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걱정했던 것 같다
이집트에 오는 것이 정해졌을 때, 내게는 너무도 생소한 나라라서 이집트와 관련된 영상과 블로그를 많이 찾아봤다. 대부분의 콘텐츠에는 관광지에 호객꾼들이 엄청나게 많고, 특히 피라미드에서 낙타 삐끼가 계속 따라붙고 사기도 많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집트에 자리 잡은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을 때, 거점을 카이로에 두고 있던 우리는 첫 관광지로 가까운 기자 피라미드를 찾았다.
피라미드는 스핑크스 앞 입구와 새로 생긴 The Great gate, 두 개의 입구가 있는데, 새로운 입구로 들어갔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굉장히 깔끔하고 컸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걸어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어리둥절했지만 노선도 사진을 한 장 찍고,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섰다. 잠시 후 대형 전기버스가 들어왔고, 사람들을 하나씩 태우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료였다.
이게 맞나 싶었다.
한국에서 찾아본 영상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이었다.
첫 번째 정거장은 파노라마 뷰 포인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길래 우리도 따라 내렸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르게 낙타 삐끼들은 손으로 셀 정도로만 있었고, 심지어 말도 거의 걸지 않았다. 버스를 내린 장소에서 다시 탈 수 있었지만, 날씨가 좋아서 그날은 거기서부터 걸어서 피라미드를 보기로 했다.
걷는 길에는 낙타 똥이 즐비했지만, 스핑크스까지 가는데 낙타를 타라고 따라붙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스핑크스에 다다랐을 땐 호객이 많이 달라붙긴 했지만, 영상에서 보던 수준은 아니었다.
피라미드는 예상대로 정말 엄청나게 컸다. 이게 수천 년 전에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피라미드 코앞에서 꼭대기를 바라보면 고개가 아플 정도였으니까.
나중에 알고 보니 방문하기 5일 전부터 피라미드에 셔틀을 도입했다고 한다. 그래서 호객꾼이 많이 없었던 거였다. 예전에는 스핑크스 입구에서부터 타고 가라고 달라붙는 사람이 많았고, 입장해서도 피라미드 간 거리가 멀고 그늘이 없는 사막이라 유혹이 더 심했다고 했다.
이집트에 도착해 적응하느라 한 달 동안 관광을 해 본 적이 없던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피라미드라도 한번 가보자” 해서 나선 날이었다.
그날은 운이 좋았다.
- 2025년 피라미드에서 촬영 ⓒhani.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