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대형견 견주로 살아남기 - 06
등이 아프다. 등 뿐인가? 어깨는 저리고, 팔은 뽑힐 듯 아리고, 허리는 지끈거린다. 이 잔고장의 7할 이상은 애물단지 녀석 때문일 것이다. 17kg가 넘어가는 녀석을 통제하느라고 당기고, 때로는 번쩍 들어올리다 보면 곡소리가 절로 나온다.
사실 이 정도 무게는 대형견(또는 중형견) 치고 많이 나간다고 하기 어렵다. 흔히 알려진 리트리버는 30~40kg 나가는 개체들이 다반사이다. 그렇지만 그쯤 되면 의외로 아주 얌전해서 컨트롤할 필요가 없거나 ‘든다’는 행위를 포기하는 데 비해 이 녀석은 손이 갈 일이 너무 많은 게 문제다.
한때 나의 PT 트레이너가 강아지를 좋아해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시험삼아 터그 놀이를 시키고 어떤지 묻자, 그는 동일 무게의 당기기 운동과는 비할 바 없이 힘들다고 했다. 그래, 나만 힘들 리가 없지? 트레이너가 아닌 유리몸이 트레이너에게도 쉽지 않은 고강도 운동을 반복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생체 아쿠아백이나 다름없는 녀석은 이리 움직이고 저리 움직이며 자의에 반하는 통제를 피한다. 그런 강아지를 사냥하듯 붙잡아 올리기를 1년 반째, 지금은 제법 순간적인 근력을 끌어내는 장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고난이 있었다.
길이에 비해 몸무게가 이상하게 적게 나가던 강아지는 몇 달 전부터 급격히 속알(?)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단 1kg가 늘어난 건데도 이상스럽게 두 배는 더 무겁게 느껴졌다. 담당 훈련사의 말로는 그 무게가 들기 어려워지는 마의 구간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미 커진 강아지를 도로 작아지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새로운 시련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놀아주고, 목줄을 채면서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다. 이것도 바벨 스쿼트의 일종이려니, 생각하며 근육에 힘을 주고 셀프 수련을 이어나간다. 그런데 설마 더 크지는 않겠지?
큰 개를 기른다면, 특히 어릴 때부터 기른다면 언제나 말을 잘 듣고 가라면 가고 말라면 말 거라는 생각은 접는 것이 좋다. 아무리 착한 개도 어릴 때는 천방지축이고, 아무리 순한 개도 싫을 때 한 번 버티고 서면 그만이다.
동거인은 강아지가 갑자기 달려나가는 사고 때문에 두 번이나 병원 신세를 졌다. 강아지를 훈련으로 다스리는 것도 당연히 병행되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돌발상황에 내 개가 얼마나 크든 순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신체 역량은 갖추어야 개와 함께하는 삶이 순탄하다. 문제가 생긴다면 해결하는 건 남도, 개도 아닌 견주인 나이기 때문이다.
왜 개는 목욕부스에 스스로 들어가지 않을까? 왜 목줄을 했을 때 혼자 뛰면 안되는 걸 모를까? 왜 들쳐메고 가는게 낫겠다 생각할 정도로 말을 안 들을까? 물어도 대답이 없는 강아지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그래, 네가 강아지니까 그렇지 하고 인간의 말을 아낀다.
곧 하쿠의 몸무게에 가까워지는, 두 살배기 딸을 기르는 친구를 떠올린다. 그도 자기에게 안기겠다고 떼쓰는 아기를 한 팔로 너끈히 들고 집안일을 해내는 기예를 선보였다. 어쩌면 이것은 책임지는 자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네가 나를 봐주면서 터그놀이를 요구하는 날도 있겠지. 언젠가 네가 차분하게 내 곁에서 길을 걸어나가는 날도 있겠지. 하지만 내 노력을 봐서라도 조금 그 날을 앞당겨주면 안될까? 등짝에 새겨진 영광의 통증을 덜기 위해 필사의 스트레칭을 하며 눈물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