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내외하는 사이

스트릿 출신 보더콜리, 그 험난한 동거생활 - 06

by 하진

천진난만한 개, 어색한 인간


지금이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하쿠를 처음 데리고 온 뒤 며칠 간은 강아지라는 존재와 같은 공간을 쓴다는 것이 너무도 낯설었다. 개를 좋아하는 마음만 30년이 넘도록 굴뚝 같았지, 실제로 강아지와 함께 지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쿠는 유기견 티가 거의 나지 않는 해맑은 강아지였지만 당연히 얼마 보지도 못한 사람에게 마음을 온전히 열어놓지는 않았다. 나는 나대로 개가 어디 부서지기라도 할세라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하고 잠이 들면 조용히 숨쉬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왜 그러는지 말을 좀 해 봐


임보를 준비하면서 강아지에게 잘해주기 위해 유명 행동학 수의사의 유튜브 영상도 여러 번 정독하고 익혔다. 그러나 내 앞에 뚝 떨어진 강아지는 이론이 전혀 통하지 않는 별종 강아지였다.


우선 하쿠는 전혀 실외배변을 하지 않았다. 하쿠 정도 되는 대형견은 대체로 실외배변을 한다. 집 안에서 대소변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대형견 견주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강아지를 위해 밖에 나가야 해서 곤혹을 겪는다는데, 하쿠는 정신이 팔려 바깥을 구경만 할 뿐 전혀 배변을 하지 않았다.


집에 들어와서야 거실에 어설프게 펼쳐둔 배변패드에 참았던 소변을 급히 해결하는 강아지의 행동은 대관절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검색을 해 보았지만 실내배변 하게 만드는 법은 있어도 실외배변 안 하는 강아지에 대한 고민글은 찾기 어려웠다.


KakaoTalk_20260419_223949419.jpg 뭐가 문제냐고 묻는 듯한 강아지의 표정


강아지의 마음은 알기 어려워


그 뿐인가? 강아지는 당시 밥도 잘 먹지 않았다. 보호소에서 제공받은 내○럴발○스 사의 사료가 원래 먹던 것인 줄 알고 마음 편히 주었었는데, 이상하게도 몇 입 남기거나 입에 잘 대지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밥을 몇 끼니로 나눠줘 봤다가, 손으로 먹여 봤다가, 별의 별 시도를 다 했었다.


갑자기 꾸엑, 하고 거위 소리 같은 기침소리를 내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호흡기에 병이 있었던 것이겠지만, 그 때는 영문을 알 수 없으니 걱정만 깊어졌다. 어디가 아프면 보호소에 먼저 연락을 하라고 했었는데, 보호소도 사정이 있으니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할 수는 없었고 강아지는 그에 비해 너무 잦은 이상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은 흐른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문제가 아닌 것보다 문제인 것이 더 많아 고민하는 나와 달리, 동거인은 용감하게 강아지와 새로운 시도를 해나갔다. 처음 가는 길을 걷고, 자전거와 함께 달리다가 대차게 넘어져도 보고, 원반 던지기도 알려주었다. 첫 날에 잠도 못 들던 강아지는 점점 거실에 털썩 드러눕고, 앙앙 물며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이런 강아지가 가엾다가, 도통 모르겠었다가, 귀엽기도 했다가 어쩐지 강아지 생각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하쿠를 한 번 보겠다는 예비 입양자가 나타났다. 일전의 사건으로 발에 붕대를 칭칭 감은 강아지를 데리고 복잡한 심경으로, 일주일 만에 보호소를 다시 찾았다.


KakaoTalk_20260419_224259915.jpg 얄망진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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