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두 명이었어??? 뭐야?? 이 상황은 일단 울면서 파악해 보자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마자 첫 번째로 나간 사람은 60대 아주머니였다.
발걸음이 빠르고 뭐가 그렇게 급하셨는지 엘리베이터에서 공동현관까지 뛰어가셨다.
그리고 40대 남자가 지하계단으로 내려가고 그리고 내가 내렸다.
사실 제일 늦게 내리고 싶었다.
그래야 그들의 뒷모습의 인상착의까지 전부 볼 수 있었으니까..
공동현관까지 뛰어가던 아주머니는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갑자기 5살가량의 통통하고 머리가 허리정도로 오는 유치원가방을 메고 있는 여자아이를 급하게 데리고 다시 그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아주 달려갔다.
아마도 엘리베이터가 1층에 머무를 때 기다리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다시 올라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가면 기다려야 되니까 그렇게 빨리 뛰어 가셨구나?
라는, 생각을 끝내자마자
방금 만났던 5살가량의 여자아이의 아빠가 나쁜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바쁘고 아프고 미팅이 많아 못 만났던 사람을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이 진단서상의 수상한 주소에서!!
그 나쁜놈은 현관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나 놀랬는지 할 말이 없었는지 모르겠지만 잠시 멈추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사기꾼은 생각할 것이다.
김지수가 왜 여기 있지??라고..
그 사이 그 60대 아주머니와 5살가량의 여자아이는 다시 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나쁜놈은 내가 공동현관에 있는걸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하는 눈치였다. 특히 그의 후다닥 달려 나온 60대 아주머니와, 딸아이 한테...
그리고 그 나쁜놈은 나를 잠시 사색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서있는 나를 본인 차에 태웠다.
그리고 그 나쁜놈은 나를 본인의 검은색 SUV에 태워, 그 아파트 지상 주차장을 몇 바퀴 돌기 시작하더니 결국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구석진 곳으로 데려가 주차 하였다. 끝까지 안 들키고 싶었나 보다
나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당장 욕부터 하고 싶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100만 가지도 넘었고 그 100만 가지 중에 90만 가지는 따지려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일단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장 해야 될 말도 생각도 안 났고, 내가 왜 이 차에 탔는지도 몰랐고 저 5살짜리 여자애는 누구인지? 수상한 집이라고 생각했던 10층 아파트에 왜 나쁜 놈이 나타났는지 등등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던 차였다.
내가 일단 말을 하지도 않았지만 나쁜 놈은 뭐가 그렇게 찔렸는지 줄줄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차를 세워 내가 먼저 물어본 말은 저 여자애는 누구냐 나는 거였다. 자신의 딸이라고 이야기했다. 딸이 애초에 한 명이라고 했었는데 저 작은 여자애는 또 누구인가? 첫째 딸의 이름을 말하니 걔가 걔라고 한다.
가증스러운 눈빛이 거짓말을 한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속으로는 주먹으로 얼굴을 내리치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아직 들어야 할 말이 많고 내가 만약에 사기꾼 대가리라도 한 대 때리면 내가 그때는 입장이 바뀔 수 있으니 조심했었다. 그리고 나는 사기꾼을 달래서 사기꾼이 편취해 간 나의 돈도 회수해야 했다.
갑자기 여기는 어딘지? 나는 누구인지?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머리가 혼란스럽기 시작했다.
아오... 하필 만나도 저런 사기꾼 새 ㄱ ㄱ ㅣ 를 만나서 왜 이런 겪지 않아도 될 복잡 미묘한 상황과 감정을 겪어야 했는지 나 자신이 한탄스럽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탄을 지금 여기서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이제 궁금한 걸 물어야 했다. 어렵게 이 사기꾼을 만났으니 소중한 순간을 헛되이 보내면 안 되었다.
저 60대 아주머니는 누구냐고 물어보니 자신의 엄마라고 한다. 나도 직감이 있었는지 사기꾼한테 유부남이냐고 물어봤었었다. 그 당시에도 그 나쁜 놈은 이혼은 확실하게 했고, 혼인관계증명서를 보여주어서 너를 꼭 확인시켜 주겠으며 이 집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본가라고 했다.
그리고 딸아이 2명을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라고 그 당시에도 거짓말을 해대고 있었다.
진짜 한대 치고싶다.
사기꾼은 본인 집 앞에서도 끝까지 거짓말했다. 그렇게 와이프한테 잘하는 새ㄱ ㄱ ㅣ 였다.
와이프가 SNS에 본인 남편이 최고라며 극찬을 하던 놈인데 ㅎㅎㅎ
그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났지만 일단 참고 분노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눈물아, 나 좀 도와주련??
연기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연기를 배운 것도 아니고, 평소에 많이 우는 사람도 아닌데 갑자기 눈물을 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눈물이 막 나기 시작했다.
눈물 흘리는척을 해야지 뭔가 싸우지 않을 것 같아서다.
다행히 나는 마스크를 끼고 있어서 하관은 사기꾼한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마스크 안에 이를 꽉 물고서 저 사기꾼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으며, 눈으로는 슬프게 울고 있었다. 마치 분노의 눈물을 슬픔의 눈물로 보이게끔 흘리면서 어디까지가 진심이냐고 그에게 물었다.
속으로는 이 새끼가 어디까지 날 속인 거며, 등쳐먹은 거야?라는 생각을 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