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가 더 압도적이었다.
아랍어 수업 주제가 여행이었던 날, 선생님이 동물원을 추천했었다. 나이 40이 넘어 아이도 한국에 있는데 무슨 동물원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었다.
한참이 지나 예성이랑 알렉산드리아 여행 계획을 하다가, 이동하는 길목에 지도에 표시해 두었던 동물원이 보였다. 선생님이 추천했던 것도 있고, 호텔 체크인전에 들렀다가 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예성이와 함께 가기로 했다.
카이로에서는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Africa Safari Park & Motel”이라는 사파리형 동물원이었다. 처음엔 모텔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의 그것으로 착각해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외국에서는 자동차를 세워 둘 수 있는 그냥 숙박업소였다.
사파리 동물원답게, 걸어서는 볼 수 없는 엄청난 크기의 동물원이었다. 애초에 입구에서 차량당 금액으로 결제를 하고 그 차를 타고 그대로 들어가야 했다.
라마부터 시작해 다양한 동물이 구역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각 포인트를 차로 이동해서 내려서 구경하는 방식이었다. 신기했던 건 대부분의 동물들을 가둬두는 울타리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라마, 사슴, 거북이 등에 태워주고 있는 장면을 많이 봤다.
그리고 각 동물들 옆에는 관리인들이 먹이 주기 체험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10파운드짜리 소액권이 많이 있어서 팁으로 주기 좋았다.
팰리컨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징그러운 녀석이었다. 생선을 먹이로 주려는데 여러 마리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니 나도 모르게 뒷걸음쳤고, 쫄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센세이션 한 동물은 하이에나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금 이 상황이 맞는 건지 머릿속에 물음표가 연실 떠올랐다.
분명 육식 동물인데, 철창도 없이 무릎 높이의 나무 울타리 사이에서 먹이를 주는 체험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나의 걱정을 무시하는 듯했다. 매일 사람들이 찾아와 사냥하는 방법을 잊은 건지, 어슬렁어슬렁 걸어와 주는 먹이만 먹고 다시 돌아갔다.
하이에나도 대단했지만 이날 가장 압도적이었던 동물은 하마였다.
작은 호숫가 허름한 정자에 하마 여러 마리가 매달려 먹이를 탐하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자칫 물에 빠지면 잡혀 먹혀버릴 것만 같은 엄청난 사이즈였다. 관리인이 사진을 찍어준다며 먹이로 유인해 하마를 난간 근처까지 끌어올렸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 녀석이 공격하는 건 아닌가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다.
둘러보는 내내 동물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되나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하마나 하이에나에게 먹이를 줘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2025 이집트 [Africa Safari Park & Motel] ⓒhani.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