니. 그것만은 아니야."


아르티스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스 너머의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방식으로.


"뭐예요? 기술적인 것 말고."


나는 대답을 찾으려 했다. 머릿속에서. 하지만 답은 머리에 없었다. 어둠의 세계에서 배운 것,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슴 어딘가에 있었다. 그리고 이것을 말로 만드는 것은 아직 내 능력 밖이었다.


"나중에 말해줄게."


"알겠어요."


아르티스는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것을 나는 어둠 속에서 배웠다.


창밖의 노을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보라가 남색으로, 남색이 어둠으로. 시각이 돌아온 첫날의 마지막 빛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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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드디어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기 전에 멈춰서서 뒷마당의 올리브 나무를 IRIS를 통해 보았다.


가로등의 빛이 잎에 닿고 있었다. 10개월간 소리로만 알던, 그 나무가 거기 있었다.


IRIS가 자동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잎맥의 분기 패턴. 은회색 표면의 광반사율. 바람에 흔들리는 잎의 진동 주파수. 데이터가 시야 위에 겹쳐졌다. IRIS의 오버레이가 아니라 내 뇌가 습관적으로 분해하는 것이었다.


아름다웠다. 나는 아름다움의 이유를 즉시 분해하고 있었다. 잎의 피보나치 수열, 가지의 황금비, 은회색 잎의 산란 각도 —


멈추었다. 10개월 만에 나무를 보면서 하는 첫 번째 일이 수식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무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열두 가지로 구분하던 소리가. 바람은 불고 있었고 잎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소리가 귀에 닿지 않았다.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눈이 열리면서 귀가 닫힌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것이 돌아온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이것을 되찾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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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번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오늘 두 번째로 태어났다.


하지만 태어남에는 항상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자궁의 어둠을. 양수의 따뜻함을.


나의 어둠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가를 나는 눈을 뜬 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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