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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빌 언덕 Jun 06. 2016

심리학과 지망생을 위한 조언

심리학으로 도피하지 마세요

이 글은 심리학과 대학원에 진학 해 본격적으로 심리학을 전공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있는 사람을 위한 글입니다.


1.

당신 주변에는 심리학 전공이 아닌 친구, 지인, 선후배가 충분히 많이 있나요? 만약 잘 없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나서 심리학을 배워보세요. 한 번 이 분야에 발을 딛게 되면 계속 이 분야의 사람들만 만나게 되고, 그러면 당신은 당신의 편협하고 한정된 경험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심리학은 자기 우물에 갇히기 딱 좋은 학문입니다.


2.

가난에 익숙해져 있나요? 대학원 등록금은 당신이 앞으로 지불해야 할 비용 중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계속 배우고 배우게 될 것입니다. 박사 과정에 진학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말이죠. 학교를 졸업하고 수련을 마친다 하더라도 석사 수준의 임금은 절대 기대하지 마세요. 학부만 갖 졸업한 당신의 친구가 당신보다 더 많이 벌 것이라는 걸 약속하죠. 아 물론 그 격차는 앞으로도 절대 줄지 않아요.


3.

교수님을 롤모델로 삼지 마세요.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교수는 좋은 롤모델이 아닙니다. 당신은 피라미드의 1층에 막 들어가려는 노예이고, 그는 파라오입니다. 그가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다정한 성품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당신이 피라미드의 1층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금방 알게 될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1층에 새로 들어와야 당신이 2층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요.


4.

농부라는 직업을 기억하세요. 농부는 땅을 대상으로 일해서 무언가를 창조해냅니다. 그만큼 성실하고 투명한 직업도 없지요. 생산된 만큼의 정직한 보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농부의 생산품은 누구에게나 기쁨이 됩니다. 하지만 심리학이란 것은 땅이 아닌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을 받는 직업이에요. 누군가를 심리적으로 만족시켜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과연 내가 돈을 벌만큼의 의미 있는 가치를 창조를 해냈는가는 당신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거예요. 단지 누군가를 만족시켜 돈을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그 돈은 화대가 되고 말아요. 다시 말하지만, 상대방이 당신에게 얼마를 지불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신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해요.


5.

심리학은 교양으로 족해요. 심리학은 삶을, 세상을, 사람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세상에 심리학과 관련되지 않은 것은 없어요. 그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람인 동안에는 말이죠. 그러나 심리학자의 역할은 세상 모든 일에 간섭하고 아는 체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도 심리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하는 아는 체를 위해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에요. 오히려 인간의 내적 과정을 규명하여 합리적인 지적 탐구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인간적인 오차를 줄이며, 사람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상호 이해를 만들어주고, 어려운 과정을 견뎌낼 심리적 힘이 되어주는 것이 심리학이에요. 심리학은 늘 돕는 학문이에요. 그래서 심리학은 교양으로 배울 때에도 큰 힘을 발휘해요. 교양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발휘해요.


6.

그럼에도 심리학을 전공한다면 언젠가는 심리학을 그만두세요. 그만두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복잡한 이론이나 남의 속상한 경험들은 아예 들어본 적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해요. 배웠기 때문에 그렇게 하기보다 그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심리학자처럼 쓸데없이 많은 걸 배운 사람도 없어요. 아는 체는 또 얼마나 많고요. 평생을 걸쳐 묻어온 그 지식의 때를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세요.


7.

땀 흘리는 취미를 꼭 가지세요. 마음이 육체를 지배할 때보다는 육체가 마음을 지배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들이지 마세요. 심리학자들의 수명은 결코 공장 근로자보다 길지 않아요. 병원 진료 내역서는 더 길고요.


8.

배운 것을 가족이나 친구에게는 써먹지 마세요. 조언도 해주지 마세요. 아는 체도 하지 마세요. 주변 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치켜세워주세요. 당신이 심리학을 배운 다는 것을 알면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당신에게 많은 것을 물어볼 테지만, 곧 당신에게만 이야기하지 않는 이야기들이 생길 거예요. 반대로 당신이 멍청하고 순박한 바보로 연기할 수 있는 동안에는 오히려 사람들의 정제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사람들은 바보에게 더 많은 것을 털어놔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것을 제쳐두고 심리학자가 되고 싶다면,

늘 고민하고 고민하며 고민하는 심리학자가 되세요.


농부가 땀 흘리는 것 이상으로, 심리학자도 고민의 땀을 흘리며 마음의 작업들을 해 나갈 때

누구에게 보여도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심리학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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