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차분해진 이유

by Seriel J

"너 요즘 왜 이렇게 차분해 보이지?"
"내가?"
"응. 예전에는 마냥 불안해 보였는데 작년부터의 너는 굉장히 차분해 보여."
"듣던 중 반가운 소리야. 내가 느끼기에도 안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
"응. 그래서 지켜보는 내 마음도 행복해."

시간은 야속하게도 인내하지 않는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삶의 방향을 어디로 두어야 할지 방황했던 과거는 지나갔다.
나는 나를 넘어섰다.

"방법이 뭐야? 나도 따라서 실천해 볼까?"
"꾸준히 한 게 있다면, 그건 기도 같아."
"기도?"
"응. 매일 아침 묵상과 함께 기도를 해."

새벽 6시의 미친 알람 소리에 꾸역꾸역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다. 자석에 끌리듯 거실로 기어나가 물을 한 잔 마신다. 그러고 나서 기도가 시작된다.
기도를 마치기 전까지 어떤 음식도 입에 넣지 않는다.
특정 종교를 떠올리지 않는다.
그냥 본인이 본인에게 바치는 기도다.
두 손을 맞대어 한참을 묵상한다.
처음에는 이루고픈 것을 위해 묵상했으나 그 묵상이 이리도 무겁게 승화될지 몰랐다.
인간은 불완전해서 늘 갈증을 앓는다.
마르지 않는 갈증은 막막함을 동반한다.
막연한 막막함은 해결할 수 없고 평생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는 갈음에 겸손해진다.
자연스레 기도라는 행위로 나아간다.

나의 기도는 거울이다.
과거를 들여다본다. 어제든 그제든 언제가 됐든 성찰의 구멍을 들여다본다.
그 페이지에서 펼쳐지는 감정을 정리한다.
누군가의 기도는 대화다.
또 다른 누군가의 기도는 묵상이다.
나의 기도는 거울이자 꾸지람이다.
겸손으로 향하는 다리의 역할을 한다.

겸손.
꾸준히 걷고 싶은 길.
꾸준히 걸어야 하는 길.
예측 불가능한 삶에서 겸손은 필수 덕목이다.
욕심대로 모든 것을 지배할 수도, 이룰 수도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더할 나위 없는 지진이 있었다.
인간이란 지진 속의 티끌 하나임을 깨닫는다.
인생이란 주어진 길을 그저 걸어갈 뿐임을 깨닫는다.
창창한 젊음 앞에서, 길은 바꿀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냥 내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빛 앞에 다다르어 혜안이 생김을 안다.
이 지진은 오히려 더 단단하게 만든다.
받아들임과 내려놓음의 공존은 그리고 그 반복이 물어다 준 용기다. 용기에서 비롯된 평온이다.

느린 전개가 좋다.
가속도가 붙어 바퀴가 타는 냄새를 환기시키고 숨을 잠시 참았다가 다시 쉬어본다.
그 뒤 숨을 골라본다.

느림은 균형이다.
숨 막히게 달려온 일상 속에서 브레이크를 걸어 균형을 맞춘다.

늦어도 된다.
한 번뿐인 우리의 인생이 왜 주어졌으며 무슨 그릇이 되기 위해 살아가는지 물어보아야 할 것 아닌가.
묵상하시라. 기도하시라.
스스로를 위해 침묵하시라.
거짓 없는, 교만 없는 진실만 남겨두시라.

세상과 연결되는 통로는,
오늘과 내일은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으리.
그러니 가치 있는 기도를 하시라.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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