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봐야 소중한 걸 안다

스트릿 출신 보더콜리, 그 험난한 동거생활 - 05

by 하진

여느 때와 같을 줄 알았던 공놀이의 끝


당시 우리는 하쿠와 함께 정말 많은 곳을 누비고 다녔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하네스에다 일체형 목줄까지 장착해야 겨우 통제가 가능한 산책 못 하는 강아지였는데도, 그 때는 짧은 시간 지내다 말 줄 알았기에 그렇게 여기저기를 데려갔었다.


그 날도 하쿠와 새로운 애견동반 카페를 찾아 비싸디 비싼 브런치를 시켜 먹고, 그동안 (비교적) 얌전하게 자리를 지킨 강아지를 위해 바로 옆 공터로 들어갔다.


강아지는 너무나도 공을 좋아했지만 매번 애견카페에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길게 줄을 묶어두고서 공놀이를 해주곤 했다. 발에 땀나게 뛴 뒤에는 가끔 발바닥이 까지곤 했지만 더없이 행복해보이는 강아지의 표정을 보면 집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지


그렇게 한참 공을 던지고, 물어오고를 반복했다. 얼마나 공놀이를 했을까, 여느 때처럼 혀가 빠져 헥헥대는 녀석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발발대는 걸음마다 새빨간 발도장이 찍혔다. 깜짝 놀라서 몸을 살피니 뒷발 발가락에 핏자국이 선명했다.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전에 없이 크게 다친 것 같다는 생각에 겁이 나서 저녁 늦게까지 여는 동물병원을 급히 찾아 그곳으로 향했다. 걷는 동안 강아지는 제 발이 아픈지도 모르고 잘도 따라왔다.


그렇지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강아지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던 보호소 직원의 이야기와, 하쿠를 아끼던 그들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입양을 잘 보내야 하는데 이렇게 상처가 생겼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멀리 나와버린 탓에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 바삐 걸으면서 괜스레 눈물이 고였다. 나 때문에 강아지가 다친 것 같아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었다.


부상견이 되다


동물병원에 당도해 사람을 반기느라 여념 없는 강아지를 피곤한 기색의 수의사에게 넘겨주었다. 텅 빈 대기의자에 홀로 앉아 시무룩한 기분으로 하쿠의 치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하쿠는 잠깐 뒤에 거대한 넥카라와 보라색 붕대를 하고 나타났다. 깽,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니 주사도 한 대 맞았다고 한다. 발이 약해 그런 것이니 약을 잘 발라주고 붕대를 감아주라고 했다. 그리고 야간 진료비까지 합해 10만 원을 수납하고 병원을 나왔다.


정신 없이 벌어진 일과 순식간에 납작해진 지갑 탓에 황망한 기분으로 길을 걸었다. 강아지는 긴 주둥이에 맞는 너무 큰 넥카라가 어색해 길을 가는 내내 전봇대며 기물에 부딪혔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보면 꼬리를 홰홰 치는 강아지를 끌고 겨우 집에 도착했다.


KakaoTalk_20260412_174922487.jpg 넥카라에 불만이 가득한 모습


이렇게 순수한 강아지를 내 인생에 또 만날 수 있을까?


하쿠는 자기가 다친 줄도 모르는지 플라스틱 넥카라로 온 집안을 부술 듯이 헤집었다. 이러다가는 살림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급히 당근으로 부드러운 천으로 된 넥카라를 찾았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중고 물품을 파는 분이 있어 그날 저녁에 바로 공수해 씌웠다.


천연스럽게 넥카라를 베고 누워 자는 강아지를 보며 피곤함과 동시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때까지 나는 하쿠를 두 달 뒤에 보낼 아이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강아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쿠를 데려온 지 꼭 일주일 되는 날이었다.


KakaoTalk_20260412_180153673.jpg 너 다친 애 맞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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