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의 만남 1초 전, 그리고 1초 후

악마의 보금자리에 아장아장 걸어가다

by 소피아

놈놈놈, 잘난 놈, 잘생긴 놈, 못난 놈 하나 할 거 없이 쪽지가 가득 왔다. 잠시 혼미하게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았나?라는 생각과 함께 찬찬히 쪽지를 보낸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많은 쪽지가 와서 누가 누군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선한 인상에 안경을 쓰고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남자는 왠지 모를 수줍음으로 감싸여있었고, 굉장히 젠틀하게 인사를 하였다. 아이디도 마음에 들었다. 대화를 조금 해보니 그도 나와 같은 사정이었고 딸이 한 명 있지만 전와이프가 키운다며 매우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면서 본인도 외로워서 데이팅어플을 가입해서 인연을 찾아간다고 했다.

그 남자는 꽤 알아주는 대한민국의 대학교와 동대학원을 나왔다고 하면서 본인이 유명 프랜차이즈 CFO로 있다고 했다. 이렇게 잘난 사람이 이런 어플을 가입을 해?라는 의구심과 함께 그 남자의 프로필을 보기 위해 유료결제까지 하면서 확인하였다. 여성회원의 유료결제 금액은 대략 1만 원 정도였다. 1만 원으로 볼 수 있는 정보는 더 민감한 자료들이었고 대략적으로 소득금액, 최종학력, 키, 몸무게, 자녀 유무 확인 등이었다.

1만 원을 결제하고 그의 프로필을 보았다. 오 마이갓! 소득금액을 확인하는 자료와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렸는데 일 년에 일억이 넘는 금액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패션감각도 좋아 보이고 무엇보다도 가장 끌리는 것은 어딘가 순박해 보이고 웃는 모습이 선한 인상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어플에서는 대화를 오래 하려면 남자 쪽에서 유료결제를 해야 하니 내가 괜찮다면 본인 카카오톡아이디를 알려주겠으니 카카오톡에서 대화하자고 했다.



어차피 내 번호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정보가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본인 카카오톡아이디로 내가 친구추가하면 괜찮겠지? 라며 그의 아이디를 받았다. 그 카카오톡아이디는 본인의 이니셜을 본떠서 “ 열정 OO ”이라는 아이디였다. 아이디까지 괜히 멋있어 보였다. 그 사람은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인가?라고 혼자 코를 찡긋거리면서 웃음이 나왔다.

똑똑!

(중략..)

카카오톡 첫 대화중

그렇게 카카오톡을 시작으로 인연이 맺어지는 것이었다. 어쩌면 아기 오리가 늑대 소굴로 아무것도 모른 채 아장아장 걸어가는 형상인 것이었다.

채팅에서의 그 남자의 첫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설렘 그 자체였다. 안경을 쓰고 있는 그 모습도 환하게 웃고 있는 그 모습도 모든 게 설레고 두근거리는 시작이었던 것이다. 당당하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양육하지는 않지만 애틋한 마음이 담긴 딸아이와의 사진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는 모습이 당당해 보이고 다정해 보여 왠지 이 사람하고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렇게 나의 마음속의 문을 열고 꽁꽁 얼어있던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사람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카카오톡 프로필은 별거 없었다. 아주 오래된 사진 한 장과 그냥 의미가 있어 보이는 사진 몇 장뿐, 이 남자의 추억이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이 사람과 지금 알아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사진을 올리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으니 별 의심 없이 그 남자와 의 채팅에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살랑살랑 스며들고 있었다.

그는 아침저녁으로 다정하게 나의 안부를 물어봤고, 나도 서서히 그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 마치 친근한 질문을 하니 나도 이 사람과 친근해진 느낌이었다. 친근한 느낌이 왜 들었는지 기억을 되짚어보면 그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대화를 채팅으로든 누군가와 든 공유한 기억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에게 질문을 했다. 저한테 왜 먼저 채팅을 거셨어요?라고..

그 사람은 내가 느낌이 좋아 알고 싶었다며 채팅을 걸었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 아직 내가 그래도 죽지 않았나? ’

김지수란 이름으로 당당히 살다가 일찍이 엄마가 되어, 김지수란 이름을 잠시 잊어버리고 육아에만 전념하면서 살았었다.

엄마란 이름으로 살다가 내가 원하지 않게 다시 김지수로 살았었었다. 그리고 계절의 바뀜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렇게 앞만 보고 살고 있자 하니 누군가 나를 여자라고 바라볼까?라고 생각이 참 커있던 상황이어서 어리둥절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배운 다정한 사람에게 호감을 주었다는 게 내 마음에 데이지꽃이 피어나듯 그렇게 내가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걸은 것 마냥

얼어있던 내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려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 마음은 나이가 먹었든 안 먹었든 나를 타임머신으로 18세의 꽃다운 나이로 데려다주었다. 이런 마음이 언제 적 마음이었지? 이런 마음이 살면서 있었던 것일까?라는 생각에 지난날 다른 연애의 시작은 까맣게 잊어버리게 했다. 담백하지만 다정한 말로 맞춤법도 틀리지 않고 또박또박 본인의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데이팅어플 속의 채팅과는 또 다른 느낌의 카카오톡 채팅이었다.

데이팅어플 속의 그 남자는 거짓에 가려져 있으며 신뢰가 덜할 느낌이었다면 카카오톡으로 넘어오는 순간 우리는 예전부터 알았던 사람 같고 친근하고 그렇게 나의 마음을 열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그건 아마도 카카오톡이라는 친근하고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메신저이기 때문에 더 그러한 느낌도 있었던 것 같다.

익숙하고 설레고 기대되지만 걱정되는 그런 마음이 복잡하게 공존하였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200만 명의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어플에서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렵게 만난 인연을 나의 두려움으로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사실 속마음은 두 가지였다. 데이팅 어플에는 사기꾼도 많을 것이고 또 서로 연결되는 사람이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워야 돼서 서로를 탐닉하고 확인해야 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텐데 혹시 확인하고 또 확인했는데 이 사람은 내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면 그 감정소비와 시간을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가?라는 마음이었다.

[ 나의 속마음 ]

만약 내가 세심하게 알아보지 않고 대화도 많이 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어,
막상 만났는데 오 마이갓! 하는 상황이 나타나면
내가 그동안 그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나의 노력이 헛되어질 테니
만나기 전에 진짜 괜찮은 사람인지, 나와 맞는 사람인지 기필코 꼭 파악하리라는 생각에
두 배의 의심(?)을 쏟아 그를 알아가봐야 했었다.


사실 아마 데이팅어플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은 고민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어플에 재방문하고 만남이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는 건, 만남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어려워지고 소개팅도 제한적이고 무엇보다도 내가 아이는 있지만 이혼했다는 상황을 지인들이나 회사사람들에게 알리기 싫어 조용히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데 그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 일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가지 마음은 천사와 악마가 번갈아 가면서 나를 유혹하는 듯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초반에는 악마가 우세하지 않은가? 갑자기 이 대목에서 좀 쌩둥 맞지만 천사와 악마의 유혹이라는 책이 생각이 난다.

여섯 명의 남자의 여섯 가지 대답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없고,

여섯 명의 남자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

미리 이 이야기의 결말을 이야기해보자면

그 남자의 여섯 명의 자아에서 여섯 가지 대답에 대해서 알려 줄 수 없고,

여섯 명의 자아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들(?)의 생각과 행동에는 몇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그건 바로 그 여자가 구해올 수 있는 돈의 액수와 새로운 여자와의 잠자리이다 ”

이것이 어찌 보면 이 이야기의 핵심이자 놀라운 사실이 될 것이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다시 나를 따라오면 상상도 못 할 스펙터클한 일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다시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가기 전에 독자들과 함께 공감하기 위해 질문을 던져 보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이 이야기를 함께 읽어가고 있는 나의 친구 혹은 나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대답을 하든, 혹은 아래 내가 친구들을 위해 준비한 칸에 자필로 적어 보아라.

질문 : 내가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똑같이 사랑할 것인가? 대답 :

대답을 적었는가? 나의 대답도 알려주겠다. 나의 대답은

나는 다시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 나의 대답이다.

지나온 길을 돌이켜보면 힘든 일이 더 가득했지만
그에 대한 나의 사랑보다는 내가 사랑에 대하는 태도가 꽤나 마음에 들고 감싸주고 싶었기에
나는 시간을 되돌려도 다시 똑같이 사랑할 것이다라는 변하지 않을 대답을 우리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다.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미숙하고 서툴렀던 나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는데 본질적으로 내려가니
바쁘게 살아와서 나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르고 나조차도 나를 사랑을 해줄 수가 없었던 나였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과 고난의 시간이 무척 소중한 시간이였던 것이다.


잠시 말이 삼천포로 빠졌지만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해 보면, 이미 친근해진 그 남자는 아침저녁으로 다정하게 나의 안부를 물어주며

내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궁금해하며, 본인의 하루도 나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그와 나의 공감대를 형성해 하기 시작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