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에게 빠지기 시작하다

애틋함은 최고의 매력인가…

by 소피아

카카오톡으로 넘어온 그는 더욱더 달콤하였다. 매일 아침 나에게 안부인사를 건네주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고, 내가 눈을 뜨면 가장 궁금하고 생각나는 사람이 그이였다. 이제부터는 그 남자를 그이라고 호칭하겠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부터 이 사람과 잘 아는 사람이고 또 가장 친하고 친근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이는 처음부터 내게 급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빠르게 다가오면 도망갈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굉장히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힘들고 바쁜 하루 중에 그에게 메시지가 올 때면 힘든 일은 모두 잊고 굉장히 반갑고 기뻤다. 그가 데이팅어플 프로필 사진에 올렸던 그 모습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나 역시 그 메시지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얼굴이 미소가 가득했다.

그이의 카톡이 올 때마다 주변 사람들은 좋은 일이 있냐고 물어본다. 훗, 그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지

그이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그이는 유명프랜차이즈 CFO 이면서 본인 사업체의 대표이다. CFO? 생소해서 네이버에 찾아봤다.

CFO : 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관리자. 회사 내 재무 관련 직무에서 가장 결정권이 큰 직위를 말한다.

어머나. 이렇게 멋진 사람이 데이팅어플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그가 CFO로 있는 프랜차이즈는 180억의 규모의 매출을 가지고 있으며 올해 3~4월에 상장을 준비해서 매우 바쁘고 중요한 시점이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또한 본인이 예전에 증권사에 있을 때 본인을 믿는 개인고객의 자산운용도 해준다며 본인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연봉은 2억 정도라고 이야기하면서 본인에 대해서 수줍게 이야기하였다.

나는 연신 대단하다며 그의 말을 들어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을 내가 어디서 만날까?라는 생각으로 그는 나에게서 점점 더 커지고, 나는 그에게서 점점 더 작아지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마음을 키워나가기 시작하였다.


[ 그이를 직접 만나는 날 직전이야!]

그래도 아직 우리는 정식으로 만나는 사이가 아니고 단지 호감이 있는 알아가는 사이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더욱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데이팅어플로 알게 된 사이가 아니 인가?

나도 검증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의 검증은 일단 1차적으로 간단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나 말투, 사용하는 단어, 억양등을 통해 그를 1차 검증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그에게 통화를 하자고 하였고 그렇게 나의 전화번호가 그에게 넘겨졌다.

통화를 약속한 오후 1시가 다가오자 내 마음은 초조하면서 떨리기 시작하였다. 하던 업무를 멈추고 12시 50분부터 그의 전화를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오후 1시가 지나가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그이였다.

“안녕하세요”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굉장히 젠틀하였다. 평소 떨려하거나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내가 왜 그러지?라는 생각도 무산스럽게 나는 그에게서 그저 작은 소녀처럼 수줍어 하기 시작했다.

[지수 : ]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승민 : ] 네, 지수 씨는요? 날씨가 매우 좋죠? 지수 씨도 식사하셨나요?”

점심 생각이 없어서 안 먹었지만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내 목소리가 참 좋다고 칭찬하였다. 그러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어플로 몇 명과 연락이 닿았는지부터 만났는지도 물어봤다. 그렇게 그와 짧은 것 같은 15분이 훌쩍 넘어가서 전화를 끊었다.

전화내용은 대략 이렇다. 본인은 4년 전 이혼을 하였으며 예쁜 딸이 있는데 그 딸은 전 부인이 키우고 있고, 전 부인과는 교류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딸의 면접교섭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난다고 했다. 연애는 이혼하고 1명 하고 했었고, 스튜어디스랑 만났지만 해외를 자주 나가서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아 자연스럽게 헤어졌다고 말했다. 그 뒤로는 소개는 주변에서 해줬지만 인연이 없어서 외롭게 지내다가 본인도 적지 않은 나이라서 적극적으로 만나보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어플에서 자기소개와 나의 사진을 보고 너무 느낌이 좋아 먼저 연락을 해서 우리가 이렇게 연결된 거라고 말하면서 수줍게 그리고 젠틀하게 말하는 모습이 잘 배운 다정함 같아서 나 역시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이는 가까운 주말쯤 시간을 내어 보자고 했다. 나도 그러자고 했다.

이제부터 식사조절을 해서 그이를 만나는 날까지 붓기도 없애고 최대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나 혼자 웃으면서 다짐을 했고 그이를 만날 때까지 좋은 마음으로 최대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로 나 혼자 마음을 먹었다.

그이와 처음 만나기로 한 날을 잡고, 두 사람의 중간지점으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우리는 계속 연락을 하면서 전화통화도 하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아버님께서 교통사고가 나서 급하게 병원으로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버님은 세브란스병원 VIP실에 입원을 하셨고 교통사고가 나셔서 MRI까지 다 찍고 휴식을 취하는데 다행히 큰 외상이나 출혈은 없으시고 지주막하나 경막하는 아니라면서 약물치료만 가능하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게 거짓말의 시작이었다. 공사가 다 망하고 가정에 복잡한 일이 있어야 내가 연락을 안 하고 연락을 안 기다리니까 그렇게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에게 안쓰러움 한 스푼을 더하면서 더 만나고 싶어졌다. 그이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버지 병원에 왔다가 아버님 괜찮으신지 확인하고 문안인사를 하고 출근을 한다고 했다. 아침에 병원을 갔다가 사무실에 출근한 시간이 7시 20분이니 얼마나 부지런한 사람인지 이로 말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잠이 좀 많아서 아침시간을 계획적으로 쓰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렇게 카톡으로 혹은 전화로 나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한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는데 맥주 1병을 먹고 택시를 타고 귀가를 했었다. 회식장소와 우리 집은 택시로 20분 거리였었고, 그 시간 동안 불안하다며 전화통화를 해주었다. 그러면서 내가 궁금했던 것 들을 물어보았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 건 어플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었는데 그이는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끼리 만나서 검증을 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나에게 먼저 이야기를 했고, 나는 혼인관계증명서를 원한다고 했다. 나는 그 사람의 수입이나 재산상태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싶었고, 유부남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이혼남이길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4년 전 합의 이혼을 했다고 하였는데 혼인관계증명서 상세를 보면 합의 이혼을 했는지 소송이혼을 했는지 나오기에 그 서류를 보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서류를 떼어서 보자고 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이야기하니 내가 의심한 게 미안할 정도였다. 그렇게 1시간여를 통화를 하면서 그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사람 같았다. 어쩜 데이팅어플에도 감사한 게 특정부류만 만날 수 있는 나의 상황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게 고마웠기 때문이다. 사실 나 같은 경우는 회사에도 이혼을 했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각종 모임에도 이혼녀라고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더더욱 인연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결혼정보회사에서도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나의 내면은 더 단단하고 좋은 사람인데 조건에 의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내가 노력만 조금 더 하면 가성비 좋게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객관적인 서류도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굳이 몇백만 원을 내면서 인연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기 때문이었다.

첫 만남을 기다리던 중 그이는 또 무슨 일이 생겨났다. 이렇게 첫 만남이 수월하지가 않구나 라는 생각으로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코로나에 걸렸다는 것이다. 열이 38도를 상회한다면서 그렇게 코로나 양성반응이 나타난 키트를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젠장! 진짜 만나기 정말 힘드네 -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걱정을 해주었다. 사실 걱정도 되었고, 그때는 걱정반, 짜증반이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면 코로나에 걸리면 병원에 2주 격리되거나 자가 격리가 의무가 아닌 격리는 본인의 선택이고 3차 백신까지 끝난 상태이기에 굳이 못 만날 이유는 없었는데 그이는 첫 만남에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더 좋은 모습으로 보고 싶어 했다. 뭐 그럴 마음도 이해가 갔었다.

그렇게 그와는 내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나의 생활을 좀 더 하면서 못 봤던 지인들도 보고 늘 해왔던 운동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나의 즐거운 추억사진도 보내고 그의 행복했던 추억 사진도 받으면서 연인인 듯 연인이 아닌 듯 그런 별거 아닌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하루를 춘천의 한 숙소 링크를 보내왔는데 인테리어며 느낌이 아주 감성적이고 편안해 보이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냐는 내용의 카톡이 왔었다. 나는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하룻밤의 약속을 하기 싫어서 지금 대답을 못하겠다고 하니 알겠다며 본인이 실례했다며 사과를 하였는데, 사실 싫다고는 안 했는데 저렇게까지 사과를 하는 거 보니 괜찮은 사람인가라고 그에게 +1점을 더 주었다.

그 사기꾼과의 카톡 대화내용 캡쳐






그렇게 그이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며칠 동안 서로의 생활에 충실할 때쯤이었다.

때는 주말 저녁, 운동을 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너무 보고 싶다며 오늘 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미 저녁 8시인데?

너무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이가 보고 싶었고, 또 지금 아니면 무슨 일이 또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있었기에 만나자고 했다. 약속장소는 마포인 그의 집과 우리 집의 중간인 한양대 근처에서 보고 24시간 운영하는 커피숍을 찾아 그에게 주소 링크를 보냈다. 그는 화상으로 회의를 하는데 화상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달려온다고 했다. 나는 편안하게 일 보라고 하고 10시부터 그이를 기다렸다. 그이는 약속시간 2시간이 지나고 새벽 12시쯤 이제 출발한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었다. 그래서 집에 갈까도 생각했지만 집에 가기 직전에 그에게서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며 카톡이 왔었고, 나는 그냥 여기 온 김에 얼굴이라도 보자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그가 카페에 들어서는 느낌이 났다.

나는 긴 머리를 올려서 묶었고, 블랙원피스를 입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다가오자 나의 눈보다 코가 그를 먼저 알았다. 그는 아주 향긋하고 멋진 향이 풍겨졌다. 향기가 그렇게 사람을 더 멋지게 만드는지 몰랐다. 이래서 향수를 사람들이 뿌리나 보다.

맞은편에 앉은 그이는 화상회의를 한 것 같지 않은 복장이었다. 나이키 트레이닝복 세트에 머리에는 이제 헤어밴드를 하고 루이뷔통 클러치백을 들고 왔다. 이 복장으로 화상회의를 했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면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뽀송뽀송한 머리인데 헤어밴드는 좀 오버라고 생각했지만 뭐 만난 게 중요하니 두 번은 물어보지 않았다.

지금 와서 보니 이놈은 맞춤 서비스라 내가 운동을 좋아한다고 하니 최적화된 복장으로 집에서 나온 것이었다. 갓 샤워를 하고 머리도 만지고 그렇게 운동도 안 했는데 운동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트레이닝복을 입고 왔던 것이다. 사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그는 마라톤을 매일 한다고 했지만 가느다란 허벅지가 마라톤은커녕 숨쉬기도 겨우 하는 몸이었다.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앙상한 팔다리였었다.

그는 아이스라테를 시켰고, 나는 이미 리필까지 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였다. 첫 느낌이 좋아서 그런지 몰라도 잘생기진 않았지만 깔끔한 인상에 웃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대화도 매우 잘하고 서로 말이 잘 통하는 느낌이었다. 본인도 내가 보고 싶었다며 실물은 사진보다 더 예쁘다는 칭찬까지 해주었는데 그런 칭찬들과 공감은 그의 범죄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글루밍이라는 것을 하였고, 그렇게 나를 가스라이팅 하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놈과 처음 만났을때의 카페 영수증


처음 만났을 때 손을 잡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의 손길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두 손으로 나의 손을 꼭 잡으면서 보고 싶었다며 눈을 보고 이야기하였는데 나는 그의 눈빛이 계속 보고 싶었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때 알게 되었다. 그가 나에게 입맞춤을 해도 되냐고 수줍게 물어봐서 나도 수줍게 긍정의 표현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입술은 매우 부드럽고 촉촉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그는 불안할 때마다 입술을 뜯었고, 입술이 헐어있어 샤넬 립밤을 수시로 발라줬기 때문에 입술이 항상 촉촉했었던 것이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사기꾼은 매일이 불안했을 것이다.

그렇게 2시간을 이야기하니 새벽 2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늦은 시간 커피를 2잔이나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피곤해서 그에게 피곤하다고 하니 그제야 일어나자고 했다. 나의 차까지 데려다준다면서 매우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그와 나는 차가운 공기를 거닐며 함께 걸었다. 나의 차에 다다를 때쯤 그는 또 아쉽다면서 안아줄 수 있냐고 해서 나는 그렇게 수줍은 봉숭아꽃처럼 그에게 안겼다. 어깨는 내 어깨보다 좁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태평양처럼 넓고 따뜻한 가슴이었다. 그렇게 여운을 남긴 채 나의 집으로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며 그를 바라보았다. 멀어지는 그는 내가 안보일동 안 손을 흔들어 줬다. 자상하기도 해라...

그렇게 여운은 길게 가지 않았다. 냉큼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보니 잡은 물고기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그놈의 의도가 엿보였고, 나는 또다시 희생양이 될 한 단계 한 단계 스텝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나에게 만나서 너무 좋았다면서 마음에 들면 정식으로 사귀자고 이야기했다. 나 역시 그가 싫지 않았고, 물론 바쁘고 무슨 일이 항상 많은 그였지만 내가 그를 잘 보필해 줄 거라는 확신 아닌 확신이 있었기에 정식으로 사귀는 것을 허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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