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주부의 프랑스에서 살아남기의 서막
3번의 결혼기념일을 보내면서 우리 부부는 함께 살아본 적이 없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주말부부였기 때문이다. 3년 차 신혼부부에게 함께 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남편의 프랑스 유학이었다.
나는 1년 6개월의 휴직을 내고 프랑스로 함께 떠났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내가 이룬 가족을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의 '파리에서 살아남기'가 시작되었다.
혼자 살던 사람 둘이 모여 같이 살게 되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둘 다 워낙 둥글고 순한 사람들이라 성격은 함께 사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살림'이었다. 이제는 둘이서 한 살림을 운영하고 꾸려나가야 하는데,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부모님들의 도움 없이 오직 둘이서 지지고 볶으며 헤쳐나가야 했다. 한국에서는 뭘 해 먹고살았지? 스웨터도 세탁기에 돌리나? 3년이라는 시간이 참 무색하게 느껴졌다. 둘 다 직장에서 컴퓨터나 두들기고, 주말에는 놀러 다니기 바빴으니 당연했다.
혼자 살 때면 밥도 먹고 싶을 때 먹고 청소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었으니 살림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설거지가 쌓여있어도, 옷이 좀 너저분하게 있어도 괜찮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만 골라서 먹었고, 영양소 따위는 신경도 안 썼다. 달콤한 시리얼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워도 괜찮았다. 내가 편한 게 우선이었다. 나를 편하게 두는 게 나를 위한 휴식이라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보니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막상 내 살림을 꾸려나가려고 하니 가족이 쾌적한 환경에서 하루를 보내고,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행복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인 것을 비로소 알았다. 진정한 휴식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삶을 가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우리는 집안일이라는 것에 큰 가치를 안 두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머무는 공간을 청결하게 정돈하고, 밖으로 소모하는 에너지를 건강한 영양소로 채우는 것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 모든 게 주부의 능력과 역량 안에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이제 갓 살림을 시작한 초보주부인 나는 한국에서는 못했지만, 이곳 프랑스에서는 지혜롭게 살림을 꾸려나가기로 다짐했다.
함께 사는 공간을 어떻게 가꿀지 고민하는 것.
어떤 음식으로 식탁을 채울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살림의 시작이다.
이제 주부로서 역량을 갈고닦을 때가 왔다..
프랑스 생활도 주부도 처음이지만 다 잘 해내고 싶다.
몸도 마음도 잘 가꿔서 건강하게 귀국할 그날까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