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인생의 이야기는 한 편의 영화 같아."
현정은 생각한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떤 장르로 볼까.
하루는 액션 눈깔, 하루는 다큐 눈깔인데.
로맨스는 비중이 적은 건 확실하고.
무엇에 가까울까.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날이면 생각이 많아진다.
누구에게나 평범한 인생은 없듯 현정의 인생 또한 평온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 극적이지 않지만 굴곡은 참 많았다.
그래서 한 해가 흐를수록 스스로 평온함을 찾는다.
귀에 박히는 알람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아침을 맞이한다.
기도를 하며 다짐한다.
이유 없이 지칠 때도 있지만 많이 웃어보자고.
본인 스스로 높게 세우지 말 것이며 말씨를 뱉었을 때 남이 낮추어지거나 초라해지는 화젯거리는 꺼내지 않기를.
꾸준한 겸손의 길을 걷길.
소중한 사람들의 일상 또한 평온하길 묵상한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다음은 펜을 든다.
작품을 써 내려간다.
숏폼보다 밀리의 서재, 티브이보다 종이책, 카페보다 도서관을 선택하는 현정에게 이 루틴은 꽤 만족스럽다. 또한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에도 적합하다.
느린 전개가 싫지 않다.
오히려 규칙적이고 고요한 이 반복을 사랑한다.
예전에는 하루가 늘 이벤트이길 바랐고 바람대로 시간이 흘러갔다. 늘 특별한 일이 생겼고 그 이벤트에 하루의 의미를 부여했다.
무사히 지나감이 충분히 괜찮고 심지어 고맙다는 것을 모른 채.
화려함은 뺀다.
사소함과 소소함을 넣는다.
유머는 필수다.
괜히 웃음이 나오는 순간, 맛있는 음식을 한 입 먹고 엉덩이든 어깨든 흔들며 춤춘 순간,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에 흥건하게 터지는 도파민, 혼자 걷다가 바람이 때리는 싸대기 한 대에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
뭐 그런 것들.
맑게 웃는 현정의 순간들.
아무도 모르게 선택을 연속했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고독한 편집자일지언정 삶의 필수 구성요소들을 쪼개고 쪼개 한 편의 극을 만든다.
배우는 필요 없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오직 한 사람,
맑은 웃음을 잃어버린 현정이다.
실수란 용납할 수 없는 지독한 완벽주의자.
쓸데없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사 오는 사색가.
하지만 인생에 미련과 후회는 두지 않는 쾌걸.
여러 명이 모였을 때 또라이가 보이지 않으면 본인이 또라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던데 현정은 어딜 가도 본인을 넘어서는 또라이를 본 적이 없다.
솔직한 또라이에서 조용한 또라이로 진화했다.
이것은 마치 사피엔스다.
누군가는 신기할 것이고, 누군가는 싫을지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존재일지도.
빠질 이야기가 없다.
다소 어설픈 허점들은 영화의 '쉼 포인트'가 된다.
'이현정'이라는 영화.
뚜렷한 결말은 없지만 재미있는 영화.
결말은 굳이 없어도 된다.
지금도 카메라는 돌아가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강물에, 파도에 몸을 맡긴다.
굳이 만들지 않을 결말 덕분에 얼마든지 무엇이든지 넣을 수 있다.
남에게 대단할 필요는 없다.
현정 본인에게는 위대한 작품이기에.
이 영화를 조용히 함께 관람해 주는 이들이 있다.
현정은 그들을 믿음과 사랑으로 일컫는다.
느린 전개가 좋다.
반짝이는 것은 없어도 된다.
반짝이고 싶어서, 빨리 가고 싶어서 건너뛰던 과거보다 이상하지만 보고 싶고, 보고 있으니 오래 보고 싶어 지는 전개가 되려 한다.
어쩌면 지난날의 역경은 이 순간을 위해 걸은 하나의 길이었을지도.
오늘의 평범함이 소중하다.
오늘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감사하다.
결말이 굳이 필요 없는
꺼지지 않는 화면.
영화 '이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