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은 관심 없었다
웅-웅-웅- 웅-웅-웅- 웅-웅-웅-
탁자 위에서 진동벨이 계속 울렸다.
어느 5월의 더운 봄날, 이집트에 함께 나와 있는 동우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형니이이이임~, 통화 괜찮으십니까?”
“어 그래 동우야”
“형님 이번 이드 알 아드하 (Eid al-Adda) 명절에 종섭 형님이랑 룩소르 탐방을 가려고 하는데, AZ들끼리 한번 뭉쳐볼까요?”
“룩소르? 오 좋다.”
“형님 룩소르 가시면 뭐 하고 싶거나 가고 싶은 곳 있습니까?”
“열기구! 나는 그것만 타면 돼”
나는 원체 역사나 유물, 유적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나이를 먹어가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알게 된 잡지식이 있을 뿐, 내 스스로 유물, 유적이 어떤 것인지 왜 만들었는지 찾아본 역사가 없다.
하지만, 룩소르에서는 열기구를 탈 수 있다고 유튜브에서 봤다.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나는, 전부 다 모래색인 이집트 유적지가 점점 질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록달록한 열기구는 보다 더 관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포인트 중 하나지.
무조건 열기구 타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나머지는 하자는 대로 할 게, 소주는 몇 병 챙기면 되니?”
“하하 그럼 형님 가시는 걸로 알고, 준비하겠습니다”
“어어 그래 그러자, 예약할 때 셋이 한번 다시 얘기하자”
“예 그럼 쉬세요 형님”
나는 들뜬 마음으로 소주가 몇 병 있는지 확인했다.
세 명이면 하루에 640ml 두 병씩은 먹겠지. 그래서 총 6병을 챙겼다.
역시 나는 가기 전날까지 룩소르에서 뭘 보면 좋을 지 딱히 찾아보지 않았다. 단지 아끼는 동생들과 밤마다 술 한잔 기울일 생각에 한껏 들뜬 40대 아저씨였다.
그러나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열기구를 많이 찾아봤아. 예쁜 사진 하나만 건져보자 라는 생각이었다.
제발 그날 열기구가 많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래야 사진이 정말 예쁘거든.
“아 무슨 픽업을 4시반에 하냐”
우리가 갔던 이드 알 아드하의 시기는 6월초로 이집트 여름의 초입. 해가 빨리 뜨고 길어지는 시기였다.
열기구는 무조건 해 뜨기 전에 공중에 있어야 했다.
사진을 찾아보니 해 뜨고 나면 덜 예뻐.
이른 새벽 우리는 서둘러 나일강을 건너 미니버스를 타고 가니, 공터에는 열기구들이 엎드린 채 누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끔 바람이 불면 이륙허가가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자 다왔다.
이륙허가만 나면 됐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 인간인데, 뜨기 전까지 빌었다.
“제발 뜨자, 내일 또 못 온다. 온 김에 보자”
촤아아-
일제히 열기구에 불을 짚히기 시작했다. 열기구가 많았다면, 이 장면 또한 장관이었으리라. 조종사들은 벌룬에 공기를 넣고, 황급히 탑승을 유도했다. 빨리 올라가야 해뜨는 걸 볼 수 있으니까.
룩소르의 하늘은 사실 예쁜 편은 아니었다. 사막 특유의 모래가 섞인 하늘 빛, 나일강 주변의 초원지역을 벗어나면 보이는 사막지대가 예쁜 색감을 보여주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집트에서 제일 좋았던 순간 중 하나로 꼽는다.
나는 살면서 처음 타보는 열기구였다.
머리 위에서 불이 터질 때마다 전해지는 뜨거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고,
아직은 어둑어둑한 하늘에 저 멀리에서 태양이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발아래로는 나일강과 범람지대의 초원, 그리고 사막의 경계선이 한눈에 들어왔다.
내가 왜 35mm 단렌즈만 챙겼을까 하는 자책과, 열기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공존했었지. 나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가져온 필카로도 한 장 남겼다.
오랜만에 해가 뜨는 것을 보았다. 아니 이집트에 와서는 처음 보았다.
나는 그날 이후로 가끔 새벽하늘을 보면 룩소르에서 열기구를 탔던 그날이 이따금씩 생각이 난다.
알록달록 했던 열기구들
코끝을 스쳤던 새벽공기
애정하는 동생들과 술을 마시며 함께 떠들었던 시간
2025 룩소르 열기구 ⓒhani.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