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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Dec 20. 2018

할 말 다하면서 상대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말하기의 중요성은 말 그대로 몇 백 번을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 이처럼 말과 관련된 속담도 넘쳐난다. 그만큼 제대로 말하기는 중요하다.      


사소한 부탁부터 기업의 프레젠테이션까지 다양하게 이어지 는 말하기에도 방법이 있고 테크닉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부 탁을 할 때만 해도 “혹시 지금 시간 좀 있니? 일 좀 도와줄 수 있어”라고 말하기보다 “괜찮으면 5분 정도만 도와줄래”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부담이 적다는 느낌이 시간을 통해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5분만 딱 도와주고서 ‘걸음아, 나 살려라’ 하듯 내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는 효과적인 말하기 방법이다.




설문 조사를 진행할 때 말하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A, B, C 중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며 객관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설문조사가 아니라 “지역 사회에 큰 힘이 되어주신 전 대기업 회장이신 A, 대학 교수이신 B, 기업 임원이신 C 중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분명 논란의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했을 때 나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질문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응용하기에 충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기에는 심리적인 기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홈쇼핑에 출연하는 쇼핑 호스트의 다급한 말투도 마찬가지이다. ‘매진이 임박하였습니다’, ‘수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매진되기 전에 선택해주세요’, ‘전화 연결이 어렵습니다’ 같은 말은 시청자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어 구입으로 이어지게 한다. 볼 때마다 물개 박수가 절로 나오는 쇼핑 호스트들이다.


말하기를 잘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경청, 즉 잘 듣기에도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할 말이 너무 많아 보인다. 그런데 잘 들어주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경쟁하듯, 생존하듯 자기 PR(홍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묵묵하게 들어주는 것이 특별해진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한 걸음에 달려와서 두 손을 꼭 잡고 아픔과 슬픔을 들어주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친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닫혀 있는 입은 하나, 열려 있는 귀는 두 개가 아니던가.


거절을 잘하는 것도 말하기의 기술에 속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가끔씩은 칼같이 “싫어”, “아니요”, “필요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인에게 그렇게 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싫은 말을 못 하는 당신이라면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알겠다고만 할 수도 없다.



빛나는 사람들의 빛나는 말하기 기술


면접, 연애, 상견례, 모임에 첫 가입 시, 거래처 미팅 등 말을 잘해야 하는 상황은 수도 없이 넘쳐난다. 그런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럴 때는 TV를 켜보는 것이 좋다. 말하기 하면 역시나 빠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아나운서들이다. 말하는 속도부터 시작해서 표정, 끼어드는 기술 등이 정말 부드럽게 이어진다.


특히 말하기의 베테랑으로 알려진 손석희 앵커는 말 좀 잘하는 분들의 롤 모델로 알려져 있다. 개그맨 유재석도 마찬가지이다. 부드러운 인상으로 상대의 말을 참 잘 들어준다. 즉 상대가 말을 잘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스타일인 것이다. 그는 칭찬도 적재적소에 알맞게 잘한다. 예능 토크 프로그램에서 진정으로 빛을 발하는 이유이다.


막말의 대가 김구라는 독설 말하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정곡을 찌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반론하기가 쉽지 않다. 개그맨 출신이지만 시사 프로그램에서 빛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해외로 시선을 돌려보면,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역시 상대가 편안하게 입을 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마디에 진심을 다해 반응하고 공감한다. 가끔은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면 상대는 진심을 보여주는 오프라 윈프리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더욱 속 깊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서로 마음이 통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어렵다는 것이다. 가끔씩은 그냥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은 금이야’를 속으로만 외치며 살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말’이라는 표현 방식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직접 대면했을 때는 수줍어하고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한 단체 대화방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말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유머도 담고, 재치도 담아 심지어 단체방 대화를 이끌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로 다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말 없이 세상 내성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린다.


이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모 대학교 교양수업 시간에 어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학생들이 모였는데 전부 타 학과 학생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 만날 시간이 여의치 않아 역시나 예상대로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여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 한 학생에게 설명을 길게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그 프로젝트의 리더가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 학생의 반응이 이랬다고 한다. “저, 그냥 메시지로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말로 하는 거 불편해서요. 그럼 끊겠습니다.”


세상이 점점 빠르게 변하다 보니 말하기 방법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러한 사회 현상부터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말하기, 실용적인 말하기에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성격이 내성적이기 때문에 말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단정 지을 이유는 없다. 차분하지만 조곤조곤 할 말 다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말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성격과 개성을 확실히 드러내기 때문에 한 번쯤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말 한 번 잘해서 참석하고 싶지 않은 회식 자리를 잘도 빠져나가는 김 대리, 거래 처 미팅 때마다 프레젠테이션을 도맡아해 일감을 따내는 최 과장, 팀 실적 매분기 1위를 놓치지 않는 최강 리더십의 안 팀장의 매력은 역시나 말하기였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남보다 잘해야 하고, 앞서 나가는 것이 미덕인 세상에서 상대와 걸음걸이를 맞추듯 말하기의 보폭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남의 말을 들어 주고 공감해주기가 어렵기 그지없다는 의미이다. 


숨을 쉬듯 누구나 하는 행동이 이처럼 힘든 일이 되어버린 현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쉬어가는 마음으로 말을 할 필요가 있다. 



스토리로 맹자 읽기


병든 척하며 나라를 지킨 견제


孟子曰: 魚 我所欲也 熊掌 亦我所欲也, 二者 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맹자왈: 어 아소욕야 웅장 역아소욕야, 이자 불가득겸 사어이취웅장자야.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 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생역아소욕야 의역아소욕야, 이자 불가득겸 사생이취의자야.           




맹자가 말했다. “생선 요리도 먹고 싶고, 곰발바닥 요리도 먹고 싶지만,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 없다면 생선을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하겠다. 사는 것도 바라고, 의롭기도 바라지만, 두 가지를 모두 취할 수 없다면 사는 것을 버리고 의롭기를 취하겠다.” 
                                                                        — <고자 上>           




인스타그램 http://www.instagram.com/jeremy.cho


2017년 겨울 첫 번째 책 <밤 열두 시, 나의 도시>를 출간하고 가진 첫 번째 북콘서트 

@ 한강진역 인터파크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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