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진 아침
바닥에 떨어진 드라이버가 챙그랑— 소리를 내며 거실의 정적을 깼다.
지성은 반사적으로 허리를 숙여 그것을 주워 올렸다.
손바닥에 닿는 차가운 금속의 촉감이 불쾌했다.
“여보? 안 나가고 뭐 해요? 오늘 중요한 미팅 있다면서.”
주방에서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하지만 지성은 그 평온함이 서글펐다.
자신이 지금 거실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기울어진 것 같아 드라이버를 들고 씨름하고 있다는 걸 아내가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성은 본능적으로 드라이버를 뒤로 감췄다.
가장의 권위는 '완벽함'에서 나오고, 그 완벽함에 금이 가는 순간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서류 좀 챙기느라. 곧 나가.”
지성은 넥타이 매듭을 고쳐 잡았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었다.
하지만 왼쪽 가슴께에서 시작된 찌릿한 통증은 무시하기 힘들 만큼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때, 연우가 방에서 나왔다.
고등학교 2학년, 지성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지만 동시에 가장 '미완성'인 존재.
연우가 소파 위에 가방을 툭— 던졌다.
가방이 힘없이 옆으로 쓰러지며 안에 있던 필통과 연습장이 쏟아질 듯 삐져나왔다.
“연우야, 가방은 제자리에 예쁘게 둬야지. 물건에도 다 자리가 있는 법이야.”
지성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 담겨 있었다.
연우는 대답 대신 식탁 의자를 거칠게 끌어당기며 앉았다.
드르륵— 소리가 지성의 예민한 신경을 건드렸다.
지성은 딸의 앞에 놓인 학습 스케줄러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어제 수학 문제집, 마지막 단원은 건너뛰었더구나. 피곤했던 건 알지만, 연우야. 이 시기에 한 번 흐트러지면 나중에 걷잡을 수 없어. 아빠가 너 미워서 이러는 거 아니잖아. 다 너 잘 되라고...”
“...아빠, 그 '다 너 잘 되라고' 소리 좀 그만하면 안 돼요? 난 아빠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고요!”
연우가 고개를 들었다.
눈 밑에 서린 독기에 지성은 짐짓 당황했다.
지성은 진심으로 연우를 사랑했다.
딸이 자신처럼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 박수받기를 원했고, 그 길을 닦아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어느새 정교한 '간섭'이 되어 딸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말조심해. 아빠가 언제 너한테 무리한 걸 시켰니? 규칙을 지키는 게 결국 너를 보호하는 길이야. 세상이 얼마나 냉정한데...”
“그만 좀 하라고요!”
연우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우유 컵을 식탁 위에 쾅— 내려놓았다.
그 반동으로 하얀 우유가 지성이 아끼던 원목 식탁 위로 쏟아졌다.
하얀 액체는 거침없이 번져나가더니, 지성이 그토록 예민하게 살피던 '왼쪽' 끝을 향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니야... 닦아야 해! 연우야, 휴지 가져와!”
지성은 당황하며 자신의 비싼 수트 소매로 우유를 막아섰다.
소매가 젖어 들어가는 것도 잊은 채, 그는 우유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만은 막으려 애썼다.
쏟아진 우유는 지성이 공들여 쌓아온 '완벽한 아침'의 깨진 기록처럼 보였다.
“여보, 왜 그래요? 고작 우유 좀 쏟은 거 가지고 애를 잡아...”
아내의 나무람도 들리지 않았다.
지성은 젖은 소매를 붙잡고 파르르 떨었다.
딸의 반항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통제 밖으로 흘러나가는 이 상황, 자신이 아무리 손으로 막아도 결국 틈새로 새어 나가는 저 액체의 무심함이 공포스러웠다.
지성은 대답 대신 서재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는 이제 사무실로 나가야 했다.
그곳에 있는 직원들에게, 이 무너져가는 질서를 지탱할 더 가혹한 '지시'를 내리기 위해서.
사랑하기 때문에 더 단단하게 조여야 한다.
그것이 지성이 아는 유일한 사랑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가 조일수록, 그의 소중한 것들은 조금씩 비명을 지르며 금이 가고 있었다.
[연재 안내]
《부등침하: 수평의 배신》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이번 주는 연재 시작을 기념하여 특별히 금요일 오후 5시에 2화를 발행하며, 다음 주부터는 정규 연재 일정(월·수)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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